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말을 걸어올 때

📧 즐거운 금요일이다

🚨 유독 어떤 감독의 작품은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목록에 들어가 있다. 그 명성에 끌려 시간이 지나도 한 번쯤은 선택하게 된다. 오늘 소개할 감독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도 그런 연출자 중 한 명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니 나는 무려 15편 중 11편을 봤다. 이 정도면 이 감독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 물론 항상 핀처의 작품이 좋지는 않았다. 극적 반전에 감탄했던 <세븐>(1995), <파이트 클럽>,(1999), <나를 찾아줘>(2014) 등 몇 편을 제외하곤 그저그런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나는 이 감독의 영화는 이야기의 반전에 주목하며 보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약간은 건조한 스타일의 영화니 호불호가 갈릴 만 하다. 🌬

놓쳐선 안 될 한 가지: 영화 <더 킬러>(2023)

❓ 왜 봐야 하는가

∙ <더 킬러>를 보기 전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영화, 상당히 건조하다! 당신의 기대를 저버릴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많은 관객은 주인공 킬러(마이클 패스벤더)의 독백만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예측하되 즉흥적으로 대응하지 마라", "아무도 믿지 마라", "공감하지 마라." 등. 이 영화는 킬러가 자신의 직분(?)을 행할 때 내뱉는 독백으로 가득찬 영화다. 그래도 끝까지 보길 바란다. 독백이 대화로 바뀌는 순간을 발견하기 위해. 💡

∙ 영화의 플롯은 단순하다. 의뢰받은 살인청부에 실패한 주인공은 자신의 가족이 위협받았다는 사실을 안 뒤 핏빛 복수를 시작한다. 도미니카에서 시작된 처형은 뉴올리온즈, 플로리다, 뉴욕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해변에 앉아 고즈넉히 칵데일 마시며 끝난다. 여기에 특별한 반전은 없다. 계속해서 화자의 시선과 감정을 따라가야 하기에 어쩌면 힘들지만 그 만큼 온전한 영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

∙ 어떤 영화는 이미지로 가득차 있고 어떤 영화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사운드로 넘쳐 난다. 아마도 이 영화는 이미지와 사운드, 특히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일 것이다. 아직도 나는 킬러가 살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고조되는 음악이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것 같다. 서서이 고조되는 긴장감을 이 영화는 음악과 함께 전달한다.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불가능했을 것 같다. 🎶

👓 깊이 알아보기

∙ <더 킬러>는 앞서 얘기했듯이 건조하다. 허나 그만큼 집중해야 하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음악은 더할나이 없이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혹시라도 이 영화를 보기 전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 독자를 위해 밑에 영화의 OST를 들을 수 있는 링크를 걸어 놓겠다. 킬러에게만 독백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우리도 때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

∙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영화를 이번 주 추천작으로 올릴지 말지를. 그 이유는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더 킬러>는 독백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 관객에게 말을 걸지 않은 영화를 싫어한다. 그럼에도 내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딱 한 번! 영화는 당신에게 말을 건다. 그 장면이 무엇인지 찾아보길. 🧺

🎤  마지막 한 마디

∙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한 다큐 <영화, 보기의 미학>(2021)을 보면 영화의 다양한 예술적 측면을 다룬다. 내가 인상깊게 봤던 에피소드는 '복수의 미학'편이었다. 그 편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친절한 금자씨>를 두고 한 평론가의 놀라운 발견이 담겨 있다. 이 영화가 어떻게 복수할지를 두고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복수의 결과는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더 킬러>도 마찬가지로 관객에게 질문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