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지적 피로의 누적 곡선)
인지 심리학의 관점('자원 고갈 모델')으로 발골한 수능 영어
- 70분의 가스라이팅
분명히 아는 단어인데 글자가 둥둥 떠다니는 기분, 시험 종료 10분을 남기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뇌정지'를 경험해 보셨나요?"
많은 이들이 이를 '실력 부족'이나 '긴장'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 그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이것은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자원 고갈 모델(Ego Depletion)'에 근거한,
평가원의 치밀한 설계에 의한 결과입니다.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력은 근육과 같다'는 자원 고갈 모델을 소개하며,
인간이 가진 인지적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초콜릿 쿠키와 무' 라는
흥미로운 실험으로 설명합니다.
먼저, 피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갓 구운 향긋한 초콜릿 쿠키와 생무가 놓인
방에 넣습니다. 그룹 A (자원 소진 그룹)는 초콜릿 쿠키를 먹고 싶은 유혹을 참고
무만 먹어야 합니다. 많은 의지력이 소모되는 일이죠. 꿀꺽
한편, 그룹 B (대조군)은 초콜릿 쿠키를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오예~
이후 실험자는 두 그룹에게 풀기 매우 어려운 수학 퍼즐을 줍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쿠키의 유혹을 참느라 에너지를 쓴 그룹 A는 그룹 B보다 훨씬 더 빨리 포기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평가원의 음흉한 속내를 살펴보죠.
1. 허위 안도감과 스파이크(Spike)의 기습
평가원의 설계
듣기 평가가 종료되면 목적(18번), 심경(19번), 주장(20번)처럼 누구나 30초 내외로
풀어낼 수 있는 '만만한 문항'들을 연달아 배치합니다. 이 구간에서 여러분은 ‘오, 쉬운데?’라는
허위 안도감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면 뇌는 경계 태세를 늦추고 에너지를 이완시킵니다.
뇌가 무방비하게 풀어진 순간, 평가원은 느닷없이 21번(함축 의미 추론)이라는
고난도 3점짜리 스파이크를 날립니다.
평지에서 갑자기 절벽을 만난 여러분의 뇌는 당황하며 대량의 에너지를 한꺼번에 인출하게 되고,
여러분의 페이스에 살짝 균열이 시작되죠.
'잔잔한 파도'의 재등장 (22~28번: 요지부터 안내문까지)
저기 요지 문항이 보입니다. 휴. 살았다.
21번에서 멘탈이 살짝 흔들린 여러분은 다시 안정을 되찾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안정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안심과 방심의 늪에 빠졌으니까요.
평가원은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닙니다.
여러분뇌의 긴장도를 최저로 낮춰 '사유의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이 속도라면 다 풀 수 있겠다’는 착각을 심어주어, 이후 닥칠 폭풍에 무방비하게 만드는 거죠.
자, 정신머리 꽉 붙들어 매세요. 이제 내려갑니다. :)
융단폭격의 시작(29~34번: 어법/어휘/빈칸의 4연타)
뇌를 질질 끌려가게 만드는 '인지적 껌딱지' (29~34번)
22~28번(주제, 도표 등)의 비교적 평탄한 길을 걸으며 "이제 좀 살만하다"고 느낄 때쯤,
갑자기 어법, 어휘, 그리고 빈칸 4형제가 등장합니다.
여기서 평가원은 여러분이 문제를 '맞히느냐 틀리느냐'에는 관심 없습니다.
진짜 목적은 여러분의 뇌 에너지를 바닥까지 긁어내서 고갈시키는 것이니까요.
어법, 어휘, 빈칸 유형.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어법 문제를 풀어도 개운하지 않고, 어휘 문제는 더 헷갈리고, 31번 빈칸 문제를 풀다가
도저히 모르겠어서 32번으로 넘어가죠. 32번을 읽고 있지만, 뇌의 한쪽 구석은
여전히 ‘아까 그 31번 단어가 뭐였지?’라며 31번에 매달려 있습니다.
마치 어두운 방에서 밝은 전구를 보다가 눈을 감아도 잔상이 남는 것과 같습니다.
앞선 문제에서 해결되지 못한 찝찝함이 '인지적 껌딱지'처럼 뇌에 딱 붙어서,
다음 지문을 읽을 때 생각의 시야를 덮어버립니다.
임종의 늪 (35~39번: 순서/삽입)
잔인한 출제자는 여러분의 멘탈을 너덜너덜 털어놓고 '논리 퍼즐'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이제 지문을 읽는 게 아니라 ‘검은 건 글자요, 흰 건 시험지’ '인지적 실명' 상태에
빠집니다. 인간의 뇌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뒤 급격한 피로를 느끼면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시야' 현상을 겪기 때문이죠.
인지적 파산과 임종 (41-45번: 장문 독해)
자,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세요. 몇 분 남았습니까?
OMR 마킹할 시간도 없네요. 😊
장문 독해라는 비교적 쉬운 보너스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시험 종료 직전이라
손도 못 대고 찍어 버리죠. 오늘은 3번으로 찍자.
평가원의 의도가 완벽히 성공하네요. 인지적 능력이 남아있을 때 풀었어야 했는데,
이렇게 여러분의 8-10점이 날라갑니다.
자, 이것이 평가원이 설계한 70분의 가스라이팅의 스키마(schema)입니다.
수능 영어는 영어 실력을 묻는 게 아니라, '누가 더 빨리 인지적으로 파산하는가'를 겨루는 잔혹한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Why so serious? 너무 진지해지지 마세요. 이건 ‘게임’입니다.
p.s 구체적인 방법론이 필요한가요?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 레터를 쓰느라 지금 인지적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