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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닉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는 사울 레이터의 카메라가 자처한 관찰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일상의 사진이 주는 미학적인 감상과, 사진이 줄 수 있는 회화적 느낌을 최대화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사울 레이터가 걸어온 뉴욕 한 가운데 예술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일생과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그리고 20세기 현대 예술 운동 속에서 그의 움직임에 대해, 마지막으로 그가 행했던 예술 속 그 자신에 대해 적어보았습니다. 가장 ‘나’ 다운 예술을 했던 사울 레이터를 가장 ‘저희’ 답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
1_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는 ‘나누는’ 전시다?
w. Rasp 🍓
🔊 Bruno Major - Nothing
(저번 뉴스레터에서 저는 전시에 맞는 음악🎙을 하나 정해서 듣는다고 말씀드렸죠! 이번 노래는 전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진을 보며 항상 이목을 끌었던 것은 세련된 미감이나, 피사체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제 눈을 잡아끈 건 많은 교차지점이었습니다. 교차지점은 무언가를 나눈다는 의미도 되지만, 기준점이 되기도 하죠. 작품 안에서 많은 프레임🔍을 자체적으로 설정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작품 속에서 이 교차지점을 발견하셨나요?
그렇다면 이 교차점은 무엇을 나누고 포용했으며, 어떤 선을 관람자에게 제공했을까요? 📷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를 갈라보자! - ① 인물
교차 지점으로 가를 수 있는 가장 쉬운 피사체는 바로 🤴🏻인물👸🏻입니다. 선과 점의 교차, 선과 면의 교차, 그리고 선과 선 사이의 교차와 같은 2차원적 교차에서 시작해 인물와 인물, 인물과 선의 교차와 같은 3차원적 교차에 이르기까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피사체는 인물이었을 것입니다. 인물의 밖에 교차점을 넣으면 외부와 인물의 분리를 통해 인물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고, 인물의 안에 교차점을 넣으면 내면의 감정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각각의 매력을 더하고 있죠!✨
바깥에 공개되어 있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숨어 있는 것들도 있어요. 숨어 있는 것들이 인생이나 현실에서 더 많은 영향을 주죠. 그렇지 않나요?
사울 레이터
특유의 빈티지한 색감과 더불어 거울의 활용을 통해 인물은 다각도로 갈라지고, 그로 인해 신비한 느낌을 줍니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가장 역설적이게도 많은 것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사울 레이터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인 만큼, 인물의 표정은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중 하나도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은 작품에서 어떤 말을 읽어내셨나요? 📣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를 갈라보자! - ② 시공간
사울 레이터의 사진 속엔 많은 인물과 상황의 이야기가 있지만 절대 과하거나 넘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무수히 많은 말들이 사진을 꽉 메우고 있지만, 그것은 절대 온전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거든요. 🤗
나는 인생 대부분을 드러나지 않은 채 지냈다. 그래서 나는 늘 아주 만족했다. 드러나지 않는 것은 커다란 특권이다.
사울 레이터
사울 레이터의 삶에 대한 이러한 가치관이 작품의 곳곳에 묻어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상황을 나열하는 듯한 다소 루즈한 제목과 많은 감정을 담은 피사체의 상황, 그리고 누구보다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사울 레이터의 셔터는 흐릿한 여백과 결합해 전시에 적당한 편안함을 선사합니다. 전시 공간도 마찬가지인데요.
사실 이 공백은 관람자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 더불어, 상황에서 관람자를 분리하고 있죠.
흔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색이 ‘대비’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으로 세피아 컬러를 띄는 색감에 원색 한 스푼을 떠넣은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색감의 대비를 줌으로써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되 그렇다고 완전히 숨지도 않은 그의 인생관을 알 수 있었고, 교차점을 활용한 공간의 분리, 나아가 상황과 관람자를 분리함으로써 관람자의 현실과 작품 속 세상의 대비라는 큰 대척점을 세우기도 했죠. 그의 전시가 이렇듯 매력적인 건, 한 시점에서 보면 하나의 모노톤으로만 보이던 작품들이 어느 순간 여러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제각기의 소소한 매력을 발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
🍓🍒🍓🍒🍓🍒
사실 이번 전시를 보며, 많은 기준에 따라 분류될 수 있는 전시임과 동시에 할 말이 이렇게나 없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을 쓰는 것보다는 ‘글감’이 될 만한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시시콜콜한 감상💭도 여러분들께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상, 에디터 라즈였습니다!
[ 📌 에디터 '라즈'의 뉴스레터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
2_ 사울 레이터, 삶의 족적
w. Cedar🌳
*해당 글은 전시 <사울 레이터 :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의 큐레이션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염두에 둔 목적 없이, 그저 세상을 바라본다.”
S.L
① 1940 뉴욕, 예술의 도시를 담다
1940년대 뉴욕은 예술적 태동기를 맞아 많은 사상과 담론이 격동하던 곳이었어요. 사울 레이터는 랍비 아버지의 후계 교육에서 벗어나 1946년 스물셋의 나이로 예술의 도시 뉴욕에 홀로 정착했습니다. 예술에 대한 그의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죠!😀 그림에도 출중한 재능을 지니고 있었던 레이터는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았는데요. 그의 친구이자 추상표현주의 화가였던 푸세트 다트에게 포토그래퍼가 될 것을 권유 받아 본격적인 사진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레이터는 그 당시 뉴욕을 달구던 어떠한 예술 운동이나 사조에도 동조하지 않았어요. 35mm 라이카를 들고 거리로 나가 일상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 것이 그의 주된 작품 활동이었죠. 사진 속에 주제 의식이나 메세지를 담기보다는 그저 뉴욕 도심의 풍경을 관망하고는 했는데, 그러한 그의 성향 탓에 사울 레이터의 사진은 쉬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하고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야 재평가 되었습니다.
위 사진 속 여인은 레이터의 초기 흑백 사진의 주된 피사체인 그의 여동생 데보라Deborah에요. 데보라를 모델로 한 그의 초기 습작에서는 대상을 일부러 흐리게 숨기거나 모호하게 만드는 그의 기법적 특징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답니다.😃
② 컬러 필름,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사울 레이터의 사진 기법적 특징은 이후 그가 컬러 필름을 사용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어요. 20세기 중반의 뉴욕 황금기 풍경을 담은 그의 사진은 전형을 파괴하는 구도와 회화적인 색감이 어우러져 고요하면서도 사색적인 분위기로 기록되었습니다. 전시의 부제인 ‘창문의 통해 어렴풋이’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듯, 그는 안개나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피사체에 집중했는데요. 사진에서 레이터에게 큰 영향을 준 인상주의의 요소들이 보이는 것도 같죠?🖼️
1950년대 말미를 지나며 패션 잡지 <하퍼스 바자>의 신임 아트 디렉터 ‘헨리 울프’에게 첫 의뢰를 받은 사울 레이터는, 그것을 기점으로 <에스콰이어>, <엘르>, 영국의 <보그> 등에 사진을 싣는 패션 사진가로서의 30년 경력을 쌓아나가기 시작합니다.
당시 패션계 사진과 차별화되는 그의 자유로운 시각과 즉흥성이 반영된 사진은, 상업성이 짙음에도 불구하고 빛을 발했어요. 모든 요소를 철저한 통제하에 두던 방식을 과감히 탈피하면서도 우연적 요소의 결합을 중시하는 레이터의 결과물은 패션 사진을 예술 사진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순수한 예술의 목적 하에서 컬러 필름을 선택했던 사울 레이터의 시선과, 그의 렌즈에 담긴 당시 뉴욕의 풍경이 생생하고도 아름답게 느껴진 전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문 예정이 있으시다면 여러분도 옛 뉴욕의 감성을 사울 레이터의 필름 너머로 감각해보시길 바라요.😊
[ 📌 에디터 '시더'의 뉴스레터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
3_ 사진, 그리고 사울 레이터
w. Lily💐
컬러 사진의 선구자로도 불리는 사울 레이터는 1940년대부터 컬러 필름을 사용하였는데요. 당시 컬러 필름은 기술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룩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동시대 평론가들은 컬러 사진에는 색상 재현에 한계가 많아 ‘진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장의 기저에 깔려 있는 논제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당시 컬러 사진은 진실을 왜곡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진은 진실만을 담아내는 수단, 혹은 기계에 지나지 않는 걸까요?
① 픽토리얼리즘과 스트레이트 사진
이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선 당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던 여러 예술 운동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19세기 미학자, 비평가들에 의해, 미술은 인간의 상상력이 가미된 ‘창조작’이지만, 사진은 그저 실제 사물을 ‘포착’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곤 했는데요. 이러한 주류 의견에 반발하며 ‘사진도 회화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픽토리얼리즘(Pictorialism)’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들은 사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회화에서처럼 사진가의 표현이 들어갈 수 있으며, 변형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 하였습니다.✨ 이러한 입장은 사진 분리파 운동을 통해 미국에서 조직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죠.
이를 통해 사진 분리파는 ‘그림 같은 사진’을 제작할 수 있었으나, 이 또한 회화만을 동경한다는 한계가 있었죠. 시간이 점차 흘러 세계 1, 2차 대전 이후, 그들은 사진 고유의 특성-객관적으로 대상을 포착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하였고, 사진 또한 예술로서 미적 목적을 가진다는 것을 증명하려 시도하였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사진가들은 사진의 ‘객관성’을 존중하는 스트레이트 사진을 추구하게 되었고, 점차 그 고유성을 인정 받게 되었죠. 즉, 사진의 기계성, 객관성을 인정하며 예술성 또한 찾아간 것입니다.🤩
(*이필(2010), 「미국 모더니즘 예술 사진 비평과 미술 비평의 정치학 :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 클레멘트 그린버그를 중심으로」, 미학예술학연구, vol.32, PP.101-140.,PP.107-114.)
② 예술 운동의 격동기 속, 사울 레이터
이러한 배경을 알고 다시 사울 레이터의 컬러 사진으로 돌아와 봅시다. 그의 사진은 일상의 순간들을 그저 ‘포착’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예술이 아닐까요?🤔
이 또한 아닙니다. 사울 레이터의 작품들은 ‘객관성’을 가진 사진으로 존재하며, 그 속에서 전시 가치를 지닌 ‘예술’로서 남아있기 때문이죠. 너머의 것, 예컨대 안개나 창문 너머에 서있는 인물, 빗물 너머로 보이는 사물 등을 포근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그의 그림을 보게 된다면 누구든 심미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에요.😶 이것이 예술이 아니라면 그 무엇을 예술이라 할 수 있을까요.
사울 레이터는 당시 문화의 격동기를 맞은 미국의 한복판에서 어떠한 예술 사조나 운동에도 동조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작업을 펼쳐 나갔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논한 사진 예술 운동 이야기들이 무색할 정도이죠. 수많은 예술 운동이 전개되었던 당시 미국의 상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는 사울 레이터가 얼마나 자신의 작업에 몰입하여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사울 레이터 작품의 매력에 몰입해 보는 건 어떨까요?💫
[ 📌 에디터 '릴리'의 뉴스레터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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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터가 흥미로우셨다면 다음 레터에서 또 뵈어요!
더 매력적인 향기로 당신을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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