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들은 있는 그대로 늘 있어야 한다

2024.01.11 | 조회 3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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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밀밭의 파수꾼』 J. D. 샐린저

"인생은 시합 맞지, 아이야. 인생은 규칙에 따라 경기를 해야 하는 시합 맞아." (…) "저기요, 선생님.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내가 말했다. "정말이에요. 저는 괜찮을 거예요. 지금 그냥 그런 단계를 겪고 있을 뿐이에요. 모두가 그런 단계나 그런 걸 겪지 않나요, 안그래요?"

 

그렇게 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그럴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럴 기분이 아니면 그런 일은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박물관에서 가장 좋은 것은 모든 게 늘 바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 이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십만 번을 가도 그 에스키모는 여전히 그 물고기 두 마리를 막 잡은 뒤고, 새들은 여전히 남쪽으로 가고 있을 거고, 사슴은 여전히 예쁜 뿔과 예쁘고 가느다란 다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그 물웅덩이의 물을 마시고 있을 거고, 가슴이 드러난 그 인디언 여자는 여전히 똑같은 담요를 짜고 있을 거다. 아무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유일하게 달라지는 건 우리다. 그렇다고 우리가 훨씬 나이가 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딱히 그런 건 아닐 거다. 그냥 달라질 거다, 그뿐이다.

 

"아니라고 했어, 내가 대학가고 그런 뒤에 갈 수 있는 굉장한 곳이 있지 않을 거라고. 귀를 열고 잘 들어. 그건 완전히 다를 거야. 우리는 여행 가방이나 그런 걸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할 거야. 모두에게 전화해서 작별 인사를 하고 호텔이나 그런 데서 그림엽서를 보내야 할 거야. 그리고 나는 어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 거고, 택시나 매디슨 애비뉴 버스를 타고 출근하고, 신문을 읽고, 늘 브리지를 하고, 영화관에 가서 멍청한 단편 영화와 예고편과 뉴스 영화를 많이 볼 거야. 맙소사. 뉴스에서는 늘 멍청한 경마가 나올 거고, 어떤 부인이 뱃전에서 샴페인 병을 터뜨릴 거고, 어떤 침팬지는 바지를 입은 채 빌어먹을 자전거를 탈 거야. 전혀 똑같지 않을 거야. 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몰라."

 

"'사람이 호밀밭을 헤치고 가서 사람을 붙잡으면' 그런 노래 알아? 나는······."
"'사람이 호밀밭을 헤치고 가다 사람을 만나면'이야!" 우리의 피비가 말했다. "그건 시야. 로버트 번스의 시."
"나도 그게 로버트 번스의 시란 거 알아."
하지만 아이가 옳았다. 「사람이 호밀밭을 헤치고 가다 사람을 만나면」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다.
"'사람이 호밀밭을 헤치고 가서 사람을 붙잡으면'인 줄 알았는데. 어쨌든 나는 그 모든 어린 꼬마들이 호밀밭이나 그런 커다란 밭에서 어떤 놀이를 하는 모습을 계속 그려 봐. 어린 꼬마 수천 명, 주위에 아무도 없고—그러니까 어른은 없고—나를 빼면. 그런데 나는 어떤 미친 절벽 가장자리에 서 있어. 만일 꼬마들이 절벽을 넘어가려 하면 내가 모두 붙잡아야 해—그러니까 꼬마들이 어디로 가는지 보지도 않고 마구 달리면 내가 어딘가에서 나가 꼬마를 붙잡는 거야. 그게 내가 온종일 하는 일이야. 나는 그냥 호밀밭의 파수꾼이나 그런 노릇을 하는 거지. 나도 그게 미쳤다는 거 알아. 하지만 그게 내가 진짜로 되고 싶은 유일한 거야. 나도 그게 미쳤다는 거 알아."

 

"너는 학생이야—네가 그 생각이 마음에 들든 아니든. 너는 지식을 사랑해. (…)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 행동에 혼란을 느끼고 겁을 먹고 심지어 그걸 역겨워한 사람이 네가 처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그 점에서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너는 자극을 받고 흥분해서 알고 싶어질 거야. 많은, 아주 많은 사람이 네가 지금 바로 그러는 것 처럼 도덕적으로 또 영적으로 괴로워했어. 다행히도 그들 가운데 일부는 그 괴로움을 기록해 놓았어. 너는 그걸 보고 배울 거야—네가 원한다면. 마찬가지로 인젠가, 네가 줄 것이 있다면, 누군가가 너에게서 뭔가를 배울 거야. 이건 아름다운 상호 작용이야. 그리고 이건 교육이 아니야. 이건 역사야. 시야."
"학문적 교육이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또 있어. 일정한 기간 그것을 따라가다 보면 네 정신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조금씩 알게 돼. 그것이 뭐에 적당하고, 또 어쩌면 적당하지 않은지. 한참 후에는 너의 특정한 크기의 정신에 어떤 종류의 생각을 입혀야 하는지 알게 될 거야. 우선 그건 너한테 맞지않는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 생각을 입어 보는 엄청난 시간을 절약해 줄 수 있어. 너는 네 진짜 크기를 점차 알게 되고 그에 따라 네 정신에 옷을 입힐 거야."


그러면 며칠 뒤 아주 예쁘고 화창하고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서부 어딘가에 있게 될 거고 일자리를 얻을 거다. 어딘가 주유소에서 일을 얻어 사람들 차에 휘발유도 넣고 기름도 넣어 주게 될 거라고 계산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느냐는 상관없었다. 그냥 사람들이 나를 모르고 나도 아무도 모르면 그만이었다. (…) 나는 그렇게 번 돈으로 어딘가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남은 평생 거기 산다. 바로 숲 근처에 짓겠지만 숲 안에 짓지는 않는다. 나는 늘 겁나게 해가 나는 걸 원하기 때문이다. (…) 그런 생각을 하자 겁나게 흥분됐다. 정말 그랬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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