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2] 🥦 온다 온다 성탄 분위기, 송년 분위기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연말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에 걸맞게 날씨도 부쩍 추워졌네요. 지난 며칠은 전국 많은 지역에서 눈도 꽤 내렸고요. 이 겨울과 다가오는 연말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요? 가족, 친구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이면 마음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한 해 동안 수고한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것도 좋겠고요.

지난해 이미 소개한 이야기 같습니다만 이맘때면 저는 홀로 연말 정산을 합니다. 올 한 해 동안 들은 음악 중 가장 즐긴 한 곡을 올해의 노래로 꼽고, 마찬가지로 올해의 앨범, 책, 영화, 음식, 장소, 소비 같은 것들도 골라보는 건데요. 이렇게 하면 야속하게 느껴질 만큼 속절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조금이나마 더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달력을 쭉 넘기면서 일 년을 되짚기도 합니다. 출퇴근 같이 반복되는 일 말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거나, 여행 같은 이벤트들을 달력에 간단히 적어두거든요. 그 시간들을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송년 엽서를 부칩니다. 받을 사람을 추리고 한 명 한 명한테 쓸 말을 골라 문장을 짓고 띄웁니다. 엽서를 쓸 때도 그렇고 잘 받았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요.

구독자 님은 연말을 어떻게 보내실지 궁금합니다. 혹 저처럼 올해의 노래 같은 걸 꼽는다면 어떤 게 수상의 영예를 누리는지 저희에게 공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혹 시간이 된다면 송년 엽서나 편지도 한번 써보시길 권하고 싶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연말을 어떻게 보내시든 모쪼록 몸도 마음도 평화롭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추신1, PRIIISM이 한국경제매거진 한경잡앤조이에 "2022년 나와 함께했던 노래들"을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2022년의 앨범과 가수를 연재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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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u - Is This The Love That I Need?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아카펠라(Acapella)로 문을 열 때부터 대번에 감지된다. 아, 이 노래는 겨울 노래구나. <Is This The Love That I Need?>는 소리가 포근한 것이 연말, 성탄절 즈음에 듣기 제격이다. 화려한 조명이 온몸을 감싸는 도시 한복판보다는 다소 한적한 길가에 주황색 가로등이 비추는 밤 풍경, 또는 이불이나 책장, 벽지 같은 것들이 베이지 내지는 갈색 계열로 채워진 방이 그려진다.

<Is This The Love That I Need?>는 카페에서 알게 되었다. 다른 걸 하다 문득 음악이 귀에 들어왔는데 혹시 레퍼런스 삼았나 싶을 만큼 연상되는 곡이 있었다. 무드라고 해야하나, 곡의 뉘앙스에서 존 메이어(John Mayer)의 <Gravity>가 떠올랐다. 이러한 분위기는 2절에 이은 기타 솔로에서 극대화 된다. 다만 <Gravity>에서 블루지(Bluesy) 함은 덜어내고 로맨틱한 감성을 그득 채운 버전 같달까.

이 곡의 주인공 플루(Flu)는 관련 정보를 찾기 쉽지 않다. 국내 음원 사이트 어디는 플루를 솔로 알앤비(Rhythm & Blues) 뮤지션, 다른 어디는 한국 국적으로 등록해놓았는데 그리 정확해보이지 않는다. 기침이 나올 것 같은 이름 탓에 구글 검색도 쉽지 않다. SNS 등에 따르면 이들은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5인조 밴드인 것 같다. 필리핀에서도 이런 팝(Pop)이 나오는구나, 그걸 한국에서 듣고 있구나. 오래된 표현 같지만 '지구촌'이라는 말이 문득 와닿는다.

🥦 염따 - 아마두 (Feat. 우원재, 김효은, 넉살, 허클베리피 등)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과 약속 잡는 게 쉽지 않아진다. 사는 지역부터 다른 경우가 많고, 하는 일이 바쁘고, 하나둘 결혼을 하니 시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결정타는 출산이다. 연말 정도는 되어야 겨우 시간을 맞춰 본다. 다행스럽고도 재미있는 점은 중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은 대개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화 소재는 달라졌어도 말투, 자세, 마음 같은 게 사회 생활하며 만난 사람과 함께할 때와는 사뭇 다른 내 모습이 나온다.

염따의 <아마두>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연말에 뭉친 것 같은 곡이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16년지기 84년생 래퍼들"이 다 모인 곡이란다. '다모임'이란 프로젝트 명에 걸맞게 등장 인물이 많다. 염따부터 딥플로우, 팔로알토, 더 콰이엇, 사이먼 도미닉, 우원재, 김효은, 넉살, 허클베리피까지 무려 아홉 명이다. 연말 모임에선 불참자가 나오곤 하는데 비록 자리에 없더라도 언급은 되기 마련이다. <아마두>도 마찬가지이니 누가 누가 언급되나 귀 기울여 보는 재미도 있겠다.

<아마두>는 명작을 노리기보다는 친구들이 모여 재밌게 작업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고 한다. 허클베리피는 10분만에 가사를 쓰고 녹음까지 마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고. 그러나 제작 의도와 달리 음원 사이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짭짤한 반응을 끌었다. 염따를 시작으로 앞서 나열한 래퍼 아홉 명이 "내년엔 잘 될 거야 아마두"라며 서로를 응원한다. 밝고 힘찬 분위기 덕분에 듣고 있으면 나도 응원을 받는 느낌이다.

🥦 Paolo Nutini - 10/10

외국 영화를 보다가 우리나라랑 사뭇 다르다고 느낀 것이 있다. 파티 문화다. 단독 주택에서 여러 사람이 신발도 안 벗고 서 있다. 한 손에 술을 들고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든다. 서른 된 지도 어느덧 한참 지났지만 나는 그런 경험이 없다. 집 안에서, 여럿이, 신발 신고, 한 손에 술을 들고, 춤을 춘다? 집 안에서 신발 신고 있는 것 그리고 여럿이 춤을 추는 것, 아무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춤이 문제다. 다른 건 층간소음, 청소 같은 게 문제여서 그렇지 당장이라도 할 수야 있는데 춤은 어떻게 추는 것인지 행위 자체를 할 줄 모른다. 왈츠, 탱고, 룸바, 차차차 같이 전통 있는 춤은 물론이요, 라인, 셔플 같이 한때를 풍미한 춤도 그렇고, 요즘 유행하는 숏폼콘텐츠용 안무도 따라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가 춤을 춘다고 해도 그 동작은 남이 보기엔 몸부림에 가까울 테다.

이런 나도 몸을 맡겨본 음악이 있다. 스카(Ska)다. 스카는 자메이카에서 유래된 리듬이다. 미국에서 건너온 재즈(Jazz)가 자메이카 전통 음악과 결합해 스카가 만들어졌고, 후에 스카는 레게(Reggae)로 발전한다. 스카라는 이름은 '스카 스카'하는 특유의 소리에서 따온 것이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적당히 흥겨워서 몸이 절로 들썩인다. 춤을 어떻게 춰야하는지 모르는 사람에게 스카(Ska)만큼 몸을 맡기기 쉬운 리듬도 없을 것이다.

설명이 너무 길어졌다. 이미 당신의 몸이 둠칫거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파올로 누티니(Paolo Nutini)의 10/10이 바로 스카 리듬이다. 파티, 잔치에 제격이지 않은가? 여기에 어떻게 춤을 추냐고? 그냥 '스카 스카'하는 리듬에 맞춰 양팔을 휘적휘적 위, 아래로 흔들거나 몸을 둠칫거리면 된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서 웃음이 나온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즐기면 그만이다. 보다 정통 스카를 맛보고 싶다면 이 곡을 소개한다. 참, K-스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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