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DC: 애플이 AI판에 던진 공격

저의 궁예질이 결국 맞았습니다😎

시리에 GPT-4o가 탑재되었고, AI를 OS에 붙여야 한다는 것도 시장에 보여줬고, 애플은 유통을 대가로 모델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것도 어느정도 밝혀졌죠.

그리고 드디어 통화 녹음이 나왔구요, 드디어 손글씨로 계산이 가능한 아이패드 계산기 앱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 애플은 WWDC 발표 당일에는 주가가 떨어졌다가, 그 다음날부터 바로 주가를 빠르게 회복 후 시가 총액 1위를 탈환하기도 했습니다.(지금은 엔비디아가 시총 1위... 였다가 다시 MS가 1위. MS, 엔비디아, 애플 세 회사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중🤪)

WWDC를 기다렸긴 했지만, 워낙 뜨거웠다보니 관련된 분석 영상이나 글이 많이 나와서 조금 늦은 시점에서 '글을 쓰는게 맞을까 어떻게 써야 도움이 되든, 재미가 있는 아싸이트가 될까' 고민을 하다가 쪼금 늦어지게 됐어요. 그래도 용서해주실거죠?

이번 레터에서는 모두가 애플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할 때, 중립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각을 골고루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애플이 가진 전략과 걱정되는 점, 다른 빅테크와의 비교도 함께 담아봤어요. ARK Invest의 영상과 글을 참고했구요. 처음에는 시리즈를 쓰려던 건 아닌데, 시리즈가 된 것 같네요.

구독자님이 AI 판도에 대한 미래시를 확보하시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 아싸이트 기획 시리즈: 빅테크 트렌드에서 미래보기

1. 애플 비전 프로는 넥스트 아이폰이 될 수

2. GPT-4o 사례에서 찾은 Her와 휴머니즘

3. 시리에 GPT-4o가 들어간다면 누가 이득일까

4. 빅테크 3사의 발표가 시사하는 것

애플다웠던 Apple Intelligence = AI의 원칙

WWDC에서 애플은 애플 기기 전반에 걸쳐 AI를 탑재하는 Apple Intelligence를 소개했습니다. Artificial Intelligence를 Apple Intelligence로 바꾸어 표현한 것부터, AI = 애플로 포지셔닝하기 위한 애플의 탁월한 브랜딩 능력이 돋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지배한 AI 판에서 경쟁사에 비해 좀 뒤쳐진 인상이 있던 애플이 칼을 갈고 모색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언급했듯, 시리게 아프던 개인정보의 약점을 하드웨어 생태계 통합과 심리스한 경험으로 소화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GPT-4o와의 협약이나, Private Cloud로 메꿔보려는 시도가 매우 전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GenMoji같은 기능도 사소한 것 같지만, GenZ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좋아보였구요.

애플이 직접 언급한 Apple Intelligence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네가지 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여겨볼, 애플만의 아이덴티티는 Integrated와 Personal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10억명 이상의 로얄티 높은 사용자를 그것도 다양한 디바이스에 걸쳐 가지고 있는 애플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겠죠.

Apple Intelligence가 의도한대로 통합적인 에이전트로 작용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App Intents입니다. App Intents는 서드파티 앱의 기능과 콘텐츠를 시스템 서비스(Siri, 단축어 앱 등)에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통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인데요.

App Intents가 있으면 Siri와 원활하게 통합되어, 애플 생태계 내의 수많은 앱들 간의 상호작용을 조율하는 운영 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앱스토어 내에 있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합쳐서 Siri가 동작할 수 있다면 사용자의 명령과, 쌓인 데이터적 맥락을 고려해서 매끄럽게 연결된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게 인터페이스가 AI 에이전트의 형태로 한 세대 진화하게 되는거죠.

ChatGPT, Claude, Gemini, Copilot 등 기존에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채팅 형태의 생성형 AI 서비스와 달리, 애플만이 할 수 있는 통합적 접근 방식은 강력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활용하여 독립형 서비스가 따라올 수 없는 통합된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겁니다.

그러나 모든게 다 장미빛인 것은 아닙니다. Apple Intelligence는 태생적으로 애플 생태계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애플 사용자들은 초기 인터넷 시대의 AOL처럼, 애플의 우물 밖에서 폭발하고 있는 다양한 AI 혁신으로부터 고립될 수도 있습니다. 애플 생태계에 편입된 사용자더라도, 회사에선 윈도우 컴퓨터도 쓰고, Gmail도 쓰고, 여러 서비스에 걸쳐 중첩된 생활을 하니까요. 생성형 AI 개발자들은 애플의 엄격하게 통제된 생태계에서는 쉽게 채택하기 어려울 수 있는 기능과 성능을 엄청나게 빠르게, 경계없이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제가 궁예질을 했던 것 처럼, 애플은 사용자가 ChatGPT에 물어볼 수 있도록 OpenAI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단기적으로 애플은 자체 온디바이스 소형 모델이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때까지, OpenAI 및 Anthropic과 같은 다양한 프런티어 모델을 함께 호스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니시를 건 애플 : 성능 VS 컨텍스트

WWDC를 보고 제가 느낀 것: 성능 VS 성능 구도로 원툴 경쟁 시장이었던 AI 빅테크의 싸움에 성능 VS 컨텍스트로 새로운 경쟁 축을 제시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간의 이전 빅테크들(오픈 AI, 구글, MS)의 AI 발표를 보면 (사실은 매우 의식한다고 해도) 경쟁에 대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피했습니다. 그냥 새로운 성능과 기능을 보여줄 뿐이었죠. 그런데 애플의 발표를 보면 마치 성능판이었던 시장에 노이즈를 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이리버가 애플 씹는 격이죠.

특히, 개인정보보호에 대해서는 노골적이었습니다.

서버를 거치는 다른 AI가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비판했죠. 개인정보를 저장하고, 오용하며, 검증할 수도 없다고 비판하면서, 본인들은 소중한 개인정보를 지켜주겠다고 포지셔닝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명분 삼아 폐쇄성을 지키고, 사실은 약점인 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참 애플답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언급했듯, 시리가 발전하기 어려웠던 배경도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AI 개발 속도가 더뎠다는 데 있는데요. 사실은 약점인 이 영역을 자체 설계 칩, 온디바이스 모델 최적화, 생태계 통합을 통해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OpenAI와의 콜라보로 약점을 메꿨다는겁니다. 사용자 신뢰를 확보하는 건 덤이구요.

한편,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고 있는 구글은 애플과 달리 훨씬 개방적인 전략을 취합니다. Gmail, Google Docs, Photo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엄청난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서 AI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을겁니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거리낌이 없죠. 데이터가 많을수록 AI 모델의 성능이 좋아지고요. 안드로이드는 개방형 OS기 때문에 여러 하드웨어에 다양하게 탑재될 수도 있겠죠. 멀리보면 우리가 지금은 컴퓨팅 기기로 보지 않는 냉장고 같은 것에도 구글의 AI가 같이 탑재될 수 있는거에요. 확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죠.

다만 개방성의 대가로 이렇게 뻗어나간 확장성은 중구난방의 파편화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애플만큼 매끄럽게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긴 어렵다는 거예요. 무엇보다, 아무리 성능 좋은 모델을 갖고 있다해도 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면 맥락을 갖출 수 없습니다.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사용자들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애플이 자신있게 “컨텍스트”에 대한 부분을 강조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성능적 측면에서 온디바이스 & 폐쇄적 전략을 취한 애플은 조금 딸리는게 사실이지만, “사용자가 정말 중시하는 것은 과연 성능일까” 라는 질문을 던진 것 같습니다.

애플의 타겟은 테크덕후가 아니라고

핸드폰을 차별화하는 유일한 요소가 카메라 품질이 된지 좀 됐습니다. 옛날에는 카메라하면 아이폰이긴 했지만, 사실 지금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카메라 - 갤럭시 카메라가 스펙이 더 뛰어납니다. 하지만 아이폰을 사는 사용자층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 애플 생태계 안에서 갈아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만하면 충분한거죠.

WWDC 발표를 보면 애플은 모델이나 성능 벤치마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희같은 IT인이 아닌, 대다수의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옳은 접근이라고 봅니다. 이 전에 살펴봤던 OpenAI, 구글, Microsoft 에게서 본 것과도 크게 다르죠.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측정 지표나 파라미터 크기, 양자화 등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So What: 그래서 뭘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거죠.

아마도 애플이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모델은 약 GPT-3 수준으로 추정되는데요. 애플이 볼 때는, AI가 고성능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고, 편리하고 재밌게 해 주면 충분히 좋은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 같습니다.

애플이 제공하는 온디바이스 수준의 AI에서 생성하는 이미지는 미드저니나 달리에서 만드는 것들 보다는 조금 덜 섬세하고, 자유도가 낮겠지만, 단순화를 통해 퀄리티를 컨트롤 했습니다. 모네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할 수는 없지만, 3가지 스타일 -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스케치 정도의 수준으로 그릴 순 있죠. 핸드폰으로 친구랑 메시지 나누는 정도로는 이정도로 충분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물론 얼리어답터들에게는 아쉽고 답답하겠지만요.

이미지 생성의 경우, 일반 사용자의 자유도를 극히 제한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입니다.

아직까지 이미지 생성을 잘하려면 프롬프트에 대한 이해도를 꽤 높게 갖추어야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온디바이스에서 균질한 품질로 이미지 생성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뭐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도록 백단의 엔지니어링 작업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애플의 AI가 걱정되는 사소한 것들

개인적으로는 애플이 AI 에이전트를 그들의 비전대로 잘 보여주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다만 몇가지 사소한(?) 걱정이 있어 정리해봤습니다.

개발자들이 순순히 App Intent에 들어갈까

애플이 강조한 컨텍스트를 위해서 필요한 전제 조건이 App Intent에 맞추어 각종 앱들이 AI를 탑재하는 것입니다. 애플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메모앱 외에, 앱스토어에 있는 각종 앱을 AI로 동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자들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하여 애플은 App Intents라는 개발 도구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개발자들이 Siri, Shortcuts 및 기타 시스템 경험과 통합되는 일련의 동작을 정의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이를 통해 앱의 기능을 애플의 에이전트 OS 비전에 통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죠. 앱의 기능을 애플의 에이전트 OS의 비전에 통합할 수 있도록 하는거죠.

지금은 없어진 맥북 프로의 터치바의 경우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한 케이스입니다.

처음에는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터치바 때문에 맥북 프로를 사고 싶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었죠. 터치바를 활용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기대했어요. 그런데 없어졌어요. 왜? 가장 중요한건 이게 사용성이 떨어진다는게 제일 큰 이유였지만,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개발되지 않은 것도 큽니다. 사용자 기반이 아무래도 기기에 따라 나눠지기 때문에, 사용자 수가 적을 수밖에 없고,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기 어려웠습니다.

터치바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개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일 거예요. 애플의 자체 앱들은 물론이고 서드파티 앱들까지 대거 지원에 나서야 Siri를 중심으로 한 에이전트 OS 비전이 제대로 현실화될 수 있을 테니까요.

온디바이스 잘 될까?

애플이 보여준 영상은 GPT-4o에서 보여주듯이 온전한 라이브는 아니었기 때문에, 데모 영상입니다. 온디바이스에서 돌아가는 소형 모델이 과연 얼마나 성능이 매끄러울 지 지켜볼 필요가 있는거죠.

온디바이스에서 AI 모델을 돌리기 위해서는 아마 꽤 작은 모델을 사용해야 할텐데요.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모델을 사용하려는 Microsoft조차도 아직 애플이 보여준 것과 같은 종류의 끊김 없는 에이전트를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훨씬 떨어지는 칩셋에, 작은 모델로 에이전트적 경험을 시도하고 있는거에요. 칩셋까지 자체 개발할 정도의 강력한 최적화 능력이 과연 얼마나 대단할 지 관전 포인트랄까요.

애플은 부풀려진 기대 앞에서 실망스러운 반응이 나오면 안된다는 걱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GenMoji까지는 재밌긴 한데, 아직 AI 에이전트까진 못할 것 같아”라는 김샌 반응이 나올거에요. 물론, 애플 생태계 사용자의 로얄티는 꽤 탄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당장 이탈이 가속화되진 않겠지만요.

GPT-4o 쓰면 된다며?

온디바이스의 열화된 성능에 대한 염려가 있기 때문에 OpenAI와 파트너쉽을 맺은거겠죠. OpenAI는 첫번째 파트너고, 다른 모델도 들어갈 거라고 밝히기도 했었구요. 내 데이터를 서버로 넘길 지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동 방식을 보면, 애플이 강조하는 심리스한 경험과는 좀 상충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애플이 설정해 놓은 방식 때문인데요. 디폴트값이 OpenAI의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는 GPT-4o 모델을 사용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말해줘야 합니다. 모델이 추가 된다면 어떤 모델을 쓸지 까지 말해줘야해요. 물론 이런 UX적인 부분은 애플이 잘 다듬어 줄거라고 믿어보겠습니다.

고성능 칩이 탑재가 필수라니!

저는 iPhone 14 Pro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최신 모델에서 한 세대 전 모델인데요. 솔직히 15 Pro와 사용성에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온디바이스로 구동되는 Apple Intelligence의 특성상 저는 Apple Intelligence를 맛볼 수 없습니다. 애플의 AI를 써보려면 꽤 거금을 들여 기변을 해야하는 것이죠. 최고 사양 기기만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사용자 풀이 한정 된다는 것이고, 개발 동기가 떨어진다는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작금의 애플의 전략을 연상하는 약 40년 전의 사례가 있어 소개해봅니다.

1984년에 IBM은 Top View라는 마우스 기반 멀티태스킹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내놨습니다. Windows가 시장에 나오기 1년 전이었죠. 당시에는 “IBM PC 발명 이후 가장 중요한 제품”이라 불릴 만큼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IBM은 개발자들이 Top View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도록 유도해서, PC에서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멀티태스킹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습니다. 마우스 지원을 비롯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도 있었죠. 그래서 멀티태스킹 마우스 기반 인터페이스가 기술 분야의 지배적 플레이어로서 경쟁 입지를 공고히 할 게 아주 분명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IBM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라이벌 Microsoft에게 결국 시장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결론적으로 IBM은 당시 인터페이스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마우스는 됐지만 텍스트 기반이었거든요. 그래픽의 시대가 오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Top View는 당대 최고 사양 PC에서만 작동이 가능했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IBM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장벽이 있었습니다.

TopView말고도 여러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고, 결국 PC의 제왕이었던 IBM이 MS에게 90% 이상의 시장을 내어줬습니다. MS가 만든 IBM 호환 PC가 그 해 PC 판매량을 10배 늘어났고, IBM의 주가는 반토막이 났습니다. MS의 주가는 10배 올랐구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한 IBM의 전략적 실패가 여실히 드러난 사례입니다. 그러나 어찌보면 애플이 추구하는 AI 전략과 꽤 유사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배적인 시장 점유율을 토대로 개발 압력을 넣는 부분이나, 다른 회사의 기술 트렌드와는 다른 길을 걷는 측면이 꽤 비슷하지 않나요?

물론 애플은 다를거라고 믿지만요.

파편화된 OS의 대통합

Apple Intelligence는 단순히 생성형 AI가 떠버렸기 때문에 트렌드에 맞춰서 나온 결과물은 아닙니다. 애플이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는 묘안이기도 합니다. 파편화된 OS를 시리로 대통합할 수 있는거죠.

다양한 디바이스에 걸친 OS는 애플만이 가진 고유한 아이덴티티입니다. iOS, watchOS, iPadOS, macOS에 최근에는 VisionOS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요즘 보면 사실 iOS나 MacOS외의 다른 OS들은 충분히 개발되고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심지어 애플조차 이번 WWDC에서 iPad용 계산기 앱을 내놓은 것이 이를 방증하죠.

이렇게 파편화된 구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 부채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만의 장점인 기기 간 연계성과 통합성은 과거에 비해 떨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싱크를 맞추려는 기기들이 많다보니 오락가락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이구요. OS가 파편화되면서 개발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겁니다.

고스란히 사용자 경험 저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가 누적되면 충성심 높던 애플 생태계에 대한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옛날이라면 상상도 못 했던 이탈까지 고민하는 사용자들이 생겨나고 있으니까요.

#미러링

이런 파편화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통합을 모색하려 한 노력은 미러링 기능에서 먼저 보였습니다. 아이폰이 가방 안에 있어도 맥에서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한거죠. 모바일을 바로 맥에서 구동할 수 있게 만든 것을 보면, iOS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iPad OS로 통합하는 게 목표였던 것 같은데, 그게 의도처럼 되지 않으니 모바일에 좀 더 집중한 것 같습니다.

#시리

그리고 시리는 파편화된 OS의 관제 센터가 되었습니다. 시리를 중심으로 한 통합 운영 체제를 구축한다면, 그토록 애플이 강조하는 기기 간 경계를 허문 심리스한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아이폰으로 시리에 명령을 내리면 맥이나, 아이패드나 다른 기기에서도 적절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되는거죠.

이렇게 되면 굳이 iPad OS나 macOS 같은 개별 운영 체제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져요. 음성이나 텍스트 입력만으로 Siri를 통해 모든 사용자 경험을 통합할 수 있으니까요. 개발자들도 하나에만 집중하면 되니 부담이 훨씬 줄어들 거구요.

시리가 똑똑해지면 스크린은 필요없나

시리와 같은 음성 중심의 탄생은 터치스크린을 필요없게 만들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닐 것 같습니다.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 왔는데요. 초기의 펀치 카드와 복잡한 명령어가 필요했던 시절을 지나,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가 등장하면서 컴퓨터는 훨씬 더 친숙하고 직관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마우스와 아이콘을 이용한 조작 방식은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들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계기가 된거죠.

이후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대중화는 또 한 번의 혁명을 가져옵니다. 터치스크린을 통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조작은 컴퓨터와의 거리감을 더욱 좁히는 데 기여했죠. 화면을 직접 누르고, 쓸어내리고, 확대하는 동작은 마치 실제 사물을 다루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Her를 닮은 GPT-4o부터 에이전트 기능의 현실화를 보여준 시리까지 온 지금, 우리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의 적응을 앞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용자의 몸짓과 목소리를 인식해 기기를 제어하는 방식을 자연 사용자 인터페이스(Natural User Interface, NUI)라고 하는데요. 날씨, 음악, TV 틀기 정도 수준의 몇가지 명령어로 정해진 작업만 하게 해주는 초기 음성 비서들의 명령어 기반 한계를 딛고, 이제 생성형 AI 기술과 만나 인간-인간의 소통 방식과 유사한 형태로 변환하여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의 소통이 가능해 질 것 같아요.

음성 중심 NUI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사용자의 음성을 단순히 텍스트로 치환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억양, 톤, 감정까지 포착해야 하는데요. 여기에 AI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들어가면 실시간 데이터와 결합되면서 개인화가 더 정교해 집니다. 사용자의 요구 사항을 1차원적으로 수행하는 것에서 나아가 예측하고 대응하는 진짜 어시스턴트로 발전할 수 있는거죠.

그렇다고 해도 기존 PC 및 모바일 UI를 대체하진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이 PC를 구식으로 만든게 아니라 개인용 컴퓨팅을 혁신한 것처럼, AI 웨어러블과 음성 중심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봅니다.

또 역사적으로 보면 컴퓨팅 플랫폼의 변화는 대체보다는 다각화와 전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ARK의 연구에 따르면, 스크린 기반의 하드웨어가 계속 존재할 이유는 크게 두가집니다.

앞서 iOS가 애플의 여러 OS의 허브가 될거라고 언급했는데요. 지금보다 다양한 AI 하드웨어가 생기게 될 경우, 모바일은 중앙 허브가 됩니다. iMac과 Macbook과 같은 PC, iPad와 같은 보조 화면, Vision Pro와 같은 AR/VR 헤드셋 및 기타 AI 지원 장비를 호스팅하면서 심리스한 경험을 만들게 될거에요.

빅테크의 해자

지금까지 애플을 살펴봤으니, 시야를 넓혀봅시다.

사실 빅테크 회사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태계를 구축하고 해자를 구축해왔어요. 이런 해자는 다른 기업들이 쉽게 넘보기 어려운 방어막을 만들어줍니다. 이들이 만들어둔 해자가 무엇인지, 어떻게 강화하는지, 유통망의 강점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경쟁 우위 해자

#해자 강화 전략

그리고 이제는, AI 기술을 활용해서 본인들의 해자가 더 강화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을 취하려고 합니다.

#유통망

이러한 빅테크들은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유통망도 가지고 있어 새로운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각자 강한 영역이 달라요.

OS의 역사로 점쳐보는 이 판의 승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성형 AI가 기존 빅테크 기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거 데스크톱 OS와 모바일 OS 시장 점유율 변화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지도 모릅니다. 플랫폼 초반기의 플레이어와, 결국 승자는 역사적으로 달랐거든요.

PC 및 모바일 모두 시장 초기에는 여러 플레이어들의 춘추 전국 시대로 경쟁이 치열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PC 시장에는 Unix, Xerox, CP/M, TRSDOS, Commodore, Atari, 애플 등 여러 개척자들이 있었는데요. 1980년 경 IBM이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상업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 최초의 상용 PC 출시 후 14년이 지난 1985년이 되어서야 Windows 운영 체제의 등장으로 모두 MS가 평정했습니다.

모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바일 OS인 iOS의 탄생 전에도 모바일 OS는 존재하긴 했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Palm OS와 Windows CE가 먼저 출사표를 던졌는데요. 각각 기술적 한계와 사용성 부족으로 고전하면서 시장 확대에 실패했습니다. (심비안 같은 것도 있었어요.) 결국 2000년대 후반에 와서야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대중화를 이끌며 양강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 2023년 기준으로 볼 때, 구글은 PC+모바일 OS 시장에서 43%의 점유율로 Microsoft의 30%, 애플의 26%를 훨씬 웃도는 저력을 보이면서 현재기준 OS 시장의 객관적인 1위를 차지합니다.

현재 시점으로는 구글이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합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이 아니라 이익 점유율이나 시가 총액 점유율을 따져보면 조금 다른 상황이 보입니다.

2023년, 애플의 총 영업이익을 Microsoft의 Intelligent Cloud 부문을 제외한 영업이익, 구글의 Google Cloud 부문을 제외한 영업이익과 비교해 보았는데요, 이익 측면에서 보면 2023년 3사의 영업 이익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를 보이면서 수익성 면에서 우위를 보였습니다. 애플과 같은 버티컬 통합 모델이 라이센싱 모델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는거죠.

애플, 마소, 구글 세 회사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시가 총액 비중을 1982년 ~ 2023년까지 추이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2023년 세 회사의 시가 총액 비중을 살펴보면 애플 43%, MS 36%, 구글 23%로 애플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로 평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데이터 이후 시가총액은 변하여 MS가 1위가 되었다가 애플이 WWDC 발표 후 잠깐 1위를 탈환했다가, 다시 엔비디아가 1황이 되더니, 또 엔비디아가 떨어졌습니다. MS, 엔비디아, 애플 3개의 회사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중이죠.

🐥 결론적으로, 누가 승자가 될 지 함부로 예단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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