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2] 🥦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의 노래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구독자 님은 그 계절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나요? 그러니까 요즘 같으면 '아 여름이구나' 느끼는 순간 말이죠. 요즘 굉장히 날이 습합니다. 주말 밤에 러닝을 하려고 집을 나섰는데, 더위는 한결 가셨지만 공기가 머금은 수분은 여전하더군요. 뛰면서 땀을 한바가지 흘렸죠. 적당히 뛰고 저벅저벅 걷는 중 벌레 소리가 귀에 들어왔습니다. 뛰기 전에 선곡한 노래들이 다 끝나서 정적이 찾아온 덕분이었죠.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풀 벌레 소리를 좀 더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두리번거려도 딱히 벌레가 보이진 않는데 귀뚜마리부터 이름 모를 녀석들의 우는 소리가 중창으로 울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뜀걸음을 멈추고 걷고 있자니 정말 습하더라고요. 거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서 공기가 더욱 잘 느껴진 덕분이었겠죠. 좀 다듬어주는 게 좋겠다 싶을 정도로 울창하게 자란 풀 냄새도 자욱하고요. 문득 '아, 여름이구나' 싶었습니다. 이 여름,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PRIIISM은 여름에 어울리는 곡으로 준비했습니다. 습기찬 비 내리는 날에 어울리는 곡, 워터파크의 시원한 물줄기 같은 곡, 더운 이곳을 떠나 가상 공간에 있는 것 같은 곡이랄까요. 좋은 음악도 듣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짜증도 쉽게 나고 지치기 쉬운 무더운 날을 슬기롭게 보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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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inshape - I Didn't Know

공기가 뜨끈해질 무렵이었던가, 어느 매체에서 올 여름 해 뜨는 날이 고작 3일에 불과할 거라고 예상했다. 그 보도에서 얘기한 거에 비하면 해 뜨는 날이 많긴 하지만 비 오는 날이 예년보다 많은 건 사실인 것 같다. 이삼 일 비내리고 하루이틀 해 뜨고 다시 비가 내리는 나날이다. 실제 맞아 떨어질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이번 주도 한 주 내내 비 예보가 있다! 벌써부터 습하고 끈적한 느낌이다.

스킨쉐입(Skinshape)의 <I Didn't Know>는 축축하고 비 오는 날에 제격이다. 스킨쉐입은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윌리엄 도리(William Dorey)의 1인 밴드이다. 나른한 음색에 어울리는 편안한 음악이 주를 이룬다. 2018년 발매된 이 곡 역시 그렇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과 함께 노래 시작부터 '칭칭' 소리를 내며 은은하게 퍼지는 드럼 라이드(Ride) 심벌과 번지는 듯한 일렉트릭 기타에 귀를 기울여 보자. 마치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 같지 않은가.

🥦 빈지노 - Sandman

<Sandman>은 아주 따끈따끈한 곡이다. 7월 3일 발매된 빈지노 2집 [NOWITZKI]에 수록되었다. 노비츠키를 앨범 재킷 사진의 여성 이름으로 생각하기 쉽겠으나 그 주인공은 빈지노의 연인 스테파니 미초바다. 노비츠키란 앨범 제목은 미국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의 레전드 디르크 노비츠키(Dirk Nowitzki)에서 따온 것이다. 앨범 명까지 스테파니로 하면 연인에게 너무 부담이 될 것 같았다나.

먼저 가사를 찾아 보자. <Sandman>는 스테파니에게 보내는 빈지노식 세레나데다. 그에 걸맞게 음이 밝고 경쾌하다. 역시 빈지노는 청각의 시각화 또는 청각의 촉각화랄까, 음악으로 감각을 확장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예전 <Aqua Man>부터 <젖고 있어>를 거쳐 이번 <Sandman>까지, 음악에 시원한 물이 찰랑이는 것 같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가 만들어낸 물기 젖은 사운드에 끼얹어진 빈지노의 랩이라, 이건 못 참지.

🥦 Remi Wolf - Photo ID

레미 울프(Remi Wolf)는 최근 1~2년 동안 새로 알게 된 뮤지션 중 단연 튄다. 선명한 전자음이 귀를 사로잡는다. 보컬은 천진난만하다. 음악만큼이나 비주얼도 통통 튄다. 보시다시피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독특하다. 화려한 색감이 마치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쨍한 레이저 빛을 옮겨온 것 같다. 증강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팝아트(Pop Art) 작품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레미 울프의 <Photo ID>는 2021년 발표되었다. 이 곡에서 화, 미움, 불안 따위 부정적 감정은 찾아볼 수 없다. "Lit in line / Smile for the photo ID(잘 서 봐 / 사진 찍게 웃어 봐)"하는 가사는 요즈음 길을 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셀프 사진관, 갖가지 사진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이런 총천연색 음악이라면 절로 신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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