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첫눈입니까, 이규리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2022.12.14 | 조회 6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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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무슨 색깔로 사랑을 꿈꾸었을까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

누구인가 스쳐 지날 때 닿는 희미한 눈빛, 더듬어보지만 멈칫하는 사이 이내 사라지는 마음이란 것도 부질없는 것 우린 부질없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친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낱낱이 드러나는 민낯을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날 듯 말 듯 생각나지 않아 지날 수 있었다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을 붙들고 더욱 부질없어질 뻔하였다 흩날리는 부질없음을 두고 누구는 첫눈이라 하고 누구는 첫눈 아니라며 다시 더듬어보는 허공, 당신은 첫눈입니까 오래 참아서 뼈가 다 부서진 말 누군가 어렵게 꺼낸다 끝까지 간 것의 모습은 희고 또 희다 종내 글썽이는 마음아 너는, 슬픔을 슬픔이라 할 수 없어 어제를 먼 곳이라 할 수 없어 더구나 허무를 허무라 할 수 없어 첫눈이었고 햇살을 우울이라 할 때도 구름을 오해라 해야 할 때도 그리고 어둠을 어둡지 않다 말할 때도 첫눈이었다 그걸 뭉쳐 고이 방안에 두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허공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으니까 유일하게 허락된 의미였으니까 저기 풀풀 날리는 공중은 형식을 갖지 않았으니 당신은 첫눈입니까

✍️ 시인 소개

  1994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당신은 첫눈입니까』가 있고, 시적 순간을 담은 산문집으로 『시의 인기척』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가 있다.

💭 한마디

  당신은 첫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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