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나를 규정하는 말
김과장은 프레젠테이션에서 작은 실수를 했습니다. 슬라이드 순서가 하나 뒤바뀌었습니다. 발표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팀장도 "고생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퇴근 후에도, 집에 돌아와서도, 심지어 다음 날 아침에도 김과장의 머릿속에는 그 실수만 계속 재생됩니다.
"역시 나는 안 돼."
"다음에도 또 이럴 거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렇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한 달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어느새 김과장은 새로운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을 때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다른 분이 하시는 게..."
이런 경험이 있나요?
같은 사건을 보고도 사람들의 해석은 정반대로 나뉩니다. 정치적인 사안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각자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의 증거로 그 사건을 봅니다.
그런데 이는 타인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을 봅니다. 보는 것을 믿는 게 아닙니다. 믿는 것을 봅니다.
뇌는 내가 믿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김과장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발표가 끝난 후 회의실을 나오면서 김과장은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팀장이 "고생했어"라고 말했을 때도, 동료가 "발표 좋았어요"라고 말했을 때도, 김과장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그냥 위로하는 말이야."
"내 실수를 못 봤을 리 없는데."
"다들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야."
김과장의 뇌는 "나는 원래 실수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확인하는 증거만 찾고 있었습니다. 칭찬은 기억하지 못하고, 작은 실수만 계속 재생됩니다.
이것이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뇌는 인지적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는 '절약 장치'로 기능합니다. 기존 신념을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관점을 탐색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 경로를 선택합니다. 내가 믿는 것을 증명하는 증거만 찾습니다.
김과장이 놓친 것들이 있습니다. 팀장의 칭찬. 동료의 공감. 발표 후 이어진 긍정적 논의.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김과장의 기존 신념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뇌가 자동으로 걸러냈습니다.
[생공's 코멘트]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만약 우리 뇌가 믿는 것을 증명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면, 나에 대한 믿음은 어떤 현실을 만들고 있을까요?
"난 그걸 못할 거야."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오늘도 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은 단순한 비관론이 아닙니다. 이는 스스로에 대한 낮은 기대가 노력 회피, 기회 포기, 낮은 성과로 이어지며, 결국 그 예언을 스스로 실현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김과장은 다음 프로젝트를 거절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 순간, 김과장의 믿음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믿으면 현실이 바뀐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마이클 조던의 사례를 봅시다. 그는 코트에 나서기 훨씬 전부터 자신이 결정적인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을 시각화하는 마인드셋을 훈련했습니다.
중요한 건 이것이 단순한 긍정적 사고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조던은 시각화하면서 동시에 연습했습니다. 시각화는 그가 연습할 동기를 만들었고, 연습은 시각화를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최고라고 믿었고, 그 믿음은 자신감, 추진력, 그리고 헌신과 결합되어 실제 경기력으로 나타났습니다.
외부의 믿음도 중요합니다. 교사의 높은 기대가 학생의 성장을 이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후속 연구들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외부의 높은 기대가 성과를 단기적으로 향상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는 반드시 스스로의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믿음은 동기 부여의 씨앗이 되지만, 스스로의 믿음 없이는 그 씨앗이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생공 코멘트]
왜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신념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을 고쳐먹는 것을 넘어, 뇌의 연결 패턴을 재조직화하는 과정입니다.
뇌가 현실과 기존 예측 모델 사이의 강한 불일치를 경험할 때, 비로소 기존 신념 체계가 틀렸음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보에 따라 구조를 업데이트하게 됩니다.
따라서 신념 변화는 의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반복된 행동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의 연결 패턴을 재조직화하는 작업입니다.
실수를 다르게 보는 연습
김과장의 슬라이드 실수를 다시 봅시다.
김과장은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나는 원래 실수하는 사람이야. 이게 내 능력의 한계야." 실수를 '나'의 본질로 해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슬라이드 순서 확인 프로세스를 하나 추가하면 되겠네. 다음엔 더 나아질 거야." 실수를 '과정'의 정보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 차이가 결국 전혀 다른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전자는 다음 기회를 거절합니다. "저는 못할 것 같아요." 후자는 다음 기회에 도전합니다. "이번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어요."
지능과 능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과, 노력과 헌신을 통해 얼마든지 확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차이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자의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더 많은 도전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실패와 좌절에 직면했을 때 더 강하고, 회복탄력성이 높으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늘의 실수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이 문장이 단순한 위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혼자서는 어렵다
그런데 혼자서 신념을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안 돼"라고 믿어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김과장은 6개월 전에 전직 동료를 만났습니다. 그 동료는 김과장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너 그때 그 프로젝트 기억나?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못 끝냈어. 네가 만든 그 프로세스, 지금도 우리 팀에서 쓰고 있어."
김과장은 놀랐습니다. 자신은 그 프로젝트를 실수 투성이었던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동료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할 때, 타인이 나를 다르게 바라봐주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인 접근은 개인을 문제, 병리, 부족함으로 규정하고 전문가 주도로 이를 교정하려 합니다. 반면 다른 접근은 근본적으로 다른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개인은 고유한 강점, 자원, 그리고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입니다.
이 관점은 문제 해결보다는 개인의 희망, 열망, 그리고 목표를 중심에 두고 내적 및 환경적 강점을 동원하여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나는 늘 문제를 해결해 왔습니다."
이 문장을 다시 봅시다. 돌이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못 해낸 일보다 결국 해낸 일이 더 많았습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 뇌는 이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지지적인 사람들이 그 잠재력과 재능을 먼저 믿고 바라봐주는 안전망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인 변화 과정에서 격려와 책임감을 제공하여, 개인이 건강한 마인드셋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묻습니다. "당신은 원래 어떤 모양으로 태어났나요?"
사회가 요구하는 모양에 맞추려 애쓰다가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모여, 원래의 모양을 다시 찾아갑니다. 내가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들은 나를 그렇게 바라봐줍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세 가지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1단계: 나를 규정하는 말 알아차리기 (1주)
구체적 방법:
- 하루에 한 번, 자기 전에 3분 시간 내기
- 오늘 내가 나에게 했던 말 중 부정적인 것 하나만 적기
- 예: "역시 나는 안 돼", "나는 원래 이래",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왜 이게 중요한가:
우리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실적 기대:
첫 주에는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바꾸려 하지 마세요. 관찰만 하세요.
2단계: 하나의 증거 찾기 (2-3주)
구체적 방법:
- 부정적인 말을 적은 후, 그 반대 증거를 딱 하나만 찾기
- 예: "나는 원래 이래" → "그런데 작년에 ○○ 프로젝트는 잘 끝냈어"
- 크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것 하나면 충분합니다.
왜 이게 중요한가:
뇌가 부정적 증거만 찾는 패턴을 의도적으로 깨뜨리는 연습입니다. 반대 증거를 찾으면서 뇌의 연결 패턴이 조금씩 바뀝니다.
현실적 기대:
처음에는 억지로 짜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계속하세요.
3단계: 실수를 과정으로 보기 (4주~)
구체적 방법:
- 실수나 실패가 생겼을 때, "나는 ○○한 사람이야" 대신 "다음엔 ○○하면 되겠네" 말하기
- 예: "나는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야" → "다음엔 슬라이드 순서를 미리 한 번 더 확인해야겠어"
왜 이게 중요한가:
실수를 '나'의 본질이 아닌 '과정'의 정보로 해석하는 연습입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뇌가 실수를 다르게 처리하기 시작합니다.
현실적 기대:
한 달 정도 지나면 자동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완벽하게 바뀌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씩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습니다.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 있다."
결국 진정한 발견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무엇을 믿고 있나요?
그 믿음이 당신을 어떤 모습으로 살게 하고 있나요?
믿음을 바꾸면, 보이는 것도 바뀝니다.
그리고 결국 삶도 바뀝니다.
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부족한 건 아닙니다.
나는 매일 배우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실수는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나는 이미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괜찮아질 것입니다.
여기는 그 실험을 함께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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