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5] 🍄 23년 결산, 우리만의 연말 시상식(1)

안녕하세요, 여러분! 로이🍄입니다. 날씨가 매우 추워졌어요. 손과 귀가 꽁꽁 얼어버릴 것만 같아서 너무 놀랐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쪽 어딘가는 개나리나 벚꽃이 피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추워졌네요. 외풍을 막기 위해 창문에 뽁뽁이도 붙이고,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 보일러도 거의 24시간 돌리고 있어요. 여러분도 방한 계획 잘 세우셔서 올겨울 무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사실 며칠 전까지는 겨울치고는 따뜻해서 그랬는지, 지금이 연말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요. 겨울다운 추위를 맞이하고 나서야 곧 성탄절이고, 올해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올해의 마무리를 시작하고 있어요. 한동안 못 봤던 친구에게 연락하고 약속을 잡고, 올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돌아보고 있답니다.

그래서 PRIIISM도 이번 주부터 3주간 연말 결산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로이🍄, 숑🌻, 콜리🥦 순으로 23년 한 해, 정확히는 22년 12월부터 23년 11월까지를 돌아보며 세 가지 주제로 음악을 선정하기로 했어요. (1)올해의 노래 (2)올해의 앨범 (3)올해의 신인 등 총 3개 분야로 각 필진 저마다의 23년을 대표할 수 있는 1개의 대표를 뽑기로 했지요.

재미있는 건 선정 곡과 뮤지션이 반드시 올해 활동하거나 새로 발매 또는 데뷔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올해 저희의 귀를 사로잡고, 많이 듣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이 기준이랍니다. 예를 들어 30년 전에 데뷔하셨더라도, 그래서 이제 은퇴하셨더라도 저희가 올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면 저희에게는 신인이신 것이지요. 그럼 어떤 곡들이 뽑히게 되었는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스크롤을 내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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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의 노래 | NewJeans - Ditto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Ditto>가 세상에 나오고 처음 들었던 그 순간 직감했다. 이 노래는 아이돌 그룹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그리고 앞으로 평생 들을 캐럴과 같은 음악이 될 것이라고. 겨울과 너무도 어울리는 노래라 생각해 지난겨울에 한참 듣다가 다시 날씨가 차가워지자 오랜만에 다시 음악을 틀었다. 역시 이거지. 아련하게 울리는 메아리가 마치 어린 시절 아리게 추웠던, 그래서 누군가 꼭 손을 도탑게 잡아야 할 것 같은 그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 애플뮤직 결산을 따져보니 올해 <Ditto>를 가장 많이 들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올해 내내 들었던 건 아닌데, 그렇다면 나는 지난 겨울에 이 노래를 얼마나 많이 들었단 말인가? 거의 매일 이 노래와 함께 살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어김없이 올해도 겨울이 되자마자 반사적으로 <Ditto>를 틀었다. 별 다른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 또 겨울 내내 이 노래 만을 주구장창 들을테다. 

2023년에 가장 많이 들었고 그게 좋다는 반증인 것이니 올해의 노래로 <Ditto>를 선정하는 것은 너무 쉬웠다 때문에 이제 매 겨울마다 들을테니, 내년부터는 제외해야겠다. 아니 별도의 명예의 전당에 올려야 할까? 아 참, 1년이 지난 그제 리믹스 앨범이 나왔다. 계속 리믹스로만 우려도 좋을 것 같다. 그 어떤 신곡을 내더라도 <Ditto>가 가장 완벽할테니까.

* 올해의 노래 후보 : 뉴진스 <Ditto>, 검정치마 <피와 갈증>↗︎, 최유리 <방황하는 젊음>↗︎

🍄 올해의 앨범 | 정밀아 [리버사이드] (2023)

매우 치열한 경쟁이었다. 정밀아의 [리버사이드(2023)]와 고민했던 앨범은 검정치마의 [Thirsty(2019)], 황소윤의 [Episode1 : Love(2023)]였다. 또 한 번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다. 우리 PRIIISM의 필진 모두가 이 앨범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먼저 올해 결산을 한다는 행운으로 내가 이 앨범을 뽑게 되었다. 지난 11월에 발매한 정밀아의 4집 리버사이드는 올 한해를 닫는 최고의 커튼콜이었다. 그렇게 느낀 것은 23년을 살아낸 사람들을 위한 모든 위로가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레터에서도 소개한 바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서술>을 뽑는다. 아마 자신을 서술하는 노래하는 이의 목소리에 듣는 이들도 자신을 보았던 것 아닌가 싶다. 나 역시도 <서술>이 가장 좋았는데, 그다음을 뽑자면 바로 이 노래 <운다>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슬픔과 비탄에 빠진 사람들을 제삼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노래다. 그녀가 전하는 울음에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의 울음도 있고, 얼마 전 한 젊은 선생님의 죽음에 비통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울음도 있다. 

누군가의 울음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감정과 체력을 쏟는 일일 테다. 새해는 나도 조금 더 사람들의 울음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더욱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조금 더 주변을 바라봐야지, 더 많이 사람들을 보듬어주는 마음을 가져야지. 누군가의 울음을 듣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 올해의 앨범 후보 : 정밀아 [리버사이드], 검정치마 [Thristy], 황소윤 [Episode1 : Love]

🍄 올해의 신인 | Laufey

얼마 전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자체 연말 시상식을 가졌다. 채널에 출연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방송사 시상식처럼 상을 제정하고 수여했는데, 많은 연예인이 <신인상>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졌다. “평생 단 한 번밖에 받지 못하는 상" 신인상에 대한 표현이고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상이다. 프로축구 선수들도 프로리그 데뷔 3년 이내까지만 받을 수 있는 상이기 때문에 더 귀하게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PRIIISM에서는 다르다. 우리 필진들의 첫인상을 준 시점이 기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만난 아티스트 중에서 고민 끝에 Laufey(라우페이)를 선택했다. 일전에 PRIIISM을 통해 소개한 것처럼 <Valentine>이라는 곡으로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쇼츠를 뒤적거리다 우연히 만났으니 몇 없는 쇼츠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뜻한 음색과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져 얼마나 로맨틱했는지 그 영상 하나로 공연에 가야겠다고 다짐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찾아보니 옆나라 도쿄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긴 했다. 곧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기를…) 

<Valentine>은 올해 여동생의 결혼식에서도 쓰였다.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순간 결혼식장에서 꼭 쓰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랑의 설렘과 약간의 염려를 담은 노래보다는 이별의 슬픔을 담은 노래 <Someone New>를 추천한다. <Valentine>이 봄을 닮았다면, <Someone New>는 지금, 이 겨울과 잘 어울릴 것 같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들어봐도 좋고, 어딘가 떠나고 있다면 설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보아도 좋겠다.  

* 올해의 신인 후보 : Laufey, Tuesday Beach Club, Hiroshi Sato, 와일드베리, 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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