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 패러다임 시프트

2022.12.26 | 조회 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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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호의 공간

일상 속 소고

# 구글, ‘정보’가 들어있는 ‘문서’를 찾는다.

OpenAI에서 ChatGPT가 나왔습니다. 한 달여 기간 동안 ChatGPT를 사용해 보니, 이제 구글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이 느껴지네요. 물론 구글은 망하지 않을 것이고 여전히 건재하겠지만,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맥락으로 해석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직업 상 구글 검색을 많이 사용합니다. 10년도 훨씬 더 넘게 구글 검색을 빈번히 사용해 오고 있고요. 그런데 1년 정도 전부터 구글 검색 퀄리티가 확연히 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2022년 2분기 초입에는 도저히 못 쓸 정도로 퀄리티가 떨어져서 한동안은 Bing 검색 (United States 설정)을 사용하기도 했고요. 그 이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원하는 문서를 잘 찾아주지 못합니다. 제가 검색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영문이라, 질문과 답변 모두 영어인 데도 퀄리티가 나쁩니다.

구글 검색이 왜 이렇게 퀄리티가 나빠졌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제가 원하는 문서가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정보는 인터넷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읽기 좋게 정리된 ‘문서’는 없을 수 있겠다는 것이죠.

이러한 고민을 하던 중 OpenAI에서 ChatGPT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구글의 검색 패권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더 나아가 구글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OpenAI의 ChatGPT
2022년 11월 30일 공개된 OpenAI의 ChatGPT

# ChatGPT, 내가 원하는 ‘정보’를 ‘문서’로 생성한다.

구글 검색을 잘 살펴볼까요? 기본적으로 구글은 ‘지식’을 찾는 데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스콧 갤러웨이는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서 구글을 ‘신’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신이 아니었습니다. 구글은 ‘다른 사람이 만든 문서’를 찾아주는 ‘문서 검색기’였습니다. 인터넷 상에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누군가가 그 정보를 편집하여 문서로 만들어 두지 않았다면 구글 검색으로는 찾을 수 없습니다.

ChatGPT는 질문에 대한 답을 생성해 줍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문서로 정확히 생성해 전달합니다. 다른 사람이 만든 문서를 추천해 주는 구글 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생성해서 제공하는 ChatGPT가 신에 더 가까울 것임은 자명합니다.

검색 영역에서는 종종 Query & Answer라는 용어가 나옵니다. Query는 질문을, Answer는 답변을 말합니다. 이 시장에서 20년 이상 압도적인 패권을 가지고 있는 구글 검색은 ‘사용자의 입력 단어’를 Query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 문서의 링크’를 Answer로 제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AI/ML 모델이 적용되었겠지만, 큰 구조는 20년 전과 동일한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의 구조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은 Query의 형태가 주로 ‘단어’, 그 중에서도 특히 명사이며, 이 구조가 일반적인 질문 구조와는 상이하다는 점이 첫 번째, Answer의 형태가 실제 답변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작성한 문서의 집합’이라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질문과 답변 모두 완전한 문장으로 구성된 대화 형식을 띕니다. 또한 사람 간의 대화에서는 질문에 대한 핵심을 답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구글 검색처럼 ‘어떤 책의 몇 페이지를 읽어 봐’라고 답하지 않죠.

ChatGPT에서는 사람에게 질문하듯 문장 단위로 편하게 질문하고, 답변 또한 그 질문의 핵심에 대한 답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문서를 만들어 줍니다. 개념이 특이하다고요? 아닙니다. 사람 간의 대화에서 항상 발생하는 일입니다. 단지 우리가 구글 검색의 패러다임에 익숙할 뿐이고, 그 동안은 기술의 한계로 ChatGPT와 같은 것을 못 만들어 왔을 뿐이죠.

검색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든 ChatGPT가 구글 검색에 비해 우수합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한 번에 휘어잡았듯, ChatGPT는 구글 검색을 한 번에 묵직하게 토막 내었습니다.

 

# 사용자 경험, bounded vs. unbounded

앞서, 구글 검색은 ‘다른 사람이 만든 문서를 추천’하는 구조임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구조는 우리가 찾는 질문과 답변이 평범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이 만든 문서 중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많은 질문과 답변이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것입니다. 하지만 질문의 범주가 조금씩 좁혀진다면, 극단의 상황이 되어 기존에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없는 경우라면, 구글 검색은 전혀 엉뚱한 문서를 추천해 줍니다. 분명 인터넷 상에 있는 지식임에도 ‘다른 사람이 만든 문서’를 추천해 주기 때문에 엉뚱한 문서를 추천하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즉 구글 검색의 사용자 경험 상단 (Upper Bound)은 “구글이 수집한 문서 내”로 좁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ChatGPT는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문서로 생성하여 제공합니다. 기능 명세에 대한 프로그래밍 코드를 작성해 주기도 하고, 안내문 또는 공문도 작성해 주며, 시를 지으라고 하면 시도 써 줍니다. 심지어 프로그래밍 코드를 입력하면, 그 코드를 Peer Review 해 주기까지도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죠.

ChatGPT는 사용자 경험의 상단이 없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가 ChatGPT 구조의 사용자 경험 상단이 될 것입니다. Query (질문)에 대한 Answer (답변)을 새로 생성하여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 ChatGPT,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ChatGPT에 대한 비판도 많습니다. 최신 정보를 알지 못하고, 틀린 내용도 그럴듯하게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기술적으로 해결이 어렵지 않으며, 구글 검색과 사람 간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구글 검색 또한 최신성을 띄지 못하고 틀린 정보가 들어있는 문서를 추천해 줍니다. 현재 ChatGPT가 비판받는 문제점은 개선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나, 저는 감히 패러다임 시프트를 방해할 정도는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ChatGPT는 이제 막 발표된 서비스입니다. GPT 3.5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곧 GPT 4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로 업그레이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끄는 첫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 ‘정보의 최신성과 정합성’ 문제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비판 자체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정도라 생각합니다.

 

# AIaaS (AI-as-a-Service) 시대의 시작?

OpenAI의 씨앗을 뿌린 일론 머스크, 그리고 OpenAI에 대한 큰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상당히 많은 비용이 들어갔을 텐데, 그 비용이 매몰비용 처리될 리스크를 앉고서도 수년 간 묵묵하고 강력하게 연구개발을 이어온 비전이 대단합니다. 심지어 구글조차 이러한 연구개발을 하지 못한 것을 이제는 전 세계가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ChatGPT와 같은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OpenAI의 구성원과 투자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정도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을 보유한 사람이 있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끝없는 자본 투입을 리스크 감안하지 않고 쏟아 부을 수 있어야 ChatGPT와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후발주자는 ChatGPT 모델이 동작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연구개발을 시작하게 되니, OpenAI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뒷배가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GPT 3의 개발부터가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가는 모델이며, ChatGPT의 구조 상 적어도 초반에는 상당히 많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갑니다. 아무리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쉽사리 도전하기는 어려운 모델입니다. (국내에서 GPT 3 개발에 많은 기업이 뛰어 들었으나, 비용 및 인력 문제로 성공적인 모델을 아직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OpenAI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의외로 간단한 지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AI-as-a-Service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zure에서 OpenAI API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ChatGPT의 상용 버전 또한 Azure에서 서비스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유료로 말입니다.

저는 ChatGPT를 비롯, 많은 수의 AI-as-a-Service 들은 비용 부담이 다소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AWS가 좋은 예인데요, 상당히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데이터 엔지니어링 인력을 채용하고 운영하는 것에 비해서는 저렴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AI 모델의 개발 또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에 직접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기 어려운 회사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AI 모델을 사용하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상당히 큽니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는 많은 기업이 AI 서비스를 유료로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장 규모 또한 AWS가 몸담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보다 훨씬 클 것 같고요.

 

# 반복 작업이 점차 사라지는 미래

ChatGPT를 사용하다 보니 1~2년 차의 일은 해 주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대리급의 일도 해 주는 것 같고요. 금융권에서는 ‘블대리’라는 말이 있는데, 블룸버그 단말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블룸버그 단말기가 해 주는 일이 어지간한 대리의 업무 정도는 되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블룸버그 단말기의 사용료가 어지간한 대리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ChatGPT가 조금만 더 안정화되면 대리급의 일은 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꽤 많은 일을 대신해 줄 수 있겠죠. 이제 반복작업을 사람이 직접 하는 시대가 끝나가는 것 같다고 느낍니다. IT에 가까운 반복작업부터 점차 자동화되어 갈 것 같습니다. 키오스크에 ChatGPT를 붙이는 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ChatGPT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공존합니다. 그런데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ChatGPT를 사람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AI/ML 모델이 이처럼 자연스럽게 사람의 대체재 관점으로 평가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ChatGPT의 완성도가 첫 버전임에도 너무나도 높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엄청난 녀석을 별다른 의심 없이 사람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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