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3호 [내 삶에서 좋아하는 것 3가지]

'사각 사각 사각'

2023.03.15 | 조회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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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다섯 명의 삶을 연필로 적어 보냅니다.

필통 친구들 안녕하세요! 갑자기 무슨 필통 친구들이냐고요구독자 선생님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 애칭을 만들었어요! 연필에겐 필통이 필요하니까요. 저희 연필들을 소중히 보관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어봤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한국인에겐 세 번의 새해가 있다고 하죠? 양력 1 1일과 음력 1 1일 그리고 3 2. 필통 친구들은 마침내 맞이한 새해를 잘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요.

 3월은 필통 친구가 골라준 주제인 ‘내 삶에서 좋아하는 세 가지’로 연필을 들어보았습니다. 필통 친구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싶어 4월부터는 필통 코너도 따로 만들어 보내 드릴 예정이에요!
 저희 연필을 읽고 나누고 싶었던 글, 소감, 홍보 등 자유롭게 보내주시면 내부 심사(?)를 거친 뒤 함께 발행할 거예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나를 엮는 세 가지 🧶🪡

 

얼마 전, SNS에서 태백의 벚꽃은 5월에 핀다는 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사람의 때를 벚꽃으로 비유하자면 3월에 채 피지 못하더라도, 5월에 피는 꽃도 있으니 때는 늦은게 아니라는 것. 또 어떤 벚꽃은 가을에 피기도 하니 봄에 제대로 피지 못했대도 언제든 또 필 수 있고, 또 피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최근 새로운 도전으로 축구와 일본어를 시작한 나에게 가장 용기를 주는 기폭제이자 늦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말이었다. 태백의 벚꽃과 가을의 벚꽃은 어쩌면 나일지 모른다는 희망도 함께 들며.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를 꼽자면 술도 있고, 친구도 있고, 책도 있지만 첫 번째로는 나 자신을 세워보고 싶다. 이건 스스로에게 너는 내가 가장 아끼는 존재이니 항상 전진해!’라고 말하는 일종의 응원인 셈인데, 나이 서른 줄에 해보고 싶은건 꼭 해보는 취미부자인 내가 지치지 말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보길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번째로는 ‘5월에 피우게 될 늦었지만 자신만의 시작점을 찾는 우직한 벚꽃으로 정하기로 했다. ? 근데 사실 나의 벚꽃은 이미 피었을 수도 있지 않나? 왜 나는 벚꽃이 아직 피지 않았다고 생각했을까. - 어쩌면 아직 더 이루고 싶은게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벚꽃을 두 번 피워보면 어떨까. 5월이 지나고 가을이 지났을 때 나에게 피어난 새로운 벚꽃들과 봉우리들을 찾아봐야겠다. 그때 글감으로 쓴다면 행복하겠군.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이 글을 쓰는 순간을 포함한 모든 글쓰기의 시간들이다. 어느 날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상담가는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두절미 글쓰기를 권유했다. 하루에 한 번 일기도 좋고 시도 좋고 노래도 좋고 다 좋으니 마음을 담아 글을 쓰라며 말이다. 글쓰는게 업이었던 적도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내 글을 써본 적은 많이 없구나 싶어 그때부터 글을 쓰게 됐다. 하루는 일기로 하루는 편지로 또 하루는 반성문 등으로 보여지는 글을 짓고 그걸 자양분 삼아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생각해보니 내 삶을 엮을 타래들이 너무 많다. 오늘 이 글을 마무리 하지만 계속 생각해 봐야겠다. 무엇이 나를 더 따뜻하게 뜨개질할 수 있을지.

 

by. 크레파스 


그게 되나 적당히 좋아하는 게

 적당히 좋아하는 법을 몰라 내 인생을 뒤흔드는 세 가지가 있다. 새해 다짐 목록에도 항상 들어가지만 늘 제자리걸음으로 가슴에 얹힌 죄책감 세 가지를 소개한다.  

술🍷

  우리 연필깎이는 언제 커서 아빠랑 술 마셔주나? 하고 조기교육을 받았던 미성년자 시절을 지나 아빠가 자랑스러워할 만큼 술을 웬만큼 마시게 된 나는 정말 술을 좋아한다. 취하는 것이 목적인 것 마냥 마시던 시절을 지나 돈을 버는 으른 이 되니 고급술도 마시고 술의 향과 맛에 눈을 떠 얇아지는 지갑에 비례하는 두툼한 뱃살을 얻게 되었다. 향과 맛을 과하게 즐기다 꽐라가 되어버리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주종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소주는 참이슬만 마시지만 선택지가 있고 같이 마시는 사람도 동요한다면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식 소주를 택한다. 이왕 술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서라면 안동소주같이 40도가 넘어가는 것들이 좋다. 맥주는 돌고 돌아 갓 딴 생맥주의 맛이 최고라 여름마다 몇 통의 케그를 사다 비웠는지 모르겠다.막걸리 역시 길들여진 입맛이라고 서울장수 생막걸리만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 삼척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울진 미소 생막걸리를 마시고 그 동네 하나로마트에 있는 울진 미소 생막걸리를 다 털어온 적도 있다. 울릉도 씨껍데기 막걸리도 독특한 향이 나는데 너무 맛이 좋아 사장님이 서울까지 택배비는 빼 주실 정도로 많이 사 마셨다.위스키와 칵테일도 없어 못 마신다. 새로운 맛을 알게되는 재미에 위스키와 칵테일의 세계는 잔고 털이의 주범이다. 

잠🛏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부지런하고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아침에 잠이 깨도 눈을 붙일 수 있는 최대치의 시간까지 버티다 죽상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회사에 나가야 하는 규칙적인 삶이 아니었다면 맨날 침대에 누워있었을 것이다. 주말 약속도 최대한 늦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의 시간을 잡고 약속이 없는 주말엔 정말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잤다 깼다를 반복할 수 있을 것이다. 잠을 너무 오래 자다 보면 꿈과 기억의 경계선이 모호해져 꿈을 기억해 내는지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인 것 헷갈릴 때가 있다. 타지로 여행을 가도 중간중간 낮잠을 꼭 자야 한다. 뉴욕 여행을 갔을 땐 너무 졸려 센트럴파크 잔디밭에 누워 두 시간을 내리 잔 적도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그대로 방바닥에 쓰러져 밥시간이 되기 전까지 까무룩 자는 것이 최고의 단잠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잠들면 정말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 꿈도 꾸지 않고 단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 일어날 땐 꼭 죽었다 살아나는 기분이 든다.

인터넷💻

 정말이지 인터넷을 붙잡고 있는 시간만 줄여도 잠을 더 잤고 책을 더 읽었으며 딴짓을 해도 생산적으로 했을 것이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전화를 쓸 수 없던 시절을 지나 눈 뜨자마자 잠들기까지 들여다봐 시력을 걱정해야 할 판인데도 하루의 반 이상을 인터넷 접속으로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물론 인터넷을 하면서 좋은 정보를 얻어 삶이 윤택해지긴 했지만 너무 지나친 것이 문제다. 그나마 PC를 사용해야지 접속할 수 있었던 시절은 강제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하루 종일 조몰락 거릴 수 있는 핸드폰으로 접속하는데도 요금제 폭탄을 안 맞는 이 좋은 시대가 내 좋은 시절을 다 가져가버렸다. 게다가 요즘엔 1~2분 내외의 짧은 영상을 무한정으로 넘기며 보는 콘텐츠가 생겨 집중력이 말 그대로 '박살'난 기분이다. 구독 레터를 읽겠다고 인터넷에 접속했다가 다른 샛길로 방황한 삶을 산지 어언 2n 년... 손안의 작은 기계가 스마트한 삶을 꾸려줄지 바보상자가 되어 얼마나 많은 허송세월을 보낼지는 내 손에 달렸다.

 

ㅍ아무리 좋아하더라도 오래 곁에 두고 즐기려면 잠식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한다. 2023년에는 위의 세 가지를 잃고 '갓생' 살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by. 기차 연필깎이


멀티태스킹, 이제는 빠-이.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때, 실제로는 단지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매우 빨리 전환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이 매번 멀티태스킹을 할 때마다인식의 비용이 든다.”

-Earl Miller(MIT뇌신경학자)

멀티태스킹이 뇌에 좋지 않아서 심하면 치매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봤다. 요즘따라 멀티태스킹이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컸던 나에게 실로 엄청난 정보였다. 공부를 할 때도 깜깜한 독서실에서, 음악도 듣지 않고 고요할 때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원래 동시에 두 개를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나였기에 사회에 나오면서 가장 열심히 배운 것이 '멀티태스킹'이었다. 교실 사방에 있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며 수업 진행을 해내는 능력으로서 선배님께 그 단어를 처음 들었다. 좋고 필요해보이나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교사에겐 좀 무거운 짐이다. 계속 움직이는 5살의 16명이 뭘 하는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를 해야한다니해내지 못하면 아이들이 다치거나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결국 조금씩 노하우를 만들어갔다. 옆 눈을 광각으로 가장 넓게 퍼트릴 수 있는 자리에 내 몸을 놓고 오감 중 특별히 하나에 너무 쏟지 않으면서 나누어 정보를 적절히 받는 것이다.

덕분에 소모율을 줄일 수 있었지만 일의 시간이 끝나면 극단적으로 무디고 흐물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시선과 주의를 분산하여 각각에 얇게 생각하는 습관도 생겨서 일상에 집중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삶에서 나 다운 태도를 알고 지켜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태도는 주변에게도 표면적으로 전달되지만 그에 앞서 내 생각과 서로 연결되어 스스로를 향한 믿음과 안정감을 형성시킨다. 내 생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행동들이 모여 일관성과 융통성을 갖추면, 기존의 것과 조화되는 태도가 심화되어 더해지거나 때론 감소된다. 하나의 예로 멀티태스킹이라는 행동을 꽤 오랜 시간동안 반복하다보니, 높은 영향을 끼치면서 내 안의 조화에 금이 갔던 것이다.

다시금 하나씩 집중해서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나다운 태도는, 매사에 진지하고 깊이 들여다보는 것. 작아보이고 별 거 아닌 일이라고 넘겨지는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의미를 찾고 싶어하는 정성 어린 마음. 그리고 결국 그 의미를 불어 넣어주는 열정이다.

아이들을 보는 시선도 그렇다. 지금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바라보지 않으면 놓치게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시선과 함께 가기 위해 내 시선을 고르게 나누기보다 함께 깊이 빠지기를 선택해보려고 한다. 한사람씩, 지금에 대해  많이 질문하고 들으며 상상해야지! 앞으로 더 재미있어질 거 같다.

by. 동글연필 


가장 따스한 순간들✨

by. 마커


3월의 편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공기 냄새가 느껴지는 계절이 되었어. 어느 곳에서 태어나 우리를 만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2011년 3월 25일 - 네가 태어난 날짜는 알고 있지. 속절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2023년 3월 25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동그란 눈망울과 콩으로 박아 놓은 것만 같던 검정 코가 완벽한 비율을 이루고 있던 너. 첫 만남을 기억해. 너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잔뜩 웅크리고 구석에 조용히 있었어. 왠지 기죽어 보이는 모습에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건 아닌지 많이 걱정했지만 괜한 기우였지. 너와 열두 번의 계절 바뀜을 경험하며 누구보다 독립적이고 자기 의사 표현이 확실한 아이인 걸 알게 되었어. 그렇게 너는 고집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막냇동생이 되었지. 

스무 살이 넘어 만난 운명처럼 만난 막내 덕분에 우리 가족은 완벽한 행복부터 순수한 슬픔까지 알 수 있었어. 각자 바쁜 생활 속에서도 식사하며, TV를 같이 보며 한 번 더 박장대소하고 말 한마디를 건넬 수 있었던 건 너 때문이었어. 앞으로는 우리 4명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재잘거려야 겠지. 지지고 볶고 징그러울 때도 있지만, 누구보다 건네주는 위로의 힘이 가장 강한 것이 또 가족임을 알기에 우리 4명은 의연하게 이 시기를 견뎌낼 거야. 

뻔하지만 이 얘기도 하고 싶다. 지금 주어진 이 시간의 소중함을 너로 인해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어. 1분 1초라도 지나면 다시 오지 않는 그 순간들을 말이야.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내뱉었던 수많은 약속이 스쳐 지나가. 우리는 유한한 시간 속에 살면서 왜 무한한 시간이 있는 것처럼 행동할까. 네가 보내온 하루하루가 어땠을지 궁금해. 인간보다 빠르게 흐르던 너의 하루 속에는 우리 가족으로 인해 어떤 감정들로 채워졌을까. 욕심을 부려보자면 부디 행복했던 감정으로 가득하기를.

예르야. 네가 좋아하던 산책길을 걸으며 생각해. 흩날리는 벚꽃을 머리 위로 맞으며, 한낮의 무더운 땅의 기운을 받으며, 바스락거리는 낙엽 더미의 소리를 느끼며, 차갑게 쌓인 눈을 피해가며 이제는 너와 교감할 수 없지만, 꿈속에서는 바다를 수영할 수도, 하늘을 날 수도, 어쩌면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도 있으니 그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다고. 

그러니까, 나는 너와 가족으로 지냈던 지난 모든 시간과 너를 그리워하는 지금,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에 감사해할 거야. 

 

by. 연필심


 

연필로 쓰는 우리를 소개합니다 👭
기차 연필깎이🚂   
정갈하고 뾰족하게 고장 없이 연필을 깎아주던 기차 연필깎이처럼 오래 쓸래요.
동글연필💫 아이들 사이를 동그르~ 굴러다니며, 함께하는 일상을 끼적여요.
마카🗒   슥슥- 연필의 유일한 그림쟁이입니다. 작은 네모칸에 제 생각을 담아 보여드릴게요.
연필심✏   단단함과 무름을 모두 가진 연필심처럼 유연하게 보고 듣고 생각하고,그렇게 살고 싶어요.
크레파스🖍   왕초보 여자축구 동호인. 축구로 인생을 다채롭게 그리고 있어요. 제 도화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요.

 


4월 주제 : 거짓말
필통 친구들의 글을 모십니다!
4월부터는 필통 친구들의 코너를 따로 만들어 발행할 예정이에요 
저희 글에 대한 소감, 다른 필통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픈 소식이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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