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한 지 벌써 5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핫(?)한 공공 도서관이 있어요. 의정부시에서 만든 ‘의정부미술도서관이에요. 이곳은 그동안 공공 도서관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의정부시에 사는 시민이 아니어도 일부러 찾아가 경험을 하고 싶어 해요.
그 매력이 무엇이길래 동네에 있는 공공 도서관도 아닌 의정부시의 도서관까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하는 것일까요?
도서관+미술관
2019년 12월, 경기도 의정부에 그동안 보지 못한 공공 도서관이 문을 열었어요. 도서관과 미술관이 조합된 ‘의정부미술도서관’이에요. 이러한 도서관이 처음 생긴 것은 아니지만, 사립이 아닌 시에서 만든 공공도서관으로서는 낯선 형태였어요. 게다가 미술이라는 특정 주제로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 또한 새로웠죠. 이러한 과감함(?)은 도서관 건축과 인테리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어요. 여러 층을 하나의 공간으로 품어주는 듯한 통유리 벽면은 1층부터 3층까지 하나로 이어져있죠. 구분된 듯 통합된 공간으로 만들어줘요.
이러한 새로움은 곧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인근 지역 주민이 아니어도, 미술에 큰 관심이 없어도,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어요. 마치 어느 지역의 가볼 만한 장소를 여행하러 가듯 도서관을 찾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각종 매체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물론, 심지어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에 방문하면 꼭 들러볼 만한 명소로 추천되고 있어요.
공간에
함께 녹인 책과 그림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인 도서관과 미술관의 조합이라는 점은 먼저 공간 구성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어요.
먼저 1층에 들어서면 일반적인 도서관과 달리 자유롭게 비정형적으로 놓인 서가들과, 그 또한 곡선의 형태를 띤 독특한 벤치가 주는 매력에 놀라게 돼요. 3층까지 건물 전체를 이은 통유리 벽을 통해 쏟아지는 자연광은 그러한 구조를 더욱 자유롭게 해 주고요. 그래서인지 이곳은 ‘아트그라운드 전시실’로 불리며 소규모 기획전을 전시해요. 도서관이냐 미술관이냐의 경계를 구분하기보다 ‘미술’이라는 주제를 각인시키며 공간의 시작을 알리죠.
마치 복층 구조의 원룸을 커다랗게 확대한 듯한 형태인 2층을 올라서면 ‘열림공간’을 만나요. 이곳에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어린이들을 위한 자료와 일반 자료가 두루 비치되어 있어요. 얼핏 생각하기에 미술에 특화된 도서관이니 그 분야의 도서만 모아놓은 것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공공 도서관으로서의 역할도 유지하기 위해 일반적인 도서들도 함께 소장하고 있죠. 그래서 에세이, 소설, 자기 계발서 등 미술 이외의 주제들도 읽고 빌릴 수 있어요.
한 층을 더 올라 3층에 다다르면 본격적인 ‘미술’의 공간이 자리해요. 오픈 스튜디오, 전시실, 다목적홀 등을 통해 예비 작가들의 창작공간을 지원하고 각종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죠. 특히 청년문화예술아카데미와 같은 프로그램은 공간뿐 아니라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이곳이 미술을 특화로 한 도서관이라는 점을 상징해요.
공간을
상징하는 콘텐츠
도서관과 미술관이라는 두 가지 기능의 공간을 하나로 묶은 이곳은, 그 안의 콘텐츠와 프로그램에서도 새로운 조화의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그중 저자의 눈에 가장 인상적으로 들어온 콘텐츠가 두 가지 있는데요. 하나는 ‘도서관 투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사서컬렉션’이에요.
사실 공간 투어와 내부 담당자의 컬렉션이라는 콘텐츠가 새로운 형태는 아니에요.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곳은 두 가지 기능을 합쳐놓은 곳이기에, 투어와 컬렉션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먼저 도서관 투어는 공공 도서관과 공공 미술관의 조합된 공간이기에, 그동안 보던 투어와 다른 의미를 가져요. 우선 두 가지 기능이 합쳐서 하나의 공간이 되며 자연스레 달라진 물리적, 감성적 경험이 그렇지 않은 곳들과 어떻게 다른지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명확히 이해될 수 있죠. 만약 그러한 가이드가 없다면, 두 가지 기능이 합쳐져 새로운 하나의 공간으로 탄생한 의미와 가치,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이해가 그저 애매한 짐작 정도로만 끝날 수 있어요. 해당 공간만이 가진 특별함을 단순한 나열로 끝나지 않게 하는 거예요. 또한 투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공간의 홍보와 건축학적 의미 전달의 효과 또한 상승해요. 여러 대기업이 비공식적으로든, 공식적으로든 외부인은 쉽게 들어올 수 없는 회사 내부 공간을 도슨트 투어 형식으로 안내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하는데요.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좋은 회사의 일하는 환경을 구경한다는 것에서 그칠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내 콘텐츠, 문화, 직원들의 라이프, 회사의 미션이나 추구하는 가치 등을 직,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인기가 많아요. 그처럼 의정부미술도서관도 도서관과 미술관이 더해진 새로운 공공장소로서의 독특함과 가치를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통해 올바르게 전달합니다.
‘사서컬렉션’은 자칫 두 기능이 혼합되며 애매해질 수 있는 정체성을 명확히 상징해요. 사서가 주기적으로 일반, 미술 서적들을 고루 꼽아 시민들에게 소개, 추천함으로써 책과 미술의 통합된 문화생활 및 경험을 이끌고 서포트하죠. 그러한 전문가의 추천과 안내 덕에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미술 도서관만의 영감을 받습니다.
이 외에도 의정부미술도서관에서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 미술 작가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 전시 등 다채로운 Mix&Match의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도시
문화 인프라를
확대하다
의정부미술도서관이 갖는 중요한 의미가 또 있어요. 기획의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세운 것인지 확인되진 않았지만, 바로 도시 문화 인프라를 확대했다는 것이 그것이죠.
한국의 수도 서울은 면적 대비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아요. 수도 중심주의가 강한 나라이다 보니 거주 인구뿐 아니라 각종 인프라 또한 수도 서울에의 쏠림현상이 강하죠. 서울에서 가까운 의정부 또한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차이나요. 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시에 사는 사람들까지 찾아오게 만드는 일종의 랜드마크 같은 곳이 생긴 거예요. 상대적으로 비활성화되어 있던 의정부시의 문화 인프라를 응집시키는 중심으로서 그 역할을 하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공간과 콘텐츠들이 창조되어 문화뿐 아니라 시의 다른 측면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이라 기대돼요.
이러한 의정부미술도서관의 사례를 보니, 정부청사나 대기업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는 형식도 좋지만, 사람들이 움직이게 하여 지역을 고루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문화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문화는 강제적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움직이게 하는 영역이고, 그러한 변화와 흐름은 자연스럽지만 더욱 확실한 효과를 가져올 테니까요.
https://www.uilib.go.kr/art/index.do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새로운 공공시설의 사례를 찾는 분들
+ 공간과 콘텐츠의 균형 잡힌 브랜딩 예시를 알고 싶은 분들
+ 문화 인프라의 역할과 영향에 대해 궁금한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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