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글, "달리기가 빨랐다."

2023.02.09 | 조회 2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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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글

사진과 노래 그리고 글

 

NewJeans, "Ditto"

LE SSERAFIM, "Good Parts"

OH MY GIRL, "Sixteen"

PENTAGON, "Beautiful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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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가 빨랐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에는

운동회의 계주, 독주 경기에서 항상 대표로 출전했는데

1등을 할 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느려서 창피당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한 번은 꼴찌를 하고 부끄러웠던 적이 있다.

 

학교 운동회 독주 경기였는데 중간 순위쯤을 달리고 있었다.

앞서 한두 명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그다음으로 내가 힘껏 몸을 집어넣으려는 무렵

발이 엉키고 말았다.

그대로 넘어지고는 몇 바퀴를 굴렀다.

 

구경하던 학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일어나기 창피해서 그냥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지는 클리셰 같은 상황이

나에게 일어나다니

어이없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다.

 

야 괜찮나?

네 뭐 하는데!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두 친구가 있다.

 

약속하지 않아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아이들이었다.

 

여전히 흙바닥에 드러누운 채 웃고 있었지만

웃음의 사유는 달랐다.

 

넘어졌을 때 한걸음에 달려오는 두 친구.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넘어졌어도

부끄럽지 않았다.

 

도리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그래서 웃음이 났다.

 

행복했다.

 

친구들은

일어난 이후로도 한참을 곁에 있어 주었다.

 

말들은 하나 같이 짓궂었지만

마음은 하나 같이 따뜻했었다.

 

나는 넘어지고 꼴찌를 했다.

 

 

우리는 늘 경쟁하고

비교하며 등수를 나눈다.

 

심지어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준다며

그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말한다.

 

정말 그런가?

 

그날 달리기에서 꼴찌를 했지만

그뿐이었다.

 

결과는 항상 자기가 전부인 듯 굴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트로피도 살이 빠지는지 그때보다 가벼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날 나를 일으켜주던 목소리는

더욱 아름답고 무거워진다.

 

마음의 방 하나를 차지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방이 차가워지면

문을 벌컥 열고 소리친다.

 

야 괜찮나?

네 뭐 하는데!

 

 

 

 

지금은 그 두 친구와 자주 연락하지 않는다.

만나지 않은 지도 꽤 오래되었다.

 

영원할 수 없다는 그 사실을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삶에서 그 무엇도 내 욕심대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만큼은 컸다.

 

보고 싶지만 그립지만

시간도 사람도 그 순간에만

머무는 것이기에

두렵도록 소중하고 값진 것인가 보다.

 

그저 그 시절에 두는 것이다.

 

나의 청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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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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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ngha

    1
    about 1 year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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