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중국 음식 좋아하시나요? 저에게 중국 음식은 졸업식 또는 입학식 날 패밀리 레스토랑(빕스, 아웃백)을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어쩔 수 없이 먹던 짜장면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양꼬치, 마라탕, 꿔바로우 등 새로운 중국 음식이 한국에 나타났고요. 외식시장에서 중국 음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젊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 주제는 '힙'해진 중식 사례로 '용용 선생'이라는 홍콩 레트로 차이니즈 주점을 준비해보았습니다.
용용 선생은 2019년 12월 처음 직영점을 낸 주점 프랜차이즈인데요. 아시겠지만 2019년 연말은 코로나가 시작했던 시기예요. 특히 작년 만해도 주점은 밤 10시까지 영업시간을 규제하면서 주점 매출이 너도나도 하락했어요. 하지만 용용 선생 매장은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월 매출 1억을 달성한 주점이에요. 또한 용용 선생을 만든 회사 '아지트 메이커'는 점주가 돈을 버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하는 회사예요. 그래서인지 퇴직 후 성공한 창업사례로 유튜브에서 소개되고 있는 주점 프랜차이즈입니다.
오늘은 '코로나'라는 어려운 시기를 이기고 성장한 '용용 선생'에 대한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또한 '용용 선생' 사례로 젊은 층이 술을 소비하는 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주점 프랜차이즈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어가시길 바랄게요.
홍콩영화 컨셉의 요리주점
#우리가 좋아했던 홍콩영화 한 장면이 떠오르는 주점
저는 개인적으로 용용선생의 인테리어를 보자마자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떠올랐어요. 특히 영국 식민지인 홍콩이 중국 반환을 앞둔 시대적 배경을 가진 '중경삼림'이 생각났는데요. 용용선생 매니저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용용선생은 1930년대 홍콩 뒷골목의 주점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주점 프랜차이즈라고 합니다. 실제로 홍콩 특유의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감성 때문에 용용선생을 찾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용용선생이 지닌 홍콩 감성에 대해 설명하자면, 용용선생은 외관 인테리어로 한자와 영문을 나란히 써진 간판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홍콩 거리에서 볼 법한 붉은색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간판을 장식했어요. 매장 내부는 레트로한 느낌을 주는 청록색 타일로 벽을 장식했고요. 자바라 창(접이식 창문)으로 공간을 구분해 창 사이로 퍼지는 네온사인의 빛들이 홍콩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테이블에는 은은한 조명있어 음식을 즐기기 좋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 했어요. 홍콩이 가진 이질적인 분위기를 매장 인테리어에 잘 옮겨 놓았는데요. 때문에 홍콩영화 전성기 시절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웠던 시기였던 만큼, 해외 감성(홍콩)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용용선생이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과 어울리는 타파스 형식의 중국요리
#합리적인 가격과 맛의 술안주
기존의 중국 프랜차이즈는 식사에 중점을 두어 메뉴를 개발을 했어요. 때문에 중국집은 2차, 3차로 가볍게 술을 마시러 가기에는 음식의 양과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운데요. 용용선생은 중식 메뉴를 타파스(스페인의 애피타이저, 적은 양으로 제공되는 음식) 형태로 개발했어요. 덕분에 중식을 부담 없이 술과 즐기기 좋습니다. 또한 가격도 1만 원, 2만 원 안 밖의 메뉴들이고요. 고수 무침, 마라 바지락 볶음 등 독특한 메뉴들로 구성되어있어 중식을 다양하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용용선생에서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화산 마라 전골입니다. 중식 좋아하시는 분 중에 특히 마라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용용선생은 마라탕을 화산 형태로 비주얼 있게 만들어, 인스타그램용 사진 찍기에 좋게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젊은 층 SNS(인스타그램) 사이로 용용선생을 방문한 사진들이 확산되면서 인기를 얻었어요,
고량주 문화의 개척자
#고량주 하이볼 #고량주 샘플러
용용 선생은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월 매출 1억을 달성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코로나로 영업규제도 있었는데, 월 매출 1억을 달성하기에는 앞서 설명한 메뉴의 가격이 낮지 않나 의문이 드실 거예요. 사실 용용 선생의 수익성은 안주 메뉴보다는 술에 있습니다. 바로 중국식 술, 고량주인데요. 소주나 맥주보다 가격이 높은 고량주를 판매함으로써 객단가(고객 1명의 평균 구매 금액)를 높이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때문에 짧은 운영시간에도 높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어요.
고량주 하면 쓰디쓴 독주라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그래서인지 어른 술의 끝판왕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던 술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연태고량주는 과일향이 도는, 중식과 잘 어울리는 술이라고 합니다. 용용선생은 누구나 고량주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로 고량주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토닉 세트로 묶어서 고량주를 제공한다던지, 고량주를 칵테일 형태 또는 하이볼로 만들어 술을 못하는 사람들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외에도 마라 육회를 먹으면 이달의 고량주 샘플러 제공하는 등 고량주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파란만장한 위스키의 한국 생존기 편에서 위스키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음용법이 달라지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술이라고 다루었는데요. 용용선생도 고량주 음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고량주에 대한 심리적 경계를 무너뜨렸다고 생각해요. 또한 젊은 층에게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신다기보다는 맛과 향을 즐기기 위한 미식의 영역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용용선생이 홍콩 뒷골목 주점이라는 강한 컨셉에도 젊은 층에게 인기 있었던 걸로 보았을 때, 젊은 층은 외식을 할 때도 스토리(콘텐츠)를 소비함으로써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때문에 무분별하게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의 기존의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도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창의적인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지 여부가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의 중요 과업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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