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신체성

AI가 그릴 수 없는 사과

페이페이 리가 수천만 장의 사진 대신 아이 손에 쥐여준 것

2026.03.11 | 조회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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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항해 by Sailing

AI가 정답을 그리는 시대, 아이의 몸과 감각을 지키는 주간 뉴스레터

아이의 항해는 'AI 시대에 우리 아이의 몸과 감각을 지키고 싶은 양육자를 위한 뉴스레터'예요. 세상이 빠르게 바뀔수록 정작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막막해지는 순간들이 있죠. 세일링은 그 막막함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매주 한 명의 항해자가 발견한 것, 오늘 저녁 10분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을 함께 나눠요. 정답을 드리지 않아요. 대신 오늘 저녁이 조금 달라질 수 있는 시선 하나를 드려요.
— Physicality over Pi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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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파도

아이가 사과를 파란색으로 칠했을 때

아이가 사과를 파란색으로 칠했어요.

"사과는 빨간색이야" — 입 밖에 내려다 참은 적 있으신가요?

그 순간의 침묵이 맞았어요. 말하지 않은 것이 왜 맞았는지, 그리고 그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같이 들여다볼게요.

 


🧭 항해자의 나침반

AI의 대모, 페이페이 리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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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페이 리(Fei-Fei Li). 지금 우리가 쓰는 AI 대부분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 그 토대를 설계한 스탠퍼드 HAI(인간중심 AI 연구소) 공동 소장이에요.

그녀가 AI에게 세상을 가르치기 위해 한 일은 단순하지만 거대했어요. '이미지넷(ImageNet)'이라는 프로젝트로 1,400만 장이 넘는 사진을 모았죠. AI는 그것을 반복해서 보며 패턴을 익혔고, 지금은 사과를 0.01초 안에 분류해요. 정확도는 이미 인간을 넘어섰고요.

하지만 그녀는 최근 강연과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말해요. 말을 배우기 전에도, 배우는 중에도 — 아이는 온전히 "환경과의 놀이를 통한 상호작용으로 세상을 배운다"고요.

그녀는 이것을 '체화된 지능(Embodied Intelligence)'이라고 불러요. 몸으로 부딪혀야 쌓이는 지능, 경험해야만 알게 되는 것이에요. 그녀가 설립한 AI 스타트업 '월드 랩스(World Labs)'의 핵심 아이디어이기도 해요 — AI에게도 아이들처럼 '공간과 몸의 경험'을 줘보겠다는 거죠.

AI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을 가장 정확하게 짚어낸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지금의 AI에게 가장 결여된 부분이라고요.

 


🏃‍➡️ 몸의 언어

AI의 사과와 아이의 사과

AI는 사과를 알아요. 색상값 #FF0000. 지름 7-8cm. 당도 12브릭스. 수백만 장의 데이터가 만든 완벽한 정답이에요.

아이는 사과를 다른 방식으로 알아요.

엄마가 깎아줄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 한 입 베어물었을 때 손바닥에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 어제는 달았는데 오늘은 왜 신지. 배가 고픈 날 더 빨갛게 보이는 것. 그리고 — 화가 났던 어느 날 오후, 아이 손이 고른 파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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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사과는 정답이에요. 아이의 사과는 오늘이고요.

신경과학 연구들에 따르면, 아이가 손으로 물건을 잡고 탐색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영역은 촉각 담당 부위에만 그치지 않아요. 감정과 사회적 인식을 처리하는 영역들도 함께 반응해요. 손끝의 감각이 감정의 언어가 되는 거예요. 파란 사과는 그 과정의 흔적일 수 있어요.

유아기부터 아동기 초기까지, 이 감각 회로가 경험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기가 있어요. 이 시기에 몸으로 충분히 경험한 것들은 나중에 어떤 추상적 개념을 만나도 이해하는 토대가 돼요. 언어 발달, 수 개념, 공간 감각까지 — 출발점이 놀랍도록 같은 곳에 있어요.

파란 사과를 그린 아이는 틀리지 않았어요. AI가 아직 배우지 못한 방식으로 세상을 읽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순간의 침묵이, 아이가 세상을 읽는 방식을 지켜줬어요.

 


⚓️ 오늘 밤의 닻

오늘 저녁 10분이면 충분해요

세 가지예요. 모두 집에 있는 것으로 충분해요.

 

냉장고 속 색 찾기 (5분)

저녁 준비할 때 아이와 함께 냉장고를 열어보세요. "이 당근이랑 저 귤은 같은 주황색일까, 다른 주황색일까?" 정답은 없어요. 아이가 뭐라고 답하든, "왜 그렇게 보여?" 딱 하나만 더 물어봐 주세요. 이 질문을 AI는 할 수 없어요. AI에게 두 가지 다른 주황색은 그냥 다른 데이터일 뿐이거든요.

 

사과를 먼저 만지기 (3분)

그림 그리기 전에 사과를 손에 쥐여주세요. 눈 감고 말해보게 해도 좋아요. "어떤 느낌이야?" — 아이가 찾아내는 언어가 많을수록 뇌 속 감각 지도가 촘촘해져요. 그다음에 그리는 사과는 데이터가 아닌 오늘에서 나오게 돼요.

오늘의 색 말해보기 (2분)

자기 전에 물어봐 주세요. "오늘은 무슨 색이었어?" 아이가 고른 색에 "왜?"를 하나만 더해보세요. 이 짧은 대화가 페이페이 리가 말한 '북극성' —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힘 — 을 조금씩 켜줘요.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질문하는 습관을 같이 만드는 것이에요.

 


🌕  수평선의 달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 책 — 『내가 보는 세상(The Worlds I See)』 페이페이 리 저

AI 기술서가 아니에요. 중국에서 이민 온 가정의 딸이 세탁소와 식당 일을 도우며, 호기심 하나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야기예요. '북극성'이라는 단어를 그녀가 어떤 맥락에서 쓰는지 — 읽고 나면 우리 아이의 북극성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돼요.

 

🎙️ 영상 — SBS SDF 2025 페이페이 리 강연 (2025.11)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 자리예요. '체화된 지능'과 '공간 지능(Spatial Intelligence)' — AI가 왜 아직 물리적 세계를 모르는지를 자신의 언어로 말해요.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로 들려요.

→ [SDF 2025] The Next Frontier of AI with Dr. Fei Fei Li

 


💡 다음 호 알아보기

아이의 항해 2호에서는 손으로 만지는 것이 왜 태블릿보다 강한지 알아볼게요. 몬테소리가 100년 전에 발견한 것, 그리고 최신 뇌과학이 지금 그걸 어떻게 증명하고 있는지 — 두 이야기가 예상 밖의 곳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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