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지난 번에 이어 오랜만에 보고서를 보냅니다. 어찌하다보니 정기적으로 발송하던 보고서를 비정기적으로, 제가 쓰고 싶은 게 있을 때 보내게 되었네요. 이 점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별거 아닌 내용으로 채우는 것보다는 조금 더 가치 있는 내용으로 구성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최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OTT 주가 하락과 시장 전망, 그리고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목차
🍃 넷플릭스 망하나요?
🔎 사건의 시작
❓ 이유는 뭘까?
😡 You're Fired
💬 '엔데믹'과 풍토병, 그리고 TV 채널
💸 '볼 게 없는 현실'과 '계속 볼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딜레마
🍃 넷플릭스 망하나요?
요즘 나오는 뉴스만 보면 OTT 시장 자체가 조만간 문닫을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다들 넷플릭스의 실적 저하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두고 말이 많은 상황이죠.
🔎 사건의 시작
지난달 19일 넷플릭스의 2022년 1분기 실적 보고서가 공개된 후, 국내외 언론에서는 '넷플릭스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수 감소'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 넷플릭스 가입자 1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주가 25% 폭락(한국일보, 2022. 4.20)
2022년 1분기 회원은 2021년 4분기 회원보다 20만 명 줄어든 2억 2160만 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수치상으로 0.1% 감소였지만 전문가들이나 주식시장에서는 ‘넷플릭스 한 기업의 위기'이면서 'OTT 시장 하락세의 시작'이라고 보는 여론이 강했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서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 폭망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민감하게 반응하였습니다. 19일 하루 만에 넷플릭스 주가 35% 폭락했고 시가총액 500억 달러(약 60조 원)가 날아갔습니다. 🌌
이런 현상은 넷플릭스 한 기업에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같은 날 디즈니, 로쿠(Roku),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역시 6% 이상 하락했습니다.
❓ 이유는 뭘까?
스트리밍 플랫폼, OTT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여왔습니다. '극장을 대신해 집에서 영화를 보는 시대가 온다'라는 말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오던 말이죠. 자연스러운 흐름은 여러분도 익히 알고 있다시피 2019년 말부터 전세계를 장악한 팬데믹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다들 집에 있으니 너도나도 OTT를 구독하게 된거죠. 그렇다면 팬데믹,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OTT의 성장도 멈추는 걸까요?
🔖 넷플릭스, 美선 여전히 건재…상위 10개 프로그램 중 9개 차지(2022. 5. 23 한국경제)
위 기사는 세계적인 시청률 조사 기업 닐슨 홀딩스의 2022년 1분기 미국 비디오콘텐츠 시장 점유율에 관한 조사 내용입니다. TV, 케이블, 스트리밍, 기타로 구성된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케이블과 방송이 나눠갔던 미디어 시장에서 스트리밍 플랫폼은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수치로 봐도 계속 늘고 있죠. 넷플릭스는 그 가운데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최근 OTT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에는 '팬데믹으로 흥했으니, 팬데믹이 끝나면 내리막길이 아닐까?'라는 논리가 작용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 You're Fired
시장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함께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가 감소했다는 보도는 주가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넷플릭스에게 어떤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감을 심어주었습니다.
🔖 넷플릭스 직원 해고에 관한 기사(2022. 5. 17. 미국 CNBC)
1분기 실적 감소로 인해 그들은 150명 해고라는 카드를 냈습니다. 대변인 성명에서 이들은 “매출 증가세 둔화는 지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번 정리해고는 개인의 성과와 무관하다”라며 선을 그었고,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회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럴 듯하지만 결국 무언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기에 고육지책으로 낸 카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엔데믹'과 풍토병, 그리고 TV 채널
※ 이제부터 말씀드리려고 하는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팬데믹에 의한 성장',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영화와 TV 시장은 이전부터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었습니다. 송신자, 제작자가 상영관과 정해진 채널에서 일방적으로 전하는 방식에서 쌍방향, 동시 소통을 하거나 소비자의 구미에 맞게 골라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말이죠. 그래서 '팬데믹 때문에 OTT가 성장했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그렇기에 팬데믹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코로나가 끝나니 OTT도 하향세를 탈 것이다'라는 말도 절반만 맞는 말일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틀릴 수도 있죠.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 것을 팬데믹이라고 하고, 이것이 끝나고 일반적인 질병, 풍토병으로 변하는 상태를 엔데믹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OTT 역시 대유행 시기가 마무리되고 풍토병, 일상화되는 시점을 맞이했다고 봅니다.
이처럼 지난 3년간 팬데믹에 의해 집에 있을 수밖에 없던 우리에게 무한대의 콘텐츠를 제공하던 OTT로부터 조금은 멀어지는 시기가 온 것입니다. 대신 '코로나가 감기처럼 변할 것'이라는 의학 전문가들의 말처럼 OTT 역시 영상을 즐기는 모든 이에게 하나의 선택지로 남게 될 겁니다. 다만 예전처럼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이지는 않을 겁니다. 이제 밖에 나가서 할게 많아졌으니까요. 단순합니다.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탄력을 받았던 부분은 줄어들고 원래 흐름대로 돌아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OTT 전체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습니다. 앞선 조사 결과처럼 북미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상승세가 주춤하거나 보합세를 보일 겁니다. 요즘 흐름 자체가 '무조건 넷플릭스 봐야 돼'에서 '볼거 있으면 다시 가입하면 되지. 뭐'로 바뀌고 있습니다. 2~3년간 스트리밍 플랫폼을 즐기면서 장점과 단점이 모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장단점이야 다들 알고 계실거라 생각해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편리성, 항상성 등등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시간, 공간에서 볼 수 있는 것이겠죠. 다만 각 OTT, 아니 OTT 전체에서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에 질려버린'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넷플릭스 이용자들, 혹은 구독을 취소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볼게 없다'입니다. 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새롭게 흥미를 갖게 할 영화, 드라마가 줄었고, 기존에 잘 나가던 작품은 종영을 했습니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훌루 등 여러 채널에서 너무나 과열된 경쟁에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시장은 커질대로 커져서 모두가 상생하며 시장이 추가적으로 크는 모습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거기에 각 플랫폼마다 제작비, 광고비 등에 어마어마한 돈을 쓰는 데 반해,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구독자 수가 늘고 작품 하나가 대박이 나서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줄지 몰라도, 시청자들의 발목을 영원히 붙들고 있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 '볼 게 없는 현실'과 '계속 볼거리를 만들어야 하는' 딜레마
앞서 말한 풍토병의 예를 다시 한 번 들어보려고 합니다. 독감보다 감기가 자주 걸리는 이유를 보자면 종류가 적은 독감 바이러스는 예방주사로 질병을 막을 수 있지만, 감기는 그 숫자와 종류,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사실상 예방을 하기 어렵습니다.
OTT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콘텐츠를 끊임없이 뽑아내야 하고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에 엄청난 금액이 항상 들어갑니다. 박리다매를 하는 동시에, 팔리는 물건 하나하나가 꽤 괜찮고, 임팩트가 있어야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이는 제작자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항상 염두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번 본 작품은 다시 소비되기 힘듭니다.
최근 넷플릭스 작품 중에 눈에 띄는 작품을 고르자면....사실 없습니다. 지난해 <돈 룩 업>과 <파워 오브 도그> 등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작품과 <오징어 게임>, <D.P.>, <지옥> 등 준수한 성적과 작품성을 보인 드라마를 제외하고서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넷플릭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면서 이를 상승세를 이어갔고, 그 가운데 많은 팬들이 기대하는 고정 시리즈들이 몇개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종영하거나 전 시즌보다 못한 평가를 받으면서 '아쉽다', '볼게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채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각자의 특성이 있지만, 마르지 않는 샘처럼 '신선함'과 '작품성', '흥행성'을 모두 보장하는 콘텐츠를 내기는 힘듭니다. 새로운 OTT 채널이 런칭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익숙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죠. 디즈니는 '마블'이라는 킬러 콘텐츠로 도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블의 시네마틱 시리즈를 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드라마 시리즈를 보도록 스토리를 연결시켰습니다. 이는 'MCU'가 망하지 않는 한 마니아층에서 끊임없이 디즈니 플러스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하는 효과를 줄겁니다.
케이블이나 지상파와 달리 OTT는 조금만 식상하면 취소가 가능한 점이 악재입니다. 쉽게 접근하고 언제나 볼 수 있는 점이 반대로 언제든지 그곳을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죠.
🔖 적자 늪에 빠진 토종 OTT, 그래도 “닥치고 투자”(2022. 4. 18 조선일보)
국내 OTT 역시 쩐의 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앞으로 OTT 시장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커지고, 그 성장세가 점점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안에서 파이를 나눠먹는 매체의 수는 늘고 있으니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가 될 공산이 크죠. 결국 재밌는 콘텐츠, 돈 내고 보기에 아깝지 않은 콘텐츠가 끊임없이 나와야 하는데 요즘 OTT들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콘텐츠로 승부를 봐서 살아남거나 광고비를 쓰다가 망하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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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연구소 전용 메일 : ottlab@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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