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맛 팝콘] - 프랑크푸르트 한국 영화제 방문기

안녕하세요 옥수수🌽여러분, 영평🏃🏻‍♀️입니다. 어느덧 한 해가 저물어 가네요. 코로나로 인한 입출국 제한과 자가격리 규정이 완화되면서 저는 올 하반기는 출장 끝나면 출장, 다음 출장이 끝나면 또 다음 출장을 준비하는 바쁜 나날들을 보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비행기에서 내린지 아직 24시간이 되지 않아서 약간 헤롱대는중🥱)

이번주 레터는 현재 독일에서 체류하고 있는 신규✨게스트 에디터 브레첼의 (박수~~) 생생한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 후기를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한국 영화제'는 독일을 포함하여 영국, 이탈리아, 헝가리 등 여러 국가에서 개최되고 있는데요. 보통 재외공관인 한국 문화원이나 대사관이 주최하고 있습니다. (단, 이탈리아 피렌체 한국영화제 같은 예외도 존재) 

그럼, 저 멀리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어떻게 한국 영화가 소개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연은 아래에서 만나보시죠! 브레첼 고마워🙏

By 브레첼🥨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멀리 독일에서 처음 인사 드리는 객원 에디터 브레첼🥨입니다. 못 다한 꿈을 이루고자… 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사실은 그냥 별 생각 없이 무작정 독일에 와서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필명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다 독일 느낌이 물씬 나는 브레첼로 골랐는데요. 소시지라고 하기엔 채식이 대세인 요즘 분위기를 거스르는 것 같고, 감자라고 하기엔 인스타툰 계의 제왕님이 계셔서 부담스러운 까닭에 애정하는 미드 <프렌즈>의 히로인 레이첼과 이름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한 브레첼을 선택했습니다. 

프레첼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이 빵을 독일에서는 브레첼(Brezel)이라고 부릅니다. 수산화나트륨을 겉면에 발라 구워서 특유의 갈색 윤기가 돌고 고소한 맛이 나는 라우겐브레첼(Laugenbrezel)은 독일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독일의 국민 빵입니다.

예전에는 1유로도 안 하는 적은 돈으로 쉽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었다는데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고공행진 중인 요즘은 1유로는 넘는 것 같아요. 브레첼을 후무스에 찍어 먹는 것이 요즘 저의 최애 아침식사입니다. TMI가 너무 길었네요. 앞으로도 에디터님들이 허락하신다면(!) 브레첼처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자꾸 손이 가는 독일의 영화계 소식을 종종 전해드리겠다는 포부를 밝혀 봅니다…!

얼마 전 10월 20일부터 26일까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가 열렸습니다. 벌써 11회를 맞이한 이 영화제는 ‚Project K‘와 주프랑크푸르트 대한민국 총영사관의 주최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Project K‘는 프랑크푸르트 괴테 대학교의 한국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민간 단체인데요.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는 현지 학생들을 중심으로 기획되며 모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

2012년이면 K-컬처가 지금처럼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 전일 텐데, 독일 친구들이 영화제를 시작할 정도의 적극적인 실행력과 열정을 보여준 것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처음에는 괴테 대학교 안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다, 이제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최될 정도로 규모가 커졌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You Hit Pause, We Hit Play“ 라는 모토로 어두운 일상 속 휴식,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는 메시지 하에 선정한 21편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이번 영화제의 문은 이정재 감독의 연출 입봉작, <헌트>가 열었습니다.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배우 이정재의 연출작이자 칸 영화제와 토론토 국제영화제 등에서 이미 주목 받았던 <헌트>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현지인의 관심을 끌기 좋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정재 배우는 2015년에 영화 <암살>과 함께 제4회 영화제를 방문했는데요. <헌트>의 또다른 주연 배우인 정우성 배우도 바로 다음해 영화 <아수라>로 직접 프랑크푸르트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올해는 아쉽게도 감독이나 배우의 무대인사는 진행되지 않았는데요. 있었다면 경쟁이 정말 치열했을 텐데 말이죠. 물론 저는 예매에 실패해서 울다가 멀리서 까치발을 총총 들며 겨우 배우님들의 머리털만 봤을테지요…

폐막작은 홍상수 감독의 <소설가의 영화>가 선정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11월 10일 <Die Schriftstellerin, ihr Film und ein glücklicher Zufall>이라는 제목으로 독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직역하면 <소설가, 그녀의 영화와 운 좋은 우연> 정도가 될까요..?) 올해 베를린 영화제에 이어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차지한 <소설가의 영화>가 독일의 일반 관객 사이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을 지 궁금해집니다.

이외에도 <범죄도시2>, <킹메이커>, <비상선언>, <한산> 등 한국의 대중영화를 비롯해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 베를린 국제영화제 어린이•청소년 영화 부문 초청작 <비밀의 언덕>, 퀴어 다큐멘터리 <모어> 등 독립예술영화까지 폭넓게 소개하는 구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제는 총 2곳의 영화관에서 개최되었는데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는 독일의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인 CineStar Metropolis Frankfurt am Main 지점에서, 24일부터 26일 3일 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이자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Eldorado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저 브레첼 에디터는 여러분께 좀 더 많은 장면을 보여 드리기 위해…! 두 영화관 모두 다녀왔습니다;)

먼저 10월 22일 토요일 저녁, CineStar Metropolis관을 찾았습니다. 이 곳은 제가 독일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봤던 영화관이기도 한데요. CineStar는 독일 전역에 지점이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입니다. 그 영화는 바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였는데요. 영화 시작 전 상영관 안에서 영화관 직원이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 여름이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어요.

이 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 영화는 보지 못 하고 영화제를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해 잠깐 들렀는데요. 밖은 평소와 다르지 않아서 영화제를 하고 있는 건가… 의아해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1층으로 올라가니(독일의 1층은 한국식 2층입니다. 1층은 Erdgeschoss, '지층‘이라고 불러요.) 바로 보이는 포토존! 호랑이와 귀여운 풍선으로 장식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독일 학생으로 추정되는 안내 담당자 분들이 저를 반겨주었는데, 영어로 말을 건네서 당황한 나머지 어버버 하다 Yes. 한 마디 하고 독일어로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독일어도 잘 못 하지만 독일어 배우면서 기본적인 영어 회화를 다 잊어버린 브레첼…)

영화 예매는 하지 않았고 구경하러 왔다는 저에게 적극적으로 Round Up(범죄도시2)를 홍보하던 스탭 분의 열정에 잠시 감탄하다 바로 옆에서 무언가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머뭇거리고 있는 저에게 열정 스탭 언니(아마도 동생이지만 예쁘면 다 언니니까요)는 한국 음식과 음료가 준비되어 있으니 체험하고 가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건넸죠.

"공짜인가요…?“ "네, 그럼요!“ 공짜란 말에 잇몸을 만개하며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국인인데 한국 음식 무료 체험이라는 게 좀 염치가 없긴 했지만… 저는 옥수수 여러분께 현장을 전달해드려야 하니까요!

상영작 포스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화관 한 편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의 세계인이 한국영화제에 모여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프랑크푸르트가 워낙 인터내셔널한 도시이긴 하지만 한국 영화와 한국 문화를 찾아 온 각기 다른 모습의 사람들을 직접 눈으로 목격하니 감회가 새로웠어요. 

현장에서는 한복 입기 체험, 공예 체험, 한식과 전통주 체험 등 여러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낮에는 K-POP 댄스 페스티벌도 진행되었다고 해요. 저는 이 곳에 살면서 종종 지하철 역사 안이나 광장에서 K-POP에 맞춰 단체로 춤을 추는 청소년들을 목격하는데요. 볼 때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아 가끔은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긴 내가 사는 세상이 맞나… 메타버스인가… 해외에 살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는 마음이 무엇인지도 알 것 같고요. 수년 전 여행을 왔을 때에 비해 달라진 한국 문화의 위상을 여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이벤트는 비한국인 친구들에게 양보하기로 하고, 저는 한식과 전통주 체험, 그리고 한국과 관련된 퀴즈 풀기에 참여했습니다…! 한국인이 하는 한식과 전통주 체험이란… 주최하는 입장에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타겟이었겠지만요. 공짜 닭강정과 술을 마다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흔쾌히 주셨다고요…!(항변)

음료는 백세주와 ‚츄파츕스 스파클링 오렌지맛‘을 시음했습니다. 무알콜 한국 음료도 한 켠에 마련되어 있었거든요. 닭강정은 식었는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맛있어서 동행자에게 두 개 더 받아오라고 옆구리를 찌르다가 인간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습니다.

입안에 퍼지는 매콤달콤한 즐거움을 느끼며 퀴즈를 풀기 시작했는데요.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일단 첫 번째 문제: Welche Stadt ist das koreanische Silicon Valley? / 한국의 실리콘 밸리는?

두 번째 문제:Wer erfand die koreanischen Schriftzeichen, auch als Hangeul bekannt? / 한글을 누가 창제했는가?

특히 두 번째 문제는 중학교 시절 과학 선생님의 출제 방식을 생각나게 하는… 1번과 2번이 복수 정답이라고 싸워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출제자의 농간이 가득한 문제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같은 문제를 받아 든 앞자리의 방문자 분들이 „하나도 모르겠어!“라고 하는 아우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초록창에 검색하면서 겨우 문제를 다 풀었는데 결국 하나를 틀리고 말았어요. 그렇지만 점수와 상관없이 뽑기로 경품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저는 기념 티셔츠, 동행자는 마스크팩을 받았답니다. 다른 경품으로는 『82년생 김지영』과 『대도시의 사랑법』 독일어판 책이 있었는데요! 선물을 바꿔주면 안되냐고 매달리는 진상 참가자는 동행자가 끌고 간 덕분에 못 볼 꼴을 면했습니다. ㅠ_ㅠ

아쉬운 마음은 닭강정과 음료를 시식, 시음한 후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받은 쌀강정 과자로 달랬습니다. 이것이 또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감탄을 금치 못 했어요. 타국에서 오랜만에 한국의 맛을 한껏 즐길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외국인 방문객들에게는 자원봉사자들이 개개인의 이름을 한글로 써주는 이벤트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작지만 알찬 즐거움이 가득한 프로그램들로 많은 방문객들이 저처럼 유쾌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10월 24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관 Eldorado를 방문했습니다. 상영관이 하나인 작은 영화관이었어요. 저도 첫 방문이라 들뜬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영화관 입구에는 상영시간표를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여기서 잠깐, 독일 영화관의 상영시간표에는 한국에는 없는 특별한 표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어린이 영화를 제외하고는 외화를 대부분 한글 자막과 함께 상영하는 한국 영화관과 달리 독일에서는 아직도 더빙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자막이 있는 영화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요. 독일인들은 자막이 화면을 가리는 것을 불편하다고 생각한다는데요. 만약 상영 일정에 아무 표시가 없다면, 그 영화는 기본적으로 독일어 더빙판입니다.

그러면 할리우드 영화들도 독일인들은 모두 더빙으로 보느냐? 그것은 아닙니다.

상영 시간표에 OV(Original Version)라고 표시되어 있는 상영 일정은 원어로 상영됩니다. 그러나 자막 없이, 정말로 원어 사운드와 화면만 제공됩니다. 우리로서는 한글 자막 없이 영화관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데요. 그래서 제가 <닥터스트레인지 2>를 OV로 처음 보았을 때 당연히 독일어 자막이 있을 거라고 믿고 ‚영어로 안 들리는 건 자막을 보면 대충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야심차게 극장에 갔는데 세상 깨끗한 화면이 펼쳐져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최소 40대 이하의, 교육을 받은 독일인들은 무리없이 OV 영화를 즐긴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독일인들이 대부분 유창한 영어를 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요. 영어도 독일어도 부족한 제게는 조금 안타까운 환경입니다. 이렇게 스파르타로 언어 공부까지 해야 하니 좋은 환경이라고 해야 할까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가 주가 되는 영화의 경우에는 더빙이나 OmU 방식으로 상영됩니다. OmU는 Originalfassung mit Untertiteln의 약자로, 오리지널 버전에 독일어 자막이 추가된 형식입니다. OmeU는 Originalfassung mit englischsprachigen Untertiteln의 약자로 오리지널 버전에 영어 자막이 추가된 형식이며 독립예술영화관에서 주로 만날 수 있습니다. 

Eldorado에서는 공간이 협소한 탓인지 다른 프로그램은 진행되지 않은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아담한 영화관이 주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저는 드랙퀸 모지민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모어(I am More)>를 관람했습니다. 얼마 전 초록 에디터님이 다녀오신 DMZ 영화제 후기에서도 잠깐 언급되었던 작품이죠. 이 영화는 OmeU 형식으로 상영되었어요.

퀴어 영화에 관심 있는 옥수수 여러분은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는데요. <모어>는 이일하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작가 누군가의 자식, 친구, 연인 성소수자, 드랙퀸, 끼순이 그리고 토슈즈 신는 미친X, 이 모든 수식어를 포함하는 인간 모지민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수상을 이어가며 주목받은 작품이죠. 제가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번 영화제가 아니라면 독일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였습니다. 

Eldorado의 상영관은 작지만 위엄이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CineStar가 한국의 영화관과 유사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곳은 ‚이것이 유럽의 영화관인가…!‘ 하는 괜한 즐거움을 주는 곳이었어요. 공연장 같은 상단 객석과 검고 주름진 커튼까지. 마치 이 공간이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졌습니다.

본 영화 상영에 앞서 서지형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계란 카레라이스>가 상영되었는데요.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힘겨운 일상 속 문제의 요소들이 요리의 재료로 변신하는 교차편집으로 쾌감을 주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제 고민들도 숭덩숭덩 썰어 넣어 먹어버리고 싶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모어>는 다큐멘터리임에도 극영화, 뮤지컬영화를 연상시키는 연출이 눈에 띄었는데요. 화려한 의상, 유쾌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장면들이 극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이일하 감독의 욕심과 열정이 느껴진 부분이었어요. ‚모어‘라는 인물의 매력과 이야기가 워낙 강렬하기에 인물을 감정과 상황을 엿보며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관객으로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일상 장면에서 연출된 것 같은 부자연스러운 지점들이 종종 눈에 띄어 다큐멘터리로서의 몰입을 깨는 것과, 카메라가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기보다는 단편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관객에게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던 부분은 개인적으로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브레첼이 다녀 온 제11회 프랑크푸르트 한국영화제의 밤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머나먼 타국에서 열린 한국영화제 방문기가 옥수수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즐거운 랜선 여행으로 전해졌길 바랍니다. 저는 또 옥수수 여러분이 궁금해하실 만한 독일의 영화 소식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 평온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영화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며칠 후, 이 곳에도 10.29 참사의 소식이 전해져 애도의 물결이 일었습니다. 세계 속 한국의 위상과 대조되는,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서 발생한 희생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볼 수 있었던 일반 시민들의 인간적인 모습에 또 희망을 얻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소중했던 삶을 안고 떠난 희생자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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