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맛 팝콘]청담대로의 치즈 한 조각 - 송은문화재단

by 노디🧢, 윤프🤴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떡국 먹고 돌아온 노디🧢입니다.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정말 아쉽게도 길었던 연휴도 훅 지나가버렸네요. (흑) 간만에 방학 같은 긴 시간이어서 저 노디도 잘 쉬고 돌아왔답니다. 옥수수님들에게 더 좋은 곳을 소개시켜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돌아다녔다는건 안 비밀! 남은 이틀 연휴 후유증 잘 극복해보자는 의미로 노디의 공간소개 시작합니다. (우리 다같이 목요팅!)

도산대로 441

루이비통 메종, 구찌 등 명품매장들이 즐비한 이곳 청담동에 최근 들어 특이한 건축물로 이슈가 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도산대로 441에 새로 들어선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입니다. 이곳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비영리 문화공간으로 여러 사람에게 열려있다는 점, 그래서 다른 청담동의 건물보다 문턱이 낮다는 이유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에서는 하나의 랜드마크로 사람들의 머리속에 기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은문화재단>은 젊고 유망한 미술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고자 故송은(松隱) 유성연 명예회장님이 사재를 출연하여 1989년에 설립하였다고 합니다. 설립자의 호 ‘송은’ 즉, 숨어있는 소나무와 같이 초기에는 대외적인 홍보없이 조용히 지원해오다가 2001년 송은 미술대상 공모전을 제정하여 매년 작가들을 시상 지원해왔다고 하는데요. 2010년 11월 송은 아트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청담동에 개관을 하였고 이후 2021년 9월에 송은이라는 이름으로 도산대로 441에 신사옥을 이전하여 개관하였습니다.

이번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건물을 새로 짓게 되었는데 그 건축가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합니다. 랜드마크 빌딩으로서 어떻게 자리잡을 것인가부터 시작해 주변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까다로운 규제들 때문이었죠. 이러한 조건들을 멋지게 건축물로 승화한 건축가는 바로 헤르조그 앤 드뫼롱(HdM)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들의 건축물을 접했을 수도 있는데 놀랍게도 이번 송은 신사옥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설계한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영화 콜럼버스 Columbus

송은을 취재하기로 결정한 후, 함께 같이 소개할 건축영화가 생각나 옥수수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어 가져왔습니다. 2018년에 개봉한 콜럼버스라는 영화인데요. 모더니즘 건축의 메카, 인디애나 주 콜럼버스가 배경이 되고 한국인 ‘진’과 그곳에 살고 있는 건축 메니아 ‘케에시’를 다룬 내용입니다. 불안정한 삶을 사는 두 사람은 도시 곳곳을 함께 다니고, 케에시는 진에게 콜럼버스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감상과 자신의 애정을 설명하죠.

영화는 두 사람의 서사 만큼이나 도시의 건축을 강조합니다. 4만 8천명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도시가 가진 건축적 혁신을(뉴욕, 보스턴과 비견된다고 평가받는) 자랑하듯, 계속해서 기하학적 대칭 구조를 이루는 공간 구성을 보여주는데요. 컷이 많이 없는 긴 호흡 속에서 수수한 모더니즘 건축과 인물간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결합되어 관객의 치유를 이끌어내는 듯 합니다.

사실 <콜럼버스>를 고른 것에는 그 역사적 이유 또한 포함되었는데요. 콜럼버스가 모더니즘 건축의 도시가 된 배경에는 예술과 건축을 사랑하던 'J. 어윈 밀러'가 있었습니다. 디젤 엔진회사의 회장이던 어윈은 자신의 고향이자 본사가 있던 콜럼버스에 제안을 하나 했습니다. 바로, 건축가를 선택하기만 한다면 본인이 콜럼버스의 확교와 다른 공공재단에 건축비를 대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로서 1940년부터 1970년 사이에 60여개의 모더니즘 건물들이 건축되어, 지금의 콜럼버스 시의 명성을 만들게 된 것이죠. 미술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했던, 이젠 서울 도심의 랜드마크가 된 '송은'과 도시의 건축을 적극 지원한 '어윈', 조금은 다르지만 문화에 대한 열정만큼은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헤르조그 앤 드뫼롱 (HdM) 

다시 건축 이야기로 돌아가서 송은에 대해 더 얘기해볼게요. 송은을 설계한 HdM은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으로 1950년생으로 동갑내기 스위스 건축가 듀오입니다. 7살 때 시작된 인연은 대학까지 이어져 취리히연방공대에서 건축을 공부한후 1978년에 함께 HdM을 설립합니다. (와 이렇게 오랜시간을 함께한 친구 겸 동료라니 새삼 존경스럽네요) 

이들은 2001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더 주목을 받게 됩니다. 이들의 주요 프로젝트를 보면 영국 테이트 모던(2000), 중국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2008), 독일 바일암라인의 비트라하우스(2010)(노디픽,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제일 먼저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각 나라별 하나의 랜드마크를 디자인한 느낌이 드네요.

송은문화재단_랜드마크

실제로 이들은 도산대로 일대에 랜드마크적 건물을 짓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지역의 아이덴티티와 ‘송은’의 이름에서 영감을 받아 콘크리트 건물 외벽에 소나무와 비슷한 무늬를 새겨 건물을 완성했습니다. 최대한 그 질감을 콘크리트에 잘 표현해내고자 여러 시도와 실험을 통해 구현했고 이로 인해 외벽엔 똑같은 무늬가 없다고 합니다. 

노디가 놀랍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인데요. 콘크리트는 현대사회에서 건물을 효율적으로 높이 짓기 위해 만들어낸 결과물인데 여기에 아트적 요소를 접목시켜 건물의 차별화를 두었다는 점이 인상깊게 다가왔습니다. 

여기서 이들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엿볼 수 있습니다. 스위스 바젤출신인 두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페어인 아트바젤을 보고 자라왔습니다. 그로 인해 현대미술의 중요성과 사회 문화적 흐름을 일찌감치 파악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재료와 재질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적 맥락과 문화를 건축에 녹여내는 것을 중시합니다. 이번 송은 신사옥 프로젝트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시작된걸 알 수 있습니다.

지하주차장_은박지

이어서 내부를 들어다보자면 송은문화재단 신사옥은 지상 11층 지하5층 규모로 지어졌습니다. 건축물의 고도제한과 일조권 사선제한등으로 인해 특이하게도 단면이 삼각형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시장은 로비층을 지나 2층과 3층 그리고 지하 2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지하2층 전시실에서 올려다보면 로비층까지 뚫려 있는 거대한 원형홀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아래 서있으면 정말이지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거대한 스케일이 주는 묵직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송은에서 가장 좋았던 공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지하주차장 램프(여기서 램프는 지상, 지하 주차장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길을 뜻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사실 이곳은 관계자가 아니면 외부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인데요. 밖에서만 바라봐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만약 방문하신다면 한번쯤 눈여겨 볼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에서부터 반짝거리는 입구가 인상적이었던 주차장 벽면은 다름아닌 은박지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9*9 정사각형 사이즈의 은박지로 일일이 수작업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마이너한 공간까지 신경을 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한편으론 저렇게 우리가 흔히 보는 재료로도 아우라 있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주변 사물들을 더 주의깊게 관찰하게 되네요. 

헤르조그의 이 말이 떠올랐던 곳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런 공간들은 외부인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인데요. 경험에 완성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의 공유가 이루어지면 좋을 거 같습니다.

오늘은 청담동에 생긴 랜드마크 <송은문화재단의 신사옥>에 대해 얘기해보았는데요. 옥수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구는 그들이 도산대로에 치즈조각 하나를 세워놓았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들의 의도대로 반은 성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삼각형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의 머리속에 각인되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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