오늘은 줄 서는 식당이 아니라 '서서 먹는 식당'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서서 음식을 먹는 문화는 익숙한 문화는 아니에요. 반대로 외국은 스탠딩 파티라던지 서서 술을 마시는 스탠딩 바(BAR)가 흔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올해 젊은 층 사이에서 의자 없는 식당이 핫플레이스로 등극했습니다. 바로 서서 커피를 마시는 에스프레소 바와 서서 술을 마시는 일본식 선술집(타치노미)에요.
일반적으로 커피 전문점은 공간 사업이라며 고객이 편안하게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공간 만드는데요. 갑자기 일어서서 먹는 커피와 술이 트렌드라니, 트렌드라는 게 모순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워지는데요. 하지만 트렌드 흐름을 보면 트렌드는 언제나 반대급부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마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HMR) 성장했지만 혼자 먹는 외로움으로 소셜 다이닝이라는 트렌드가 생긴 것처럼요.
에스프레소 바와 일본식 선술집 사례로 F&B 시장에서 반대급부로 생겨나는 트렌드를 알아보면서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 다채로워지길 바랄게요.
성숙해진 커피 문화로
본연의 커피 맛을 찾기 시작한 사람들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커피와 함께 편히 앉아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인데요. 때문에 출퇴근길에 들러 빠르게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퇴장하는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바' 문화와 한국은 잘 맞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식 커피가 익숙한 한국인에게 에스프레소의 쓴 맛은 익숙치 않았고요.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너무 큰 인기를 얻은 탓일까요? 사람들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때문에 커피 전문점을 찾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느끼는 커피 맛에 대한 기준치도 올라가게 되었어요. 덕분에 '블루보틀', % ARABICA (일명 응 커피) 같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도 한국에서 볼 수 있게 된 거죠.
더 나아가 새로운 커피 문화를 경험하고자 사람들도 많아졌고요. 또한 커피 마니아뿐만 아니라, 본인의 커피 취향을 탐색하고 취향을 쌓고 싶은 사람들 생겨났어요. 때문에 커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물론 실제로 에스프레소 바에 가면 쓴 에스프레소를 못 마시는 분들을 위해 에스프레소에 크림, 코코아 파우더를 더해 대중적인 맛을 선 보이는 곳도 많아요.)
정리하자면 공간을 팔던 커피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온전히 커피 맛에 대한 취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건데요. 때문에 에스프레소 바를 찾는 사람에게 의자 여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아요. 예를 들면 출근 전 에스프레소를 한 잔을 위해 방문하는 직장인 그리고 *갓생을 살기 위해 운동/공부하러 가기 전에 에스프레소 바를 들르는 학생이 많은데요. 이와 같이 에스프레소 바가 젊은 층의 라이프 스타일에 잘 부합한다는 점이 에스프레소 바가 인기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가볍게 딱 한두 잔만
빠르고 캐주얼한 술 집을 찾는 사람들
성수동 다음으로 핫플로 성장하는 동네가 있습니다. 바로 신용산과 삼각지 일대인데요. 핫플인 만큼 줄을 서서 먹는 인기 있는 맛집도 많은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키보'라고 불리는 서서 먹는 일본 선술집(타치노미)이에요. 핫플레이스라고 해서 근사한 고급 음식점만이 인기 있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인데요.
일본 선술집(타치노미)에 원래 일본의 버블경제가 무너지고 지갑 얇은 직장인/노동자가 퇴근 후 가볍게 한 잔 하는 데서 유래했어요. 왜냐면 타치노미에서는 술은 잔 술로 팔아 한 두 잔씩 가볍게 먹을 수 있고요. 안주 가격도 양은 소량이지만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었거든요.(실제로 키보의 안주는 만원 대로 합리적인 가격이에요.)
빠르고 캐주얼하게 술을 즐길 수 있다는 타치노미의 장점 때문에 삼각지와 신용산에 오면 키보에 방문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왜냐면 삼각지와 신용산 일대에는 맛집도 많지만 팝업스토어, 무인 슈퍼마켓 등 볼거리도 많거든요. 따라서 키보는 1차 가기 전이나 2차 후에 방문하는 코스 중간중간에 들러 가볍게 즐기기 좋습니다. 또한 키보에는 하이볼, 일본 전통 증류주인 '소츄' 등 일본식 술이 많은데요. 과음하는 술 문화는 지양하지만 외국 식문화를 즐기고 싶은 사람이 키보에 들러 한 잔씩 일본식 술을 마셔보기도 좋습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에스프레소 바와 서서 먹는 일본 선술집(타치노미) 둘 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협소한 공간에서 빠른 회전율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인데요. 최근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제가 침체되는 걸로 보아, 저는 소비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고 봐요. 따라서 오늘 이야기가 현대판 보릿고개를 지혜롭게 넘길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