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부동산 시장 소고

2022.12.25 | 조회 270 |
0
|

병호의 공간

일상 속 소고

#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부동산 시장의 하락

2019년 말, 주제넘게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을 한답시고 분석 리포트를 냈었습니다. 나름 많은 분들이 읽어 주셨던 기억이고요. 당시의 전망으로는 서울 아파트 기준 2021년은 상승, 2022년은 잘 모르겠고, 2023 중반 이후 ~ 2024년 정도에는 하방 압력이 생길 것으로 보았습니다. 강력한 하락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고, 약간의 마찰적 조정장세를 예상했습니다.

이와 같이 전망한 배경은 (2019년 말 당시 환경에서는) 2023년 중순 부터 2024년 까지는 구축 공급이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간주택임대사업자 단기 및 장기 모두 물량이 풀리는 시점이었고, 2019년 당시 기준으로 입주일이 어느 정도 나온 아파트의 의무 거주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2023년 중후반부터 2024년 전체에 걸쳐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틀린 점이 많은 전망입니다. 사실 투자에서 시장 예측은 큰 의미가 없기도 하고요. 2022년 초만 보더라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상승을 외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서울까지도 규제지역 해제를 논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2년 12월 현재 컨센서스 상으로는 2023년은 글로벌 리세션이 확실시되고 있는데, 막상 2023년에 어떻게 될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망을 하는 이유는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촘촘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망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이 펼쳐진 배경과 과정을 이해하고, 관련된 여러 이해당사자를 분석해야 합니다. 즉 시장 전망은 예측이 목적이라 기 보다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의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하는 절차라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분석 결과만을 보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입니다.)

전망을 내리던 당시에 비해 지금의 시장 상황은 대외여건과 공급 및 수요 모든 측면에서 차이가 꽤 있습니다. 우선 2020년의 여러 입법으로 인해 구축 주택의 공급 타임라인이 바뀌었습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임대차 2법으로 인한 임대차 비용 상승으로 수요 변화가 컸고요, Covid-19로 인한 유동성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크게 0%대로 낮춘 점도 대외여건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장의 구조 상 2023~2024년도는 구축 공급이 예년에 비해 다소 많은 시기입니다. 또한 2020~2021년도의 급격한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제는 서울 주요 지역의 신축 공급도 늘어났습니다. 2024년 이후까지 공급이 이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정권의 색깔이 바뀜에 따라, 이전 정부에서는 임대주택 신도시로 계획했던 3기 신도시는 다시 평범한 신도시로 바뀌었습니다. 그에 따라 3기 신도시는 민간 주택 공급과 경쟁하게 되었고, 가격적인 면에서 3기 신도시가 우위에 있을 것이기에 ‘잠재적인’ 주택 공급 요소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업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잠재적인 공급으로만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3기 신도시의 사업 상당수가 중단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 규제 완화, 가장 위험한 시기

2022년은 서울 아파트 공급이 일시적으로 꽤 줄어드는 기간이라 하락 압력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역시, 예상을 뒤엎고 매우 빠르게 색깔을 바꾸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깊은 하락이 찾아왔습니다. 변동성이 높아진 원인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금리 상승을 말합니다.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만, 저는 정보의 동조화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 봅시다. 2018~2020년도에는 2~3주에 걸쳐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해지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규제를 한다고?’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규제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급입법도 정당화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규제 완화를 외쳤고, 다소 급진적인 시야를 가진 분들은 ‘규제를 완화하면 주택 가격이 더 오른다’고 말했습니다. (‘규제를 해서 이만큼만 오른 것이다.’는 주장과 논리적으로 같은 말입니다. 둘 다 급진적인 의견이죠.)

그러나 아는 사람을 알 것입니다. 규제를 풀어가는 시점이 가격 하락의 위험이 가장 큰 시기라는 것을요.

지금은 규제를 급격히 ‘해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도중에도 새로운 규제 해체가 발표되었는데, 서울 또한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겠다는 것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일요일에도 규제를 해제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규제가 풀려나가고 있습니다. 시장 상황이 그만큼 나쁘다는 말이겠죠.

 

# 종전 규제가 이제서야 효과를 보이다.

시장 상황이 왜 이렇게 나쁠까요? 금리가 저점 대비 6배 이상 올랐다고는 해도 너무 빠르게 나빠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장 하락의 원인을 금리로 돌립니다. 채권으로 환산해서 이 정도의 속도로 빠지는 게 당연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지난 상승장에서의 규제가 이제 효과를 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금리가 오르고 세금이 늘어나더라도 대한민국의 부동산 고인물은 그저 감당하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필요한 비용은 대출을 통해 조달해 왔고요. 하지만 지난 상승장에서의 규제는 대출을 금지했습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상승하는 비용을 ‘사금융’인 전세로 조달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요. 직전 상승장에서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이 동반 상승했던, 전례 없던 일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급격하게 상승한 전세 보증금은 임대 시장을 차츰 월세로 바꾸었고,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임차인의 자본조달 비용이 늘어나며 전세 보증금 또한 디레버리징 중인 것이 현재의 상황입니다.

임대인은 비용을 조달해야 하는데, 규제로 인해 다주택자라는 신분이 문제가 되어 금융권 대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금리 상승으로 인해 사금융 (전세 임대)을 통해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비용 조달 창구가 막힌 것입니다. 비용을 조달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요? 비자발적으로 매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자발적인 매도가 많아지니 금리 상승분에 비해 가격이 더 빠지는 상황입니다. 지금 서울 주요 지역이라 하더라도 투자자 진입이 많은 단지는 네이버 호가보다 훨씬 더 많이 빠집니다. 비자발적인 매도 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 규제는 기회를 잡지 못한 사람을 위한 사다리

이러한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규제는 종종 기회를 아직 잡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사다리로 동작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종전의 규제를 빠르게 해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풀어나가는 이유는 첫째,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 확산 방어. 둘째, 거래심리 저하로 인한 취등록세 및 양도세 감소 방어 목적이 가장 클 것입니다. (정부는 여러분 가계의 자산 가격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매매 및 임대 시장 모두 하락세가 강해지면 규제를 더욱 빠르게 풀어나갈 것이고, 규제를 다 풀었을 때에도 시장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면 인센티브를 줄 것입니다. 취득세 면제나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의 형태로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규제 완화가 가격 상승을 말한다고 보아서는 곤란합니다. 금리가 상승하다가 하락할 때가 가장 위험한 것과 같이, 부동산 시장 또한 규제가 강해지다가 풀려나갈 때가 가장 위험합니다. 부동산 가격은 소재지 인근의 업무지구 회사의 실적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습니다. 규제의 강도와는 별 관계가 없습니다.

 

# 아반떼냐 아파트냐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큰 기회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서브프라임 시기의 폭락에서 기회를 찾았듯, 지금의 시장 또한 누군가에게는 큰 기회로 작용할 것입니다.

고리타분한 플롯이지만, 저는 준중형차를 사려고 모아둔 돈으로 첫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젊을 때에는 제 차를 꼭 갖고 싶었습니다.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었고, 기계적인 재미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자동차의 매력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난 뒤 느낀 점은 아반떼가 없어도 인생 전체에서는 아무런 탈이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반떼 살 돈으로 투자를 하면 인생 전체에서 두고두고 도움이 될 가치를 얻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 형태는 투자 성과 또는 투자 경험이 되겠고요.

투자는 기회에 배팅하는 행위입니다. 자동차는 확정적으로 자산이 감가 상각됩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살 돈으로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에 투자하면 보유 자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깁니다. 지금처럼 돈이 귀해진 시기, 채권이 폭락한 시기, 자산이 폭락한 시기는 누군가에게는 분명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병호의 공간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병호의 공간

일상 속 소고

뉴스레터 문의 : byeongho.kang@yahoo.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