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게의 쓰줍레터
2025. 8. 25.
Vol. 13
'정갈한 마음'
CURATION
쓰줍게가 모은 콘텐츠
나는 헌 옷들이 당연히 지방에서 처리되는 줄 알고 있었다. 알고 보니 대부분 수출되었고, 주로 아프리카 대륙이나 인도가 종착지였다. 옷을 버리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 마법처럼 사라지는 게 아니구나. 이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가장 놀랐다. 두 번째로 놀란 건 한강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의 절반 정도가 옷에서 나온다는 사실이었다. 보통 테이크아웃 커피잔이나 페트병에는 경각심을 갖지만 옷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빨대를 줄이고 페트병을 줄여봤자, 옷을 입는 생활 패턴이 바뀌지 않으면 문제의 절반 이상이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김가람 PD,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연출
쓰줍게가 처음 참여한 오프라인 환경 행사는 '쓰레기 투어'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쓰레기가 처음 버려지는 순간부터 분류되고, 매립되고, 때로는 소각되거나 재활용되기까지. 사람의 손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마주하게 되는 생리 주기를 따라가는 경험이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정'들을 보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시간이었죠.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는 쓰레기 투어의 '옷' 버전입니다. 버려진 옷들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이 다큐멘터리는 폐기 의류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가 미처 시야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들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어줍니다. 2022년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공개 당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쓰줍게는 나름대로 여러 쓰레기 이슈를 알아보고, 또 나누어 왔는데도 이번에 와서야 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인상깊은 창작물을 볼 때면 늘 그것을 만든 창작자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김가람 PD는 환경 전문 다큐인 '환경스페셜'에서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여러 환경 이슈들을 전달하고 있어요. 성실함과 단단함, 그리고 명확한 메시지까지. 영상과 인터뷰를 함께 보며 입체적인 감상을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이 링크에서, 인터뷰 전문은 이 링크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ESSAY
정갈한 마음
되어본 적 없는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 문학가이자 번역가인 전혜린은 페른베 fernweh 라는 단어를 썼다. 먼 곳에 대한 동경으로도 번역되지만, 그녀는 '그리움'이라는 단어를 고른다. 아직 닿지 못한 '나'의 모습은, 자신이 몇 번이고 상상하고 그려왔던 자기 자신의 모습일 것이기에.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직 그곳에 이르지 못한 자신을 그리워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의 내면에는 늘 '내가 되고싶은 나'의 모습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직업적 성취를 이룬 나를, 또 다른 누군가는 경제적 독립에 도달한 나를 상상한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친구들과 미래의 자기 자신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적이 있다. 오가는 말들 속에서 나는 '단순하고 정갈한' 마음을 가진 어떤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갈하다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깨끗하고 깔끔하다'는 것이다. 흔히 정갈한 일상, 정갈한 마음가짐이라는 말을 쓸 때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기도 한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삶과 사람.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과감하게 걷어내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쓰레기를 줍는 일은 여전히 즐겁지만, 그보다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지 않고 덜어내는 삶.
과거의 내 모습을 되돌아 보면, 예전에 비해 아주 조금은 그런 삶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유력한 증거가 되어준다. 이곳에서 글을 쓰고, 쓰레기를 줍고, 간단한 콘텐츠를 만들며 얻는 뿌듯함의 출처가 그곳에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방향으로 계속 걷다보면 조금씩 그런 마음들에 가까이 가고 있다는 확신이 찾아온다. 취미로 시작했고, 여전히 취미이기도 하지만, 잠깐 멈출 때가 있더라도 그만두지 않고 이어가자고. 나 자신에게 되뇌이면서 매주 글들을 써내려가고 있다.
ARCHIVE
쓰줍게가 만든 콘텐츠
제주 제주시에서의 쓰줍
제주공항 바로 옆에는 용두암과 용담계곡이라는 멋진 장소가 있습니다. 풀과 계곡, 바다를 모두 볼 수 있어 좋은 산책 코스인데요. 이곳을 짧게 산책하며 간단한 쓰줍을 했습니다. 관광지라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었지만 곳곳에 플라스틱 컵과 페트병들이 있었어요. 깨끗한 자연을 볼 때 충만해지는 마음만큼, 쓰줍을 통해서도 비슷한 마음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익산시 낭산면에서의 쓰줍
대학 시절 익산에 농활을 자주 갔었습니다. 몇 년만에 농활 갔던 마을에 다녀왔는데 간단히 쓰줍도 하며 마을 한바퀴 산책했습니다. 농촌답게 밭일 하면서 마신듯한 음료수 캔과 페트병이 꽤 많았습니다.몇 년이 지나도 조용하고 변하지 않는 풍경입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 30년
‘버린 만큼 돈을 내는’ 제도, 쓰레기 종량제가 2025년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여러 환경정책 중에서도 유독 독특하고 긍정적이라고 평가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쓰줍게가 쓰레기 종량제를 집중적으로 설명드린 후,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간단히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이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시 서초구에서의 쓰줍
집 주변 가벼운 산책 겸 재활용 쓰레기 쓰줍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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