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로 보는 2023년Ⅰ- 더 글로리

서른 아홉번째 OTT 연구소 보고서 - 세상의 모든 연진, 동은에게

2023.03.10 | 조회 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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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연구소

OTT를 통해 볼 수 있는 모든 콘텐츠를 골라주는 큐레이터

🧪 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10개월 만에 찾아 뵙네요. 오랜만에 인사드리지만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찾아뵐 거 같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OTT 연구소 접었어요?", "뉴스레터 접었구나..."라는 말을 들은 지도 6개월이 지난 지금, '정말 접었구나', 'OTT 연구소장은 죽은 건가?'라는 말이 들 무렵,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무료 콘텐츠이지만 현실에 치여 산다는 이유로, 돈 벌기 급급한 삶을 살았다는 핑계로 뉴스레터를 발송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연진아. 오늘 더 글로리 시즌2 공개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나 지금 되게 신나.' /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시즌1 스틸컷
'연진아. 오늘 더 글로리 시즌2 공개한다고 들었어. 그래서 나 지금 되게 신나.' / 출처 = 넷플릭스 <더 글로리> 시즌1 스틸컷

이렇게 갑자기 찾아 온 것은 한동안 구독을 취소했던 OTT에서 볼만한 것들, 이야기할 가치 있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지만,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느낄 부분을 정리해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뉴스레터 미리보기

🎈 OTT와 멀어졌던 사연 

🔍 OTT와 영상 콘텐츠, 그리고 사회현상

  • 텍스트보다 이미지로 기억하는 시대의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

🎥 기억에 남는 작품 VS 유압프레스로 누른 작품

  • 김은숙 작가의 작품 특징
  • 핍진성과 개연성
  • 사회 현상을 다룰 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현실성의 문제
  • 압축적인 구도가 가져오는 인식의 문제
  • 해결되지 않은 사회 문제와 해결된 것처럼 느껴지는 드라마의 사건

 


🎈 OTT와 멀어졌던 사연

팬데믹이 끝나감에 따라 밀렸던 영화 개봉이 줄을 이었고, 상업 영화, 다양성 영화 가릴 거 없이 계속 개봉하는 바람에 저는 줄곧 극장에 있었습니다.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 TV로 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세대인지라, 넓은 곳에서 볼 기회가 다시 생긴 것을 놓칠 수가 없었죠. 운동과 독서 등 다른 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잠을 줄이지 않고서야 OTT를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OTae식이가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비정기적으로 찾아뵐 듯합니다. / 출처 : 영화 <해바라기> 스틸컷
'OTae식이가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비정기적으로 찾아뵐 듯합니다. / 출처 : 영화 <해바라기> 스틸컷

 

OTT 연구소장의 2022- 2023년 여가 패턴

  1. 일....일....야근....야근
  2. 출근하기 싫지만 청약 통장과 카드값을 떠올리며 힘내보기
  3. 데이트(가끔 있을 때)
  4. 수요일에 <나는 솔로> 시청, 일요일에 <런닝맨> 본방 사수
  5. 귀찮아도 헬스장 가서 운동하기
  6. 그래도 책은 읽어야 하니 독서하고 독서 모임 가기
  7. OTT 보기 - 그런데 볼 게 없네??!!?

 

"뭐야? 핑계잖아? OTT 연구소 뉴스레터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작품을 봐야지"라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운영하면서 금전적인 이득이 있는 게 아니고 현재 돈을 버는 다른 일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에 정말 눈에 띄는 작품이 있지 않다면 핸드폰, PC에 있는 OTT 사이트에서 점점 멀어지는 듯합니다. 그래도 지난해 말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었고, 그 작품들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에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 OTT와 영상 콘텐츠, 그리고 사회현상

콘텐츠는 확실히 힘이 강합니다. 아직도 텍스트가 콘텐츠 제작에 기반이 되고 있지만, 대부분 영상이나 그림과 같은 이미지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됩니다. 분석과 비교, 평가가 필요한 글과 달리, 이미지는 한눈에 들어오고, 귀에 꽂히죠. 

그래서 사람들의 무의식과 의식을 함께 자극하는 데 좋습니다. 예전처럼 책이나 글을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줄면서 이미지로 사건이나 현안을 기억하는 사람이 늘고 있죠.

이는 OTT에서도 드러납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여러 OTT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가 있다면 바로 다큐멘터리입니다. 다큐멘터리처럼 거대한 사건과 사회 현안을 잘 녹인 드라마, 영화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물론 잘 짜인 각본과 연출, 배우들의 연기와 극의 재미 등과 같은 요소도 잘 버무려져야 합니다.  

이하 출처 <더 글로리> 스틸컷
이하 출처 <더 글로리> 스틸컷

그런 면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징어 게임>은 게임이라는 요소와 돈이라는 현실 문제를 가볍게 엮어낸 작품으로 꼽히죠.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더 글로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많은 이의 질타를 받았던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와 아들의 학교 폭력, MBN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 황영웅 참가자의 학교 폭력 및 데이트 폭력 문제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그렇다면 <더 글로리>는 잘 만든, 학교 폭력 문제를 제대로 다룬 수작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학교 폭력과 사회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바라보는 게 좋을까요? 

(※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과 시선으로 드라마를 바라보려고 합니다. 제 의견이나 시선과 다르다면 여러분의 의견과 시선이 맞는 것이니 취사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 기억에 남는 작품 VS 유압프레스로 누른 작품

<더 글로리> 시즌 1은 분명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김은숙 작가의 필력에 많은 시청자가 몰입하고 있죠. 저 역시 시즌 1을 보고 시즌 2를 기다린 시청자 중 한 명입니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과거에 묻혀 있던 학교 폭력 사건이 재조명되거나 현실의 학폭 가해자들을 향해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의 철없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 학교 폭력의 상처는 너무 큽니다. 아무 이유 없이 집단 구타를 당하거나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가해자들은 그때의 일을 어린 시절 추억으로 포장하며 술안주 삼고 있죠. 그래서 이 작품이 가져오는 반향에 대해서는 지지를 보냅니다. 

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볼까요? 걸작이나 수작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재미있는 만큼 아쉬움이 큽니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는 극의 진행에도 큰 힘을 발휘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학교 폭력을 당하는 동은과 동은을 괴롭히는 연진 일당이라는 완전한 선악 구도로 드라마가 진행되고, 성인이 된 동은이 이들에게 핏빛 복수를 진행하는 내용이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시즌 2의 결말이 어찌되든, 이 구도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더 킹>, <파리의 연인>에서 보인 결말이나 전개는 그녀의 작품에서 세계관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핍진성의 결여가 보이거나 개연성이 어긋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이 작품에서는 아직 '어떻게 저게 가능해?'라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사실 김은숙 작가 스스로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작품'으로 지칭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내 드라마는 작품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라는 발언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중들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선명하게, 그리고 간결하게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은의 복수가 이어지길 바라고, 악으로 규정된 연진과 그 일당, 연진의 부모 등과 같은 무리의 개과천선이 이뤄지지 않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현실에 부합할 테니까요. 바로 현실성의 문제입니다. 

간결하고 깔끔하게 구도가 보인다는 것은 사건을 굉장히 단순화시켰다는 말로 풀이됩니다. 드라마 속 학교 폭력은 마치 유압 프레스로 누른 것 마냥 단단하게 압축된 모습입니다. 학교 폭력의 문제와 결과, 현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은 데도 단순하게 그려지죠. 우아한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이 배열된 느낌입니다. 이제 도미노를 쓰러뜨리는 일만 남았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 속의 학교 폭력, 동은의 복수가 완성된다면 현실의 사회 문제 역시 마무리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김은숙 작가의 글과 전개는 훌륭합니다. 안길호 감독의 연출 역시 시청자들을 멱살 잡고 스크린 안으로 집어넣고 있죠. 다만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생각 역시 단순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작품의 문제라기보다 이를 보는 이들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시청자들의 관람 태도가 점점 더 단순해지면서 이런 구도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바깥의 문제 역시 이와 같은 모습으로 판단합니다. 

그런데 현실의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죠.

세대가 거듭될수록 학교 폭력은 더 악랄해지고 잔인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영원한 고통에서 몸부림치고 있고, 가해자들은 훈장처럼 이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죄의식은 전혀 없고, 염치는 가져다 버린 지 오래죠. 그들을 응징하는 것만이 답일까요. 처벌과 대처가 잘 이뤄진다면 모를까 그마저도 사회에서는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처럼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가 반복해서 쓰이고 있지만, 이는 드라마 속의 일이지 현실에서의 해결과는 거리가 멉니다. <불타는 트롯맨>에서 본 것처럼 가해자는 떵떵거리고 살고 있고, 이를 보는 피해자들은 다시 한 번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2차 가해는 처음보다 더 잔인하게 다가오고 있죠.

 

유튜브 <양브로의 정신세계>를 운영하는 정신과 의사 양재진, 양재웅 씨는 '더 글로리 등장인물의 정신과 진단명'을 알아보는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고 있다. 인물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다르지만 모두 폭력에 내몰려 있다. (중략) 시청자들은 선의 승리, 악의 징벌, 복수의 성공을 염원하지만, 동은의 복수가 성공하고 나면 동은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꿈이 연진이 되었던 순간부터 예견된 일이다."

저 역시 동은이 마지막에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복수를 성공하고 여정과 해피엔딩으로 향해가는 말도 안 되는 결말이 나올지, 모두가 파멸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복수에 실패할 지, 복수에 성공하고도 행복할 수 없는 공허한 학폭 피해자 동은으로 남을 지 드라마의 결과가 기다려지네요. 

그리고 드라마가 끝나고 학교 폭력에 대해 더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 OTT 연구소는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영화 오리지널 시리즈, OTT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려드리는 메일링입니다. OTT와 영화,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분석을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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