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4] 🥦 춥지 않아도 겨울이고요 연말이네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겨울이 무색할 만큼 따뜻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따뜻했으면 얼마 전 강릉에서 개나리가 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저마다 때가 있다고는 하지만 봄 하면 떠오르는 꽃 중 하나인 개나리가 12월에 피다니요. 패딩 입기 무안해지고 말았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봄비 같고요. 다만 주말부터는 다시 추워진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날씨는 오락가락 변덕을 부리지만 시간은 멈출 줄 모르고 나아갑니다. 어느덧 12월 중순, 한 해가 저물고 있네요. 연말 약속이 하나둘 잡히는가 하면 틈틈이 한 해를 되돌아 보곤 합니다. 올해 나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고 그래서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되짚어보는 거죠. 얼핏 다가올 새해 생각도 해보고요. 그런가 하면 당장 연말까지 마무리 해야 할 일에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더군요. 바쁘다 바빠 현대인!

이번 PRIIISM에서는 제가 요즘 자주 듣는 곡과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곡들을 담아봤습니다. 바쁘면 바쁜 대로, 여유로우면 여유로운 대로 유의미한 연말, 평화롭고 따뜻한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요. 내년이 60년만에 돌아오는 청룡의 해라던가요. 저는 새해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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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날 - 출발

<출발>은 자주 가는 엘피바에서 알게 되었다. 그날도 사장님과 나 둘뿐이었다. 이런 날은 사장님과 대화하듯 노래를 주고 받는다. 내가 신청한 두세 곡을 듣고나면 사장님이 두세 곡을 선곡하고, 다시 내가 신청곡을 적어내는 식이다. <출발>은 시작부터 인상적이었다. 반주가 딱 노래방 반주 느낌이었다. 귀를 쫑긋 세우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이건 무슨 곡이지 별안간 사장님이 한 곡 뽑을 리는 없을 테고.'

긴장한 귀를 진정시켜줬던 것은 조동익의 목소리였다. 말간 음성으로 담담하게 부르는 노랫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마침 연말에 퍽 어울리는 가사 아닌가). 2절이 끝나고 이병우가 클래식 기타로 솔로를 치는 대목에서 결국 나는 이 곡에 반했음을 인정했다. "이 곡 뭐죠 사장님? 너무 좋은데요." 사장님은 '봤냐 내 선곡 솜씨?' 하는 눈빛으로 말없이 레코드판을 내게 건네줬다. <출발>은 조동익과 이병우의 듀오 어떤날의 2집 첫 곡이다. K-서정미의 진수를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 짙은 - Feel Alright

연말에 한 해를 돌아보면 대개 잘한 일보다 아쉬운 일이 더 많아 보인다. SNS에서 지인 또는 모르는 사람의 화려하고 행복한 순간이 유독 크게 보이면 그만큼 나는 작아지고 만다. 그럴 때 나의 정신 승리 방법을 공유한다. 아프지 않은 때, 힘들지 않았던 해가 어디 있었던가! 원래 인생은 괴롭고 외로운 것이다. 좋은 순간은 짧다(그래서 소중하고). 그런 고된 일상에도 불구하고 함께한 사람들이 있어 살아갈 힘을 얻는 것 아니겠나.

짙은의 <Feel Alright>은 은근히 따스한 연대감을 느끼기 좋은 곡이다. 가사에서 겨울을 언급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찬바람에 사시나무 떨듯 여린 목소리와 바이브레이션에서도 이 곡은 따뜻한 봄, 여름보다 추운 가을, 겨울에 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일 년이 짧게 느껴지지만 하루 하루는 길었다.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란 순간들도 있었다. 그렇게 먼 거리를 걸어온 당신에게 <Feel Alright>이 부담스럽지 않은 위무가 되면 좋겠다.

🥦 Bobby Darin - Mack The Knife

연말 연시만큼 모임이 많은 시기도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날 때 함께하면 더욱 좋은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편안하든 화려하든 목적에 걸맞는 장소와 맛있는 음식이 있을 테고 음악도 곁들인다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물론 좋지만 유효기간이 너무 짧은 감이 있다. 비교적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배경 음악으로 잔잔하게 깔아놓기에 경쾌한 재즈와 스탠다드 팝이야말로 적절하지 않을까.

<Mack The Knife>는 원래 1928년 초연된 연극에 수록되었다고 하는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바비 다린(Bobby Darin)이 부르면서다. 바비 다린은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딘 마틴(Dean Martin) 등과 함께 20세기 중반 미국 스탠다드 팝을 대표하는 가수이다. <Mack The Knife>는 딘 마틴 이후에도 엘라 피즈제럴드(Ella Fitzgerald),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é) 등 많은 이가 불렀는데 왜인지 내 귀엔 바비 다린이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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