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슬래시

2025년 3월, 평화로울 권리

평화는 시민들의 권리입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평화를 적극적으로 누릴 권리를 다시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헌법의 주인인 시민들이 선출한 의사결정권자들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2025년 3월의 더슬래시, ‘평화로울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2025.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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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서로 배움의 이야기, 피스모모의 이야기를 전해요. (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피스모모 평화페미니즘연구소, 대안언론 더슬래시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12월 3일, 밤 10시 30분이라는 시간이 큰 점으로 멈출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몇 개월 째 회자되고 있는 ‘그 날 밤’ 저는 일찍이 잠에 들었다가 잠시 깼더랬습니다. 마침 새벽 잠에서 깬 짝꿍이 “비상 계엄을 선포했대! 근데, 끝났대!”라고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다면, 아침까지 깜빡 모를 뻔 했죠. 덕분에 추운 겨울 밤과 새해의 아침을 거리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더슬래시 필진으로 참여하신 김유미, 이경주, 성다인님의 글들도 모두 12월 3일로 시작합니다. 그만큼 그 날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뼈아프게 인지된 시간이었습니다. 장회익씨가 쓰고 우리사상연구소가 엮은 <우리말 철학사전(2002)>에서는 시간에 대해 이렇게 짚어냅니다. “인간이 시간의식을 지니게 되었다고 하는 사실은 곧 인간이 주체적 삶의 영위자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책 p.145-146)” 저는 이 문장이 ‘12월 3일 밤 10시 30분’을 ‘의식’하게 된 한국 시민들이 곧 헌법의 주체성을 찾게 되었다는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일상의 평온함으로 돌아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를 고민하며, 주체적으로 거리를 채운 시민들의 발걸음이 그랬습니다. 

응급실 간호사로 일하며, 119의 환자 수용 문의로 분주했던 중에 비상계엄 소식을 들은 김유미님은, “내가 살고 있는 이 평화는 누군가의 몇마디 말로 인해 이렇게 쉽게 부숴지고 깨질수있는 얇은 빙판 같은 존재였다는걸”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내가 서 있는 이 빙판이 깨지며 저 아득하고 차가운 호수 안으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습니다. 그래서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고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소년’과 같은 눈 높이에서 5.18을 목격했던 이경주님은 지금의 거리를 80년대의 거리와 빗대어 그립니다. 국가폭력 앞에 정당방위를 위해서라도 물리력을 사용했던 과거의 집회와는 달리, 가지각색의 응원봉과 ‘전국 집에 누워 있기’와 같은 독특한 깃발이 펄럭이는 평화적인 대항이 사회적 영향력을 증폭시키는 저변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면서도 서울서부지방법원 습격 등 극우 백래쉬에 주목하며, “극우의 등장과 보수의 급격한 퇴조”로 이어지는 보수의 위기임을 경고합니다. 

독일의 정치를 연구하고 있는 성다인님은 계엄 이후에 드러난 극우의 폭력적인 얼굴 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SNS로 결집된 젊은 세대의 극우화를 “극우 세력의 대중화”로 이름 붙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현상이 비단 한국 만의 상황이 아니며,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은 물론이고,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독일 포퓰리스트 극우 정당의 급부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만큼, 그 어느 때 보다 (이분법을 넘어 선) 모두의 힘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합니다.  

평화는 시민들의 권리입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평화를 적극적으로 누릴 권리를 다시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헌법의 주인인 시민들이 선출한 의사결정권자들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그 목소리를 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2025년 3월의 더슬래시, ‘평화로울 권리’를 이야기합니다.


2025년 3월, 

가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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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밤, 나는 평상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병원 3교대를 근무하고 있었던 나는 응급실에서 나이트 근무를 하며 정신없는 상황에서 동료에게 윤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언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매우 당황스러웠고 진짜인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계엄이라니 전쟁이라도 터진건가?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는 공포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아픈 환자들은 누워있고 119에서는 환자 수용 문의를 하는 상황에서 여기 가만히 있어도 맞는 걸까? 지금 우리는 안전할까? 라는 두려움을 품고 뉴스와 라이브방송을 켠 채 일을 하며 실시간으로 그날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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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3 내란 사태에 온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웃 일본에서는 한국의 방송들과 생중계 경쟁도 벌인다. 마침 일본에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온갖 질문 공세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질문 공세를 벗어나기 위해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인상 깊게 느낀 것이 무어냐고 되물어보았다. 대답은 電라이트이다. 펜라이트라고도 불리는데 우리말로 하면 응원봉이다. 일본에서도 선풍을 일으킨 뉴진스의 K-POP 동경 공연에 등장한 응원봉이 생중계 된 계엄반대 집회에 보이더라는 것이다. 세상에 그렇구나.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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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일 밤 느닷없는 메시지가 핸드폰 화면에 떴다. 윤 대통령 “종북 세력 척결/헌정질서 지키기 위해 계엄 선포”. 종북 세력? 지금 이게 2025년도라고? 계엄령(Kriegsrecht; Krieg:  전쟁, Recht: 법)은 전쟁 및 기타 비상사태 시 최후의 질서유지 차원에서 발동하는 것인데? 너무 황당했고 뭔가 착오가 있겠지 싶었다. 얼마 뒤 계엄사령부 포고령 전문이 속보로 떴다. 집회 및 언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탈하고 “처단”과 같은 폭력적 단어가 난무하는 계엄 포고령이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어떻게 감히 ‘국민’을 처단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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