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반찬 먹고, <파친코> 한판 하기 - 할리우드에 부는 아시안 웨이브🌊

안녕하세요 옥수수🌽 여러분, 윤프🤴입니다. 오늘은 기사가 두개가 아니라 하나입니다. 왜 하나일까요? 두개 쓰려니 힘들어서...같은 말랑한 이유는 아니고요. 얕게 두개를 쓰는 것보다 하나를 깊게, 저의 의견을 충분히 담아 써보고 싶어 시범적으로 시도해보았습니다.

물론 제 의견이 얼마나 잘 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에 집중하다 보니 조금 더 깊이있게 다룰 수 있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또는 저 혼자만의 착각이겠죠) 듭니다. 사실 영평과 항상, '어떻게 하면 팝콘레터를 널리 알릴 수 있을까'를 주제로 긴 얘기를 하곤 하는데요. 가벼운 기사(셀러브리티나 신작소식)을 여러개 쓸까, 더 자주 발행을 할까 등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하나를 쓰더라도 인사이트를 담을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보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이번 레터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저희의 시도가 잘 맞기를 바라며, 매주 저희는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기억해줘!

오늘의 내맘추!☝️

윤프🤴

나의 픽은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한화의 리빌딩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이제까지는 볼 수 없었던 한국 야구팀의 덕아웃 뒤에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장 큰 재미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선수들은 어떤지를 구경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 물론 한화가 실제로도 순위가 높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한국에서 메이저한 관심을 받는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는 것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1. <미나리>반찬 먹고, <파친코> 한판 하기 - 할리우드에 부는 아시안 웨이브🌊

By 윤프🤴

최근 할리우드는 아시아(또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영화, TV시리즈가 메인스트림이라 생각될 정도로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간에 급격하게 제작되는 양이 늘어 메인스트림 같아 보이는 것일 뿐, 실제로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포문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열었죠.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25년만에 제작된 ‘모든 출연진이 아시아인’인 영화라는 점에서 할리우드에 불어오는 아시안 웨이브(Asian Wave)의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계 남성 배우가 수학자, 과학자, 회계사, 무술가, 주인공 친구, 너드(Nerd)같은 곁다리 캐릭터를 맡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자 섹시하고 멋진 대상이 된 그리고 그러한 컨셉으로 흥행에 성공한 첫 영화이기도 하죠.

작품의 호불호는 갈렸지만, 아시아계 남성의 이미지 재고에 앞장선 헨리 골딩에게 찬사를!

그 후로부터 지난 몇 년간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 또는 한국계 미국인이 제작한 영화를 보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기생충>아카데미 상을 휩쓸더니,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가 미국 극장에 등장을 했습니다. 한인 1.5세 이창래 작가의 <커밍 홈 어게인>이 영화화가 되서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오징어 게임>이 세계 1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한인 1.5세인 이민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파친코>와 한인 가족이 주인공인 공포영화 <UMMA(엄마)>가 개봉했습니다.

전체 아시아계 미국인 중 9%(비중으로는 5위)밖에 되지 않는 한국계 미국인 커뮤니티에서 괄목할 만한 문화적 성과(문화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를 이뤘다고 느껴지는 대목이죠. 지금이야 이런 일이 왕왕 일어나다 보니 다들 쿨하게 ‘아 잘하고 있네’정도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10년전 <워킹데드>에 스티븐 연이 나왔을 때만 해도 뭔가 한국과 한국인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은 기분이 들고, 제발 중간에 죽지 않았으면 하던 기억 나시죠? 그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아시안 웨이브가 신기하고 왜 생겼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과연 이 현상에는 콕 찝어서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과연 ‘한국계 미국인(또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제작한 콘텐츠는 왜 늘어난 것 일까요?’

🤴1.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의 성장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내 아시아계 인구는 23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구는 20년 전에 비해 2배 늘었으며, 이제는 이민 2세, 3세, 4세들이 아시아계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있죠. 그리고 현재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인종그룹이라고 합니다. 즉 단순히 ‘소수의 이방인들’로 여겨지기에는 하나의 사회를 이룰 정도의 수가 된 것 이죠.

‘뭐야 인구가 늘어서 콘텐츠가 잘 나간다는 건 너무 단순한 얘기 아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인구학적 시선은 여러 방면에 있어서 주요한 부분입니다. 1000명의 사람들 중 작가가 탄생할 확률과 2000명이 사람들 중 작가가 나올 확률을 단순 비교하면 2배입니다. 즉 지난 20년간 아시아계 창작자가 나올 수 있는 풀이 두배로 늘었다는 얘기이며 적극적 소비자의 풀 또한 두배가 늘었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31주년을 맞은 AAWW(Asian American Writers’ Workshop, 아시안 아메리칸 작가협회)이 주최한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와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의 인터뷰.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백인사회에 종속되지 않아도 되는, 자생력을 가진 커뮤니티로 성장해가는 모습의 단면을 보는 듯 하다. (영상을 보려면 클릭)

숫자를 조금 더 살펴본다면, 아시아계의 평균 소득은 미국 전체 평균 소득보다 높으며 인종그룹 중에도 가장 높은 편입니다. 대학진학률 또한 가장 높죠. 즉 아시아계는 단순히 인구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경제력을 갖추어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했고 그에 따라 ‘백인 주도 사회의 소수 이민자들’에서 ‘미국을 구성하는 여러 커뮤니티 중 하나’가 되어 여러 방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인구가 증가한 것과 동시에 미국사회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자아성찰적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끼쳤죠.

🤴2. 다양성의 시대

최근, 대부분의 영화제는 다양성을 모토로 삼고 있습니다. 성별, 인종, 문화, 언어 등 모든 면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 사이, 영화 주연 중 10명의 8명이 백인이고, 나머지 2명만이 유색인종이었다고 합니다. 실제 인구 분포를 생각해보면 과소 대표된 것이죠. 이러한 상황을 점점 많은 미국인들이 인지하고 있으며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죠. 이에 따라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아시아계에게도 적지만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느끼는 좁은 기회의 문에 대해서는 에릭 남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에릭남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데뷔하게 된 계기’ 인터뷰 보기

물론 다양성의 시대도 이제 막 시작된 것이며, 아직 사실 갈 길이 멀죠. <미나리>가 미국 회사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제작한 영화인데도, 한국어 대사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골든 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 취급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예전 같으면 어떻게 할 방법도 없고, 약간은 당연한 일처럼 지나갔겠지만 이제는 여러 셀러브리티들이 이에 대해 잘못되었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목소리에 많은 대중이 동의하였고,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이 이러한 시선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처럼 출연자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진출한 아시아계가 많아지면서 감독, PD, 작가 등 아시아계 제작진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의 목소리는 다양성을 강조하는 시대의 흐름과 합쳐져 기존과는 다른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3. K콘텐츠의 인기

아시아계 인구 증가와 다양성 고양이 미국 내부적 요인이라면, 가장 큰 외부적 요인은 한국 콘텐츠의 인기의 상승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미국 라디오에서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를 듣는 것이 크게 대수롭지 않고, 한국영화나 드라마를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죠.

그러나 한류의 인기는 사실, 아시아계 미국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의 인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습니다. 한국 콘텐츠와 한국계 미국인의 콘텐츠는, 종종 한국 언론에서는 마치 동일한 것 처럼 묘사하곤 하지만, 엄밀하게 다른 종류의 콘텐츠입니다. BTS의 노래가 그래미 후보에 올랐다고, 한국계 미국인 가수에게 갑자기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죠. 다만 이를 통해 미국 콘텐츠 시장과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아시아권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벽이 낮아지면서, 또 성공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투자와 유통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K팝 팬들. 이들의 관심은 자신이 선망하는 아이돌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부가적으로 발생되는 한국 문화/한국계 미국인 문화에 대한 낙수효과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K팝의 팬이 늘어난 것이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물어본다면, 팬들이 마음 속에서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글이나 영화를 조금 더 관심 깊게 볼지도 모르겠죠. 그러나 더 정확하게 파고들자면 '한류의 인기 상승-> 한국계 미국인 콘텐츠 상승'은 비약에 가깝고 '한류를 포함한 다른 외국의 문화를 소비하게 된 미국시장 -> 미국 소비시장의 다양화 -> 비주류 문화였던 아시아계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함(아시안 웨이브)'이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성 재고가 공급 측면에서의 다양화라면 소비 측면에서도 다양화가 되고 있는 것이죠.

🤴한국계(아시아계) 미국인 창작자가 잘 나가는 이유를 찾을 수 있나? – 없다!

지금까지 1) 인구증가 2) 다양성에 대한 수요 3) 한류(아시아 문화)의 인기, 이 세가지를 아시아계 미국인의 콘텐츠가 증가하게 된 이유라고 제시했습니다. 사실 세가지 다 거시적이며 광범위한 사회적, 문화적 현상에 가깝지만 미시적으로, 정확하게 ‘그래서 왜 <미나리>가 흥행했는데?’ 또는 ‘<파친코>가 왜 잘팔리는데?’라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기사를 준비하면서, 아시안 웨이브라는 문화적 트렌드를 불러일으킨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자료를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계 창작가들이 잘나가는 이유를 찾는저의 물음과 방향성은 ‘한국은 왜 양궁 강국인가’라는 질문에 ‘선조들이 활을 잘 쐈기 때문에 활의 민족이어서’라고 답하는 감성적, 그리고 민족신화적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활의 민족이라는 이야기는, 듣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오히려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협회의 운영을 폄하하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시안 웨이브’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 사회의 아시아 이민자 사회가 뿌리를 내리고 발전하면서 인구가 늘고, 정치적 목소리가 생기고, 이방인에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면서 문화를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문화 속에서 자라난 이민 1.5세, 2세들이 영화를 사랑하고, 창작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 열심히 노력했으며 거기에 다각화 되어가는 시대적 흐름이 잘 맞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결과를 하나의 공통된 이유를 찾아 인과관계를 만들어보려는 것은, 시도 자체에 의의가 없지는 않지만, 개개인의 특성과 환경보다는 일괄된 하나의 이유만을 찾게 되기 때문에 한계성을 내재하고 있죠. (저도 하나의 인과관계를 만들어보려던 사람 중 한 명입니다….ㅎ)

아시안 웨이브를 한 송이의 꽃이라 한다면, 사회적 요인의 변화라는 토양과 아시아 문화에 대한 인기라는 비료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왜 꽃이 피었냐는 근원적인 질문은 설명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꽃이 왜 피었는지는 꽃 자신만 알 뿐, 특정 인종 또는 국가라는 아이덴티티를 투여하여 ‘원래 종자가 좋은 꽃이다’라는 설명은 올바른 해설이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꽃에 더 좋은 비료와 햇살을 비춰주는 것 말고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