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맛 팝콘] - 에펠탑 대신 BnF, 프랑스 국립도서관

옥수수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래만에 인사드리는 노디🧢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아침마다 온수매트에서 일어나는게 너무 힘든 저입니다. 저만 그런거 아니게죠? ㅎ 저의 TMI 근황을 소개해드리자면 요즘 주거공간에 관심이 많이 생겨 유투브에서 흥미롭게 보고 있는 컨텐츠가 있는데요. 자취하시는 분들의 집을 랜선 집들이로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꽤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신기했던게 비슷한 평수라도 관심사와 생활패턴에 따라 거실이 안방이 되기도 하고 침실이 거실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의 모습이 다양하게 바뀌는게 요즘 트렌드인 것 같습니다. 그 공간 속에서 꽤 큰 만족감을 얻고 있는 것 같구요. 많은 분들이 공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많은 공감을 얻었던 근황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공간 소개 시작해볼게요!

지난번엔 파리의 피노컬렉션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이렇게 한 번으로 끝내버리기엔 아쉬워서 이번 [공간맛 팝콘]도 파리의 공간으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에펠탑 대신 BnF

보통 파리를 방문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에펠탑, 베르사유궁전, 오랑주리 미술관 등을 보기 위해선데요. 역사적으로 유서깊은 건축물들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지만 근현대 파리의 건축물들을 모르고 지나가기엔 너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소개해드릴 공간은 9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지금 보아도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입니다. 건축강국의 프랑스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줄여서 BnF)은 파리시 동부인 13구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지역인데요. 이곳에서도 BNF의 모습은 유독 눈에 띕니다. 가운데 숲을 중심으로 책이 펼쳐진 형태의 22층짜리 건물 4개가 우뚝 솟아있습니다. 높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든 파리여서인지 건물의 높이가 유독 더 높게 와닿더라구요.

압.도.당.한.다!

처음 BnF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감정인데요.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이 완공되는데는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1조가 넘는 금액이 들어갔다고 합니다. (역시 문화강국다운 스케일이죠?)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역사는 깊은데요, 1368년에 샤를 5세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특정 계층만 이용가능했던 시기를 지나 일반시민에게 오픈 되면서 다량의 서적들을 감당하기 위해 1988년에 공사가 시작되었는데요. 현재 소장도서는 약 1400만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직지심체요절도 이곳에 보관되어있다고 하네요.

🧢회전 우드 커튼

BnF는 방대한 책들 이외에도 눈여겨볼 만한 점이 있는데요. 유리로 이루어진 외관에서 책들을 보호하기 위해 창을 따라 우드판이 설치되어있습니다. 회전이 가능한 형태로 커튼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회전 위치에 따라 빛에 각도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외관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내부에서 조망가능한 숲의 모습,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잘 들어온다 @archdaily

🧢숲세권

BnF는 지하 5층 지상 22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인데 지하층이 지하로 느껴지지 않도록 가운데를 썬큰으로 조성하였습니다. 1헥타르나 되는 규모를 숲으로 조성하였는데요. 100여 그루의 소나무들과 다양한 종들의 식물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일반시민들이 도서관 내부에 있을때는 나무에 둘러싸여 있게 되고 도서관 외부로 나오게 되면 나무의 꼭대기를 조망하게 되는 점인데요. 도서관 입구를 지하로 만들어 간접적으로 숲으로 걸어들어갔다 나오는 느낌을 표현해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도미니크 페로

사실 이런 자연친화적인 건축물 사례는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바로 이화여대의 ECC건물입니다. 지하공간에도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하여 지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건물이기도 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BnF와 비슷게 겹쳐보이는 점이 있지 않으신가요?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 ECC건물을 설계한 건축가가 바로 BNF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입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설계안이 선택되어 BnF 건물을 지으면서 그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어던 배경엔 물론 그의 실력이 뒷밤침 되었겠지만 이 분의 열정과 후원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그도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이 BNF 건물이 지어지게 된 배경에 있습니다.

🧢Grand project 그랑 프로제

BnF는 그랑 프로제의 일환으로 지어진 건물 중 하나입니다. 그랑 프로제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재임시절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대규모 건축프로젝트로 13개의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립했는데요. 정말 단어 그대로 grand하다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우리가 파리를 방문하게 되면 가게 되는 곳들 중 많은 곳들이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더라구요.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피라미드, 기차역을 고쳐 만든 오르세 미술관, 라데팡스 개선문, 라 빌레트 공원, BNF 등이 있습니다.

그랑 프로제와 관련해서 전해지고 있는 여러 여담들이 있는데 미테랑 대통령이 문화사업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열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도미니크 페로의 말을 빌리자면 미테랑 대통령은 공사현장에 자주 왔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는지 감시한다는 목적보다는 관심이 많아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BNF의 또 다른 이름은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이라고도 하네요.

🧢루부르의 유리 피라미드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미테랑 대통령의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생각드는 일화가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현재 루부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 중에 하나인데요. 하지만 사실 이 건축물이 완성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인 건축가 이오 밍 페이가 공모도 시작하지 않은 사업에 본인의 설계안을 가져와서 미테랑 대통령을 설득했습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유서깊은 궁궐안에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타국의 건축가가 와서 유리피라미드를 만드는 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테랑 대통령은 이오 밍 페이를 믿고 추진시켰습니다.

물론 미테랑 대통령이 본인의 반대파인 재무성을 쫒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진행시킨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거센 반발과 비판여론을 감당해야하는 것도 쉽지 않은 후폭풍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입장에선 나의 선택과 생각이 참 많이 흔들리기 때문인데요. 13개의 프로젝트를 끝맺기까지의 과정은 평탄치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가로서 그의 행동들 중에 환영받지 못한 부분도 물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 프로젝트로만 그를 평가했을 때는 그가 예술산업에 많은 열정과 관심을 쏟은 덕분에 지금의 프랑스 명성이 지속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피노 컬렉션도 그렇고 프랑스 사람들이 예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고 느껴집니다.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

이와 관련해서 오늘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는 [바람을 길들인 풍차소년]입니다. 2019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실화바탕의 내용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말라위에 살고있는 윌리엄 캄쾀바가 주인공인데요. 가뭄으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윌리엄이 전기 급수 펌프에 동력을 공급하고자 풍차를 만드는 내용입니다.

사실 공간과 관련지어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를 찾기가 상당히 힘들었는데요.ㅠ 그랑 프로제나 건물들에 대해 나온 영화가 없고 그렇다고 미테랑 대통령 말련 관련 영화를 소개해드리기도 주제와 안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열정을 키워드로 고민한 결과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미테랑 대통령과 윌리엄 두 사람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윌리엄의 경우 풍차를 만들기 위해 아빠가 갖고 있는 것 중 가장 소중한 자전거가 필요했는데요. 아빠한테 사정을 설명했지만 오히려 아빠는 화를 냈습니다. 아빠가 이해가 가면서도 가장 측근한테 지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윌리엄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윌리엄을 응원하게 되더라구요.

윌리엄의 끈질김으로 인해 결국 풍차는 만들어지게 되고 덕분에 아빠를 비롯한 이웃사람들도 물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런걸 보면서 두가지를 느끼게 되는데요. 하나는 한 사람의 열정으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는 매우 크다입니다. BNF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지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휴식 장소이자 공부장소가 되었고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도 세계적인 건축가로 발돋음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두번째는 위대한 결과물 뒤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건데요. 윌리엄의 아빠가 자전거를 내주지 않았더라면 풍차는 만들어지지 못했고 이웃들을 비롯해 윌리엄 자신의 목숨조차 위험한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루브르 박물관도 전통적인 광장 고유의 모습을 잃어버린다는 점에서 프랑스 국민들이 감당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하지만 유리 피라미드 덕분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형태가 특징이 되어 매년 1200만명이 루브를 방문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위대한 시도들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도 하네요.

오늘 전부 다 소개해드리진 못했지만 그랑 프로제의 여러 다른 프로젝트들도 흥미로운 공간이많으니 파리에 가시가 되면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도 귀국한 다음에 알게 되어 못 가본 곳들이 많아 파리 다시 가야할 것 같아요. 다음번에 더 재밌는 공간소개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