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유명 HR 플랫폼에서 직장인의 회의 만족도에 대한 인식 조사를 했을 때 45% 이상이 매우 부정적인 답변을 했습니다. 그 사이 코로나 상황을 겪으며 화상회의 등의 회의 문화 변화가 어느 때보다도 많았지만 여전히 회의라는 말은 직장인들에게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일 때가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많은 경영학자나 경영자들도 회의에 대한 비판적 코멘트를 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대기업들은 일하는 문화 혁신은 10~40년 째 매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그 중심엔 회의 보고 문화 개선이 있기도 하죠.
그런데 회의는 정말 불필요한 걸까요?
이런 질문을 하면 "필요한 회의도 있지, 소모적이니 문제인 거지" 같은 말을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많은 경우 리더에 대한 불만이 존재하죠.
앞서 언급한 회의에 비판적인 유명인들의 코멘트를 다시 볼까요? 그들은 회의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소모적인 회의를 비판합니다. 바로 회의 운영의 역량과 방법을 강조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이보다 부정적 뉘앙스와 코멘트가 더 남는 건 그만큼 회의에 비판적일 만큼 비효율, 비생산적으로 운영된다는 반증이기도 할 겁니다.
회의는 그리스어로 synodos라 합니다. '함께'를 의미하는 syn, '길, 길을 따라 가다'를 의미하는 hodos의 합성어로 함께 모이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라틴어로는 concilium, 역시 함께 모이다라는 뜻을, 영어로 meeting도 만나다, 모이다죠. 한자로도 會議, 모일 회에 의논할 의가 조합되어 모여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한다 정의합니다.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회의란 두 사람 이상이 모여 뭔가를 말하는 거죠.
회사란 두 사람 이상이 모여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곳입니다.
그 과정에서 매 순간 크고 작은 의사결정이 일어나죠. 전략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계획을 세운다지만 이 모든 건 결국 뭘, 어떻게, 언제, 누구 등의 의사결정을 위한 것이 되고 곧 회의의 아웃풋도 그래서 내려진 의사결정으로 귀결됩니다.
이 말은 회의의 종류에 대한 이론적 구분이 다양하다지만 단 하나만 남겨야 한다면 「회의=의사결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데 하나 더 살펴보면 회의는 명사가 아닌 동사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이라는 말도 '결정'이라는 동사가 포함되지요.
그럼 의사결정이라 하면 어떤 말이 떠오르세요? 여러 안 중 하나를 고르는 거?
이런 걸 우린 선택이라 합니다. 엄밀히 선택과 결정은 차이가 있는데요.
선택이란 여러 옵션 중 하나를 고르는 걸 의미합니다. 결정은 선택의 결과를 구체적 계획을 통해 실천한다는 뜻이죠. 의사결정에서 의사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은 무엇을 할 지 결정한다. 단순히 밥이 좋아 빵이 좋아가 아니라 뭘 '먹겠다'를 결정하는 것, 행동하기를 결정한다가 되는 거지요.
회의가 비효율적이다
회의가 비생산적이다
회의가 소모적이다!
회의가 비효율적이란 말은 자원(시간, 인력, 비용 등)을 제대로 활용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필요 이상 길어진 회의, 명확한 아젠다 없이 흐르는 회의, 참석자의 준비 부족도 주 원인이 됩니다.
비생산적이라 한다면 본래 회의의 목적과 목표가 있는데 이를 달성 못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기껏 회의는 잘 해놓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결정을 못내린 경우가 해당됩니다. 회의의 아웃풋이 없어 시간만 소비한 결과일 때에요.
소모적이라 함은 단순히 시간낭비를 넘어 참석자들의 에너지를 소진시켰을 때라 하겠습니다. 앞서 비효율, 비생산적인 회의로 사람들을 심리적, 신체적으로 지쳐버리게 만드는 상황을 포함합니다. 비효율-비생산의 반복된 경험은 소모적인 걸로 악화되며 조직 내 회의보고에 대한 반감과 불신으로 문화가 됩니다.
보통은 그냥 회의 참석자가 회의가 시간 아깝다 생각하면 별 구분 없이 흔히 쓰는 말임에도 굳이 불필요해 뵈는 단어 싸움을 하느냐.
그건 아니고 다음 레터에서 다룰 내용의 이해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에요. 잘못된 회의를 비판하는 건 흔하지만 회의 주관자와 참석자 중에는 정말 문제가 뭘까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죠.
때로는 나는 잘하고 있고 필요해서 하는 건데 사람들이 문제란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참석자도 본인이 회의의 본질을 오해하거나 착각할 때도 자주 있으니까요.
오늘 레터에서 단어를 뜯어 보며 여러분은 회의를 어떻게 인식하고 계셨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의 회의는 지금 어떠한지도요.
다음 레터에서는 오늘의 내용을 바탕으로 리더와 회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이번주에는 지리한 폭염이 잦아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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