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 『베스트 오브 코니 윌리스』 코니 윌리스
내 손글씨가 적힌 서류봉투 더미가, 그때 내가 여기저기 보냈던 여덟 편의 소설 전부가, 모조리 거절당한 채 쌓여 있었다.
흐음, 나는 집으로 오는 먼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어쩌면 이것들은 나에게 뭔가를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뭔가란 분명히 이 일을 그만 둬야 한다고, 포기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짓을 중단하고 교사 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길로부터 나를 구해준 것은 이미 만들어놓은, 우표를 붙이고 주소를 적어놓은 반송용 봉투들이었다. 다시 말해, 우표는 비싸니까, 마지막으로 한꺼번에 싹 다 보내본다 해서 더 상처받을 일은 없지 않겠나?
다행스럽게도 그렇게 대량으로 발송한 소설 중 하나인 〈달을 향해 우는 아이(The Child Who Cries for the Moon)가 《시공의 한 삽(A Spadeful of Spacetime)》이라는 선집에 팔렸고, 이것이 내 용기를 북돋워 결국은 〈갈릴레오〉와 〈아시모프스〉, 〈옴니〉, 〈판타지와 SF〉에 소설을 팔 때까지, 그리고 〈클리어리 가족이 보낸 편지〉와 〈화재 감시원〉이 네뷸러상을 받을 때까지, 그리고 내 삶의 경로를 완전히 바꿀 때까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했다. 지금은 재밌는 소소한 일화처럼 들리겠지만, 그 일이 벌어졌던 당시에는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혹시나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고뇌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아무리 많은 거절 쪽지를 받고, 아무리 낙담했다 하더라도 계속 쓰세요.” 그리고 윈스턴 처칠이 했던 말처럼, “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선생님, 학생들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부모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그러나 아이들에게 읽혀야 한다고 판단되는 책이나, 모두가 읽는 책이나, 나이에 맞거나 주제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책은 피하세요. 부적당한 책이나 다른 사람들이 지루하게 생각할 것 같은 책을 읽어주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세요.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싹트게 될 씨앗을 심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씨앗이 20년 뒤에 활짝 필 거예요.
무엇보다, 나는 여자와 음악과 질 좋은 독주를 사랑했던 멩켄이 그립다. 그는 이렇게 썼다. “삶은 꼭 유쾌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다. 오늘 당장 당신 자신을 지옥에 밀어 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일이나 모레 즈음, 또 다른 원숭이 재판, 또 다른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혹은 첫째 남편의 옷가지를 다 가지고 있는 부유하고 몸매 좋은 미망인을 만날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하딩같은 부류는 계속 더 많이 태어나고 있다. 나는 가능한 한 길게 버터볼 것을 지지하는 바다.”
과거를 기억하게 해주고 우리가 생각했던 미래를 보여주는, 그리고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보여주는 존재로 이야기를 오롯이 서게 하자.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알베르 카뮈의 말을 기억하자. “심판의 날을 기다리지 말게나. 그건 매일 일어나고 있다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성장합니다. (…)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해줍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보여줍니다. 우리가 어떻게 인간이 될지 가르쳐주고,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야기해줍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