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은 타고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제 '전략적 사고' 강점은 타고난 건가요, 아니면 자라면서 생긴 건가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시 멈칫합니다. 뭔가 중요한 게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마치 누군가 "사과는 빨간가요, 아니면 맛있나요?"라고 묻는 것 같습니다. 두 가지가 서로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예요.
우리는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강점은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키는 타고났나요, 자라면서 변했나요? 둘 다 맞죠. 출발점은 있었지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따라 달라졌을 겁니다.
강점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재구성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에요.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출발점은 있습니다
타고난 구조는 분명 있습니다.
뇌에 편도체라는 부위가 있어요. 이 부위는 태어날 때부터 긍정적인 것보다 위협에 더 주의를 기울입니다. 생존을 위한 설계죠.
같은 거미를 봐도 어떤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지만, 어떤 사람은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위협 탐지 시스템의 민감도가 다른 거예요.
하지만 이게 "강점의 내용"은 아닙니다.
이건 오히려 "무대"에 가깝습니다. 무대가 어떤 모습인지는 타고나지만, 그 무대에서 어떤 공연이 펼쳐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타고난 것은 고정이 아니라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무대가 바뀝니다
교통 상황이 바뀌면 도로를 다시 정비하잖아요. 차선을 늘리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신호를 조정하거나.
뇌도 똑같습니다. 환경에 적응하며 기능을 재구성해요.
사과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아예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여러 번 되풀이하는 사람이 있어요. 왜일까요? 뇌가 환경에 맞춰 재구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코칭을 하면서 제가 발견한 게 있습니다. 우리가 받은 교육과 과거 상황이 뇌의 작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고정된 구조는 없습니다. 환경에 노출되며 계속 재구성됩니다.
당신의 강점도 마찬가지예요.
반복이 길을 만듭니다
피아노를 배울 때를 떠올려보세요.
처음엔 악보를 보고, 손가락을 어디에 놓을지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건반을 누르죠. 온 신경이 거기 집중됩니다.
그런데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하지 않아도 손가락이 움직입니다. 대화하면서도 칠 수 있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칠 수 있어요.
뇌가 회로를 만든 겁니다. 의식적 주의 없이도 실행되는 수준까지 다듬어진 거죠.
그런데 감정도 같은 원리로 작동합니다.
영화관에 가는 게 즐거웠던 경험이 반복되면, 영화관을 자주 찾게 됩니다. 즐거움이 행동을 강화하고 반복시키는 거예요.
강점도 똑같습니다.
"전략적 사고"를 타고났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요?
혹시 어린 시절 무언가를 계획했을 때 칭찬받은 경험이 있지 않나요? "우리 아이 참 계획적이네" 같은 말을 들었던 기억이요. 그 긍정적 경험이 회로를 강화했을 겁니다.
특정 상황에서 긍정적 경험 → 반복 → 패턴 고착화.
"일이 잘 안 풀려도 웃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면, 뇌는 이를 '감정을 다스리는 방식'으로 저장합니다. 같은 강점을 가진 사람도 자란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하는 이유예요.
표현 방식은 학습됩니다
"공감(Empathy)" 강점을 가진 분들을 코칭해보면 흥미로운 발견이 있습니다.
공감 자체는 타고났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완전히 다릅니다.
눈물을 흘리며 표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같이 울어줘야 공감이지" 하고 배운 거예요.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괜히 말하면 더 힘들어할 수 있어" 하고 배웠기 때문이죠.
공감 방식이 다른 게 아닙니다. 표현 방식이 다른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 반응은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아요. 어릴 때 부모의 조언을 들으며 감정 조절 방법을 학습했거든요.
한 번의 경험이 비슷한 모든 상황으로 일반화되기도 합니다. 트라우마가 확장되는 원리죠.
강점의 "내용"과 "표현 방식"을 분리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바뀔 수 있을까요?
여기서 질문을 던져봅니다.
"책임감(Responsibility)" 강점 때문에 번아웃이 왔다면, 이 강점을 버려야 할까요?
아닙니다. 버리는 게 아니라 재구성하는 겁니다.
나쁜 습관을 없애는 방법은 좋은 습관으로 교체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제거하려고 하면 실패해요. 습관은 뇌에 회로로 고착화되어 있거든요.
그 회로를 지우려고 하면 뇌가 저항합니다. 대신 다른 회로를 반복해서 덮어써야 해요.
먼저 자동화된 패턴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인식하지 못하면 바꿀 수 없어요.
방향 지시등을 켜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행동을 바꾸지 않습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하나 더.
바라는 변화는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번아웃을 피하고 싶다"보다 "지속 가능하게 기여하고 싶다", "장기적으로 영향력을 만들고 싶다"와 연결되어야 지속됩니다.
가치관과 동떨어진 변화는 동기가 약해서 오래가지 못해요.
질문을 바꿔보면
강점은 타고난 구조 × 환경 노출 × 반복 경험의 산물입니다.
- 타고난 구조: 출발점이에요. 고정이 아닙니다.
- 환경 노출: 재구성됩니다. 계속 바뀌어요.
- 반복 경험: 고착화됩니다. 회로가 만들어지죠.
수백 명과 함께 강점을 탐구하면서 제가 명확히 알게 된 게 있습니다.
질문이 잘못되었습니다.
"타고났나 vs 변하나?"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반복을 통해 이 강점이 현재 형태로 굳어졌나?"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당신의 "전략적 사고"는 타고난 것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모습으로 표현되기까지는 무수한 환경 노출과 반복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생각했을 때 보상을 받았나요?
어떤 문화에서 전략적 사고를 표현하는 법을 배웠나요?
어떤 경험이 "이게 나다운 거야"라는 확신을 만들었나요?
강점은 고정된 DNA 코드가 아닙니다.
환경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재구성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에요.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 대화에 개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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