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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히토 슈타이얼의 개인전으로, 동시대 미디어와 디지털 세계에 관한 그만의 독특한 시각을 담아냅니다. 그의 작품은 동시대성을 깊게 함유하며 오늘날 우리의 미디어, 인공지능, 디지털 등에 관해 사고할 수 있게 하는데요.
프루스트 이펙트는 기획의도부터 작품-작가, 그리고 동시대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본 전시가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사고해 보고자 합니다.
1_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 는 ‘깨는’ 전시다?
w. Rasp 🍓
🔊 S1mba - Rover (ft. DTG)
(사실 이번 전시 대부분이 미디어 작품이라 음악을 들을 수 없었지만… 메모할 때나 뉴스레터를 작성할 때는 이 노래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더라고요? 🤩라즈만의 사견이긴 합니다 하하! 함께 감상하며 전시를 다시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이번 전시의 가장 색달랐던 점은 바로 대부분의 작품에 ‘프레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미디어 전시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실 수 있겠지만,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대두되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
앞선 소제목에서 저는 이번 전시를 ‘깨는’ 전시로 명명해보았는데요. 프레임의 부재와 ‘깸’에는 어떤 공통분모가 있을까요? ✨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 는 깬다? - 동시대 전시장에 대한 고찰
다소 어려운 제목일 수도 있겠지만, 요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5월 2주차 개인 콘텐츠에서 언급했듯, 저는 ‘전시기획’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감상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거든요.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는 것 자체도 작가의 창작 의도와 맞는 것일까?’ 에서 시작해 ‘사실은 큐레이터가 보고 싶은 대로 관객이 느낄 수 있게, 이미 편집된 전시를 관객에게 주입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여기엔 물론 동선 또한 포함됩니다. 어떤 작품을 먼저 봐야 하는지, 그리고 정해진 동선에 따라서만 이동해야 하는지가 과연 감상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래서 이 전시는 제게 🎇센세이션🎇이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큰 다섯 개의 섹션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여타 전시보다 훨씬 자유로운 동선과 감상이 가능했으니까요! 동선이라는 프레임의 부재는 물리적 이동에 훨씬 제약을 덜어줍니다. 섹션 내부를 둘러보면 다소 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누울 수 있는 여분의 장소를 마련해 둔 것까지 새로운 감상의 지평을 연 느낌이었습니다. 전시는 서서, 큐레이터가 정해준 동선을 따라 가지런히 감상해야 한다는 일련의 편견을 깬, 그런 느낌이요. 🎊
전시기획의 가장 중요한 점은 동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선엔 형식이 있어야 한다는 ‘프레임’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요. 🎨 그러나 이 전시회는 움직임이라는 키워드로, 더 다양한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많은 움직임이 필요한 곳에서 우리는 누울 수 있고, 설치 작품 군데군데를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히토 슈타이얼이 세상의 많은 프레임과 싸우려 했듯, 그는 어쩌면 오랜 시간 이어져 온 미술관 내의 관습적인 동선과 공간 사용에 대해서도 저항한 게 아닐까요? 창문을 깨고 나와야 하는 건, 미술관 속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
전시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챕터 3의<면세 미술>이었죠. 이 작품은 ‘미술관은 전쟁터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동시대 미술관을 둘러싼 자본과 제도, 권력과 시선 등에 대해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미술관이 더 이상 고상하고 정보 전달을 위한 성역(聖域)이 아니라는 것이죠.
🍓🍒🍓🍒🍓🍒
강인해야 한다. 시도해야 한다. 주저 말고 시도하라! 창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하다. 처음으로 창문을 깨려고 시도했을 때, 나는 ‘띵’ 했다. 유리가 깨지지 않아서.
히토 슈타이얼
이번 전시에서 가장 좋았던 글은 서문도, 작품 설명도 아닌 이 자전적인 한 마디였습니다. 전시는 많은 담론들을 함축해서 여러 챕터 안에 가득 담았지만 결국 이 전시를 하나의 주제로 합치한다면 그건 분명 창문을 깨고 나온 사람들, 그리고 먼저 깨고 나온 사람들이 창문 너머의 사람들에게 던지는 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여러분의 바다가 큰 파도를 일으켜, 또 다른 창문. 또 다른 프레임을 깨길 바라요! 🌊
이상, 에디터 라즈였습니다!
[ 📌 에디터 '라즈'의 뉴스레터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
2_ 데이터의 바다 : 가능성을 회의(懷疑)하다
w. Cedar🪵
히토 슈타이얼 (Hito Steyerl, 1966, 독일) [ : 데이터의 바다 ]
전시의 부제인 ‘데이터의 바다’는 히토 슈타이얼의 논문 「데이터의 바다 : 아포페니아와 패던(오)인식」(2016)에서 인용한 것으로, 현대사회 속 또 하나의 현실로 자리잡은 ‘데이터 소사이어티’를 성찰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고 해요. 이번 전시는 총 5부로 진행되는데, 저는 이 중 ‘1부 : 데이터의 바다’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골라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데이터·인공지능·알고리즘·메타버스 등 귀에 익어 꽤나 친숙하지만, 되려 멀게만 느껴지는 개념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떠한 사유를 할 수 있을까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돌고 도는 이미지,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의 바다 속 깊숙히 자리잡은 기술, 자본, 권력, 정치의 맥락을 이제부터 함께 읽어보도록 합시다!
① <소셜심> 2020
_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8분 19초, 라이브 컴퓨터 시뮬레이션 댄싱 마니아 등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첫 번째 방’에서는 거대한 4채널 스크린에서 춤을 추는 수많은 아바타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요. 목소리가 다 묻혀버릴 정도로 크게 들려오는 댄스 음악과 기계음같은 나레이션은 정신을 마비시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경찰 혹은 소방관의 복장을 한 수십명의 아바타가 쉬지 않고 춤을 추는 이 작품은 슈타이얼의 2020년 작 <소셜심 SocialSim>입니다.
‘소셜심’이라는 단어는 ‘소셜 시뮬레이션’에서 따온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아바타 ‘심’을 떠올리게 합니다. 해당 작품에서 나타나는 움직임은 인간의 상호작용을 단순화한 모델로서, 펜데믹 이후 퍼지기 시작한 대중들의 시위와 이를 진압하는 경찰 및 군인들의 행위를 각색한 ‘사회적 안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작품 속 아바타의 신체 움직임은 2020년 펜데믹 기간 중 일어난 시위 현장의 사망자, 부상자, 실종자 수와 같은 데이터의 추이에 따라 변화한다고 해요. 📈
<소셜심>의 ‘두번째 방’에는 도난 당한 <살바도르 문디>를 찾는 임무를 다루는 영상 작품이 상영됩니다. 여기서 <살바로드 문디>는 인공지능이 다스리는 자유 무역항으로 끌러가는 ‘시뮬레이션된 미술’로 등장하는데요. 영상은 작품 속 인물이 직접 입을 열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환상을 구현하고 있어요. 작가는 이 지점에서 ‘인공 우둔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펜데믹 시기에 더욱 자동화되고, 폐쇄되고, 가상현실로 대체된 미술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② <이것이 미래다> & <파워 플랜츠> 2019
_ 단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스마트 스크린, 16분 _ 스테인리스스틸 비계 구조물, LED 패널 등
슈타이얼의 신작 <야성적 충동>을 거쳐 전시장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녀의 2019년 작 <이것이 미래다>를 감상할 수 있는데요. 이는 신경 네트워크와 인공지능이 예견한 미래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이자 예측 알고리즘에 의해 감옥에 갇힌 쿠르드족 여인 ‘헤자(Heja)’는 교도관의 감시를 피해 마술적인 힘을 지닌 미래 정원의 꽃을 싹 틔웁니다.🌹
이어지는 작품 <파워 플랜츠> 속 0.04초 후의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는 꽃들은, 앞으로 피어날 가상의 식물 이미지를 출력하며 LED 패널을 다채롭게 채우고 있는데요. 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재생되고 피어나는 헤자의 식물은 과연 인류에게 어떠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인지 사유하게 만듭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우리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요?
슈타이얼은 작품 속에서 ‘미래 예측’이 인류의 오래된 문제였다는 점을 언급합니다.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미래를 예측하고자 노력했고, 인공지능은 그 예측에 가까이 닿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죠. <이것이 미래다>는 이렇듯 모든 것을 예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현재는 과연 괜찮은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함께 던지고 있기도 하죠.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우둔함을 꼬집고 그것의 신뢰성에 대한 회의(懷疑)을 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없이 (Without)
그리고 없이 (With out)
의심을 가지고 (With doubt)우리는 의심한다 (We doubt)
[ 참고 자료 ]
*전시 리플렛
[ 📌 에디터 '시더'의 뉴스레터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
3_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바다 속, 우리는
w. Lily🌼
전시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는 디지털과 데이터에 더욱 몰입하게 된 우리의 모습을 감각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몰입은 펜데믹 상황 이전에도 예견되어 왔죠. 각종 웹 플랫폼, 가상 현실, 인공지능 등에 관한 사회적 주목만을 바라보아도 그렇습니다.
본 전시는 디지털 공간의 현 상황을 조우할 수 있게 합니다. 디지털 문화, 이미지, 동시대 미술관의 역할 등 미디어에서 비롯된 여러 사유를 끌어내, 그 기술에 관한 개인의 사고를 확장할 수 있게 만들죠. 여기서 우리는 디지털 기술은 과연 인류를 구원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만 잡히지 않는 이 데이터의 바다 속에서, 침전하지 않은 채 헤엄칠 수 있을까요?
①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논제 1. : 디지털 감시 사회
이번 전시를 통해 디지털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디지털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죠. 그러나, 우리는 현재 이러한 데이터를 ‘착취’ 당하고, ‘감시’ 당하는 입장에 처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종 기록, 예컨대 ‘최근 본 영상’, ‘검색 기록’, ‘좋아요를 누른 게시글’ 등은 데이터가 되어 디지털 속에 저장되고, 이는 하나의 세계로 재편되어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죠. 어느새 빅데이터가 기업의 생존 전략이자, 개인 정보 착취 수단으로써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히토 슈타이얼의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은 데이터 수집과 시각적 감시에 반하여 ‘안 보일 수 있는 방법’과 ‘사라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물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빅데이터의 활용과 시각적 감시가 만연한 이 사회에서 우리는 ‘보이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 가능할까요?
(*전시 리플렛 참고)
②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와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논제 2. : NFT
최근 뉴스를 가득 채우는 단어들이 있죠. 그것은 바로 NFT!✨ NFT는 디지털 미술품, 음원,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하는데요, 이러한 NFT는 특히 미술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번 《히토 슈타이얼 – 데이터의 바다》에서도 NFT와 관련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는 <야성적 충동>이라는 작품이죠.
‘야성적 충동’은 본래 경제학자 케인스로부터 언급되었습니다. 인간의 야성적 충동으로 인해 경제가 합리적, 이성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죠. 이러한 개념은 히토 슈타이얼의 작품 <야성적 충동>에서도 적용되어, NFT, 비트코인 등과 연동된 ‘야생적인 자본주의 시장’을 보여줍니다.
이는 우리네 NFT 시장에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NFT 시장은 투기 행위가 성행하고 있죠. NFT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 예측한 채 진행된 거래들로 볼 수는 있으나, 우리의 현 상황을 성찰하는 자세도 몹시 필요합니다.
한편, 히토 슈타이얼은 NFT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극소수 작가만 이익을 취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미술시장과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출처: 성수영, 2022.05.09., “미디어아트 거장의 돌직구 “NFT, 뭔 혁신인데?””, 한국경제, 미디어아트 거장의 돌직구 NFT 뭔 혁신인데 | 한경닷컴 (hankyung.com), 2022.05.30.
우리는 과연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요?🤔
[ 📌 에디터 '릴리'의 뉴스레터 전문은 이곳에서 보실 수 있어요! ]
🧠🌊🧠🌊🧠🌊
이번 레터가 흥미로우셨다면 다음 레터에서 또 뵈어요!
더 매력적인 향기로 당신을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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