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맥거핀(MacGuffin)의 정체-‘그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원래 맥거핀은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이 만든 용어입니다.
극 중 주인공들이 목숨 걸고 쫓는 '가방 속의 보물'이나 '비밀 문서' 같은 거죠.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 그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오로지 관객과 주인공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도구일 뿐이죠.
여러분이 몹시 배가 고파서 햄버거 가게에 갔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의 목표는 오로지 '햄버거'를 먹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게 주인이 갑자기 이렇게 방해합니다.
"손님, 이 햄버거 패티는 나이로비에서 온 유기농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왼쪽 갈비 살로
만들었고요, 소스는 1990년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배고파 죽겠는데, 망할 주인은 햄버거를 안 주고 패티의 역사에 대해 10분 동안 설명합니다.
여러분은 패티의 역사를 외우느라 이미 에너지를 다 썼습니다.
막상 햄버거를 한 입 먹으려니, 너무 지쳐서 맛도 안 느껴지고 입맛이 뚝 떨어집니다.
이게 바로 '인지적 파산'입니다.
그 문장 자체를 해석하려고 끙끙대지 마세요.
그건 그냥 여러분을 유혹하는 맥거핀입니다.
진짜 힌트는 그 주변의 평범한 문장에 숨어 있습니다.
자, 그럼 26년 수능 21번에 숨어있는 맥거핀을 집도의인 피쥐마니테가 발골해보겠습니다.
메스(scalpel)!
밑줄 친 made a lot of work less sticky가 다음 글에서 의미하는 바로 가장 적절한 것은?
Digital platforms have made a lot of work less sticky. As work becomes ever more modularised, commoditised and standardised, and as markets for digital work are created, ties between service work and particular places can be disconnected. While the business process of outsourcing that emerged in the 1990s allowed large companies to take advantage of a ‘global reserve army’ by moving their call centres to cheap and distant labour markets, cloudwork changes the volume and granularity at which geographically non-proximate work can take place. A small business in New York can hire a freelance transcriber in Nairobi one day and New Delhi the next. No offices or factories need to be built, no local regulations are observed, and ― in most cases ― no local taxes are paid. The switch in the production network of work happens by simply sending some emails or clicking some buttons on a digital work platform. And, in this way, the employer leaves behind no material traces in the places where it was once an employer.
* commoditise: 상품화하다 ** granularity: 과립상(顆粒狀)
①weakened the geographical expansion of local business
②allowed business to be less complicated in its hiring process
③settled the locational dilemma of the global markets
④relieved the strict legal processes of regional outsourcing
⑤elevated the spatial flexibility in conducting business
밑줄의 함정: 'Sticky'라는 끈적한 맥거핀
"Work less sticky? 일이 덜 끈적거린다고?”
여러분은 이 문장의 은유적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뇌의 가용 자원을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밑줄은 주제를 함축한 껍데기일 뿐입니다. 여기에 매달리는 순간
'인지적 껌딱지'가 되어 다음 문장을 읽을 에너지를 다 뺏기게 되죠.
요격 지점(Point of Attack): 'Disconnected'와 'Place'
사실, 핵심 정보는 ties between service work and particular places can be
disconnected에 다 들어있습니다. Place(장소)와의 연결이 Disconnected(단절)되었다는
사실만 쥐고 가면 끝입니다.
맥거핀 소거: 90%의 불필요한 정보들
‘global reserve army’ (글로벌 예비군), cloudwork(클라우드 워크),
Nairobi,(나이로비)같은 구체적인 사례들은 오로지 독자의 시간을 뺏고
뇌 배터리를 방전시키기 위한 장식물들입니다.
결국 마지막 문장의 leaves behind no material traces(물리적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다'는 주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줄 뿐입니다.
최종 타격: 선지 요격
본문에 나오는 'place는 ⑤번 선지인 elevated the spatial flexibility in conducting
business에서 'spatial (공간적인)’으로, 'disconnected(단절된)’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
'Flexibility(유연성)'로 완벽하게 치환됩니다. 나머지 선지는 ‘장소/공간’ 이라는 키워드조차
없는 오답일 뿐입니다.
지문에 나오는 '과립상(granularity)' 같은 단어들? 몰라도 답 고르는 데 지장 없습니다.
여러분의 시선을 뺏으려는 반짝이는 미끼일 뿐입니다.
‘뉴욕의 소기업이 나이로비의 프리랜서를 고용하고...’
이런 건 그냥 '장소 상관없음'이라는 한 문장을 늘려 놓은 풍선껌입니다.
결국, 여러분은 철학적이거나 난해한 단어들, 또 지나치게 현란한 레토릭(수사)같은
난무하는 맥거핀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시간을 다 허비하고 판단 불능의 상태가 됩니다.
가장 잘 보이는 곳이 가장 사각지대다
에드가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를 알고 있나요?
파리 경찰은 도둑맞은 편지를 찾기 위해 범인의 집을 샅샅이 뒤집니다.
가구를 다 뜯고, 바늘로 의자를 찌르고, 현미경으로 벽지를 관찰하죠.
과연 편지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탐정 뒤팽은 편지가 태연히 편지꽂이 맨 앞줄에 낡고 구겨진 채로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범인은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 편지를 숨겨둔 것이죠.
출제자는 여러분이 ‘도둑맞은 편지’의 경찰처럼 수능 영어 지문을 한 단어 한 단어 핥듯이
읽으며 '현미경 해석'을 하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나머지 '맥거핀'의 늪에 빠지도록 말이죠. (사악하다. 사악해)
러프(rough)하게 말해보죠.
지문의 80%는 쓰레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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