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바람이 불어오는 그곳을 따라

6년째 같은 곳을 여행하는 이유

2024.03.05 | 조회 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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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의 여행노트

기꺼이 자기만의 길을 걸으려는 당신에게, 월 3회 여행 레터를 전합니다. [☀️월요여행 단편시리즈 연재중]

 

 

*

 

"내 고향 미야와디는 정말 예쁜 곳이었어. 밤이면 하늘에 별이 지금처럼 많았지."

 

자신의 서툰 영어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그저 순박하게 웃음 지어 보이는

이이뚜웨이.

그는 미얀마어, 나는 한국어를 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고향이 전혀 다른 그와 나지만,

지금 우리는 나란히 같은 곳에 서서

두 손을 꼭 잡고, 같은 온도를 느끼면서

저 먼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날, 그가 보인 구김없고 희망으로 가득 찬 얼굴은 

내게 하나의 각인처럼 또렷이 새겨져 있다.

 

 

 

*

 

치앙마이 버스 터미널, 아케이드 2

하루에 딱 한 번 운행하는 1시 30분 출발 메솟행 그린버스에 올라탄다.

치앙마이 - 람빵 - 딱 - 메솟

2번의 경유지를 거쳐 소요시간은 총 8시간,

왕복 16시간 여정.

 

우리의 도착지인 메솟은 미얀마와 태국 땅이 마주하고 있는 국경 지역이다.

태국 정부 허가 아래 미얀마 난민이 거주할 수 있는 국경 지역 중 한 곳이다.

미얀마 본토는 현재 2021년 2월을 기점으로 군부 세력에 의한 군사 쿠데타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살기 위해 난민이 된 미얀마 사람들이 그곳 메솟에 들어와 있다.

 

대부분의 태국 친구나 주변 지인들에게 메솟에 간다고 하면 이렇게 물어온다.

 

"엥? 거기에 뭐 볼 게 있어요?"

 

 

 

 

언젠가부터 그를 따라 메솟에 있는 미얀마 난민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와 만나게 되면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매해 치앙마이로 혼자 여행을 떠나고 있었고,

그 역시 매해 난민학교 일정으로 치앙마이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해마다 자신이 번 수입의 일부로 장학금을 만들었고,

미얀마 난민학교에 있는 학생들에게 오랜 기간 투자해 왔다.

나도 몇 해째 계속 동행하다 보니 난민학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는 일이

어느덧, 내게도 지키고 싶은 약속이 되어갔다.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고 한동안 그들을 찾지 못한 시기에는 몹시 안부를 걱정하며 그리워했다.

함께 생일파티를 하고, 새해엔 떡국과 삼계탕을 만들어 먹으며

옹기종기 모여 온기를 나눈 얼굴들이 자주 둥둥 떠다녔다.

 

그러다 문득,

 

'나는 왜 그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때가 있었다.

 

그의 이유가 아닌 나의 이유를 찾고자 했지만,

끝에 다다른 생각은 되려 이유가 중요치 않음을 느꼈을 뿐이다.

다만 ‘그들을 웃게 해주고 싶다’ 는 단순한 소망만 남았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더 자주 보고 싶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덜 무거웠으면 싶다.

 

 

*

 

지나가는 아이들만 보면 마음이 쓰인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끌어안아야 할 아이들이 많다고 느낀다.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그랬고,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들에게 가닿으면서는 그 감각이 더욱 선명해졌다.

인생의 반려자로 삼은 그와 매해 같은 길을 떠나는 것도 어찌 보면 다 연결된 일 같다.

 

내가 세상에 던져진 이유,

내 존재의 본질,

내 존재 이유가 사랑을 거두고 뿌리는 일이라면,

기꺼이 기꺼이,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사랑하고 싶다.

 

 

*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베푸는 거룩하게 포장된 선행이 아니라 

내 아이가 자랐으면 하는 세상, 

우리가 죽기 전까지 보고 싶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기부가 아닌 투자를 하겠다고 말하는 그와 나란히 걸으며 생각한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한 번 해보자!'

 

어쩌면 그가 내게 해준 말이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 건지도 모르겠다.

 

"할 있는 것을 있는 만큼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걸음 다가와 있으니까."

 

 

*

 

어떤 순간이 찾아와도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br>

 

 

 

 

 

 

 

 

 

 

 

곧 또 만나자, 안녕 맹글라바 :)
곧 또 만나자, 안녕 맹글라바 :)

 

 


🎧 Today playlist 

 

 

 

영상 중간에 그가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꼭 들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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