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SBHV 시즌3의 첫 레터는 글을 쓰고, 읽고, 책을 만드는 플랫폼 ‘파이퍼/piper’ 이야기예요. 사실 파이퍼가 세상에 나오기 훨씬 전부터 누구든 자유롭게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은 다양하게 존재해 왔어요. 그런데 이러한 시장에서 파이퍼는 어떠한 장점과 특징이 있길래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일까요?
나의 글로 책을 만들고 싶고, 그 꿈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을 찾고 있다면 특히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작은 차이로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플랫폼의 등장
파이퍼는 누구든 글을 쓸 수 있는 창작 플랫폼이에요. 반대로 누구든 글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곳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저자와 독자의 상반된 입장을 모두 오고 갈 수 있어요. 주로 저자로 활동할 것인지 독자로 활동할 것인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에요.
그런데 한 가지, 그 두 가지 입장 사이에는 ‘파이’라는 단위의 가상 화폐가 존재한다는 것이 독특해요. 5파이를 지불하면 한 편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식이죠. 바로 이 시스템이 파이퍼가 기존의 다른 글쓰기 플랫폼들과 차별되는 첫 번째 포인트예요. 저자는 정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독자는 합당한 지불을 할 수 있도록 하죠. 가치를 서로 지켜주고 존중하는 방식이에요.
한편 파이퍼는 온라인에 쓴 글을 종이책으로도 만들 수 있는 ‘개인 출판 플랫폼’ 콘셉트로 특히 주목을 받고 있어요. 전면에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도 ‘매거진 기반 개인 출판 플랫폼’일 정도로 ‘출판’을 강조하죠.
예를 들면 ‘브런치스토리’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도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발간되는 경험을 할 수 있지만, 파이퍼는 그보다 더 접근이 쉽다는 점에서 새로운 호감을 얻고 있어요. 브런치스토리는 연계된 기성 출판사 몇 곳 중 한 곳이 나의 글을 소위 ‘찜’해줘야 종이책 발간이 가능한 시스템이에요. 반면 파이퍼는 플랫폼 자체에서 연재된 글의 발간을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리드 및 서포트하기 때문에 더욱 직접적이고 심플한 프로세스가 가능해요. 이 지점이 파이퍼의 두 번째 차별 포인트죠.
하지만 그러한 시스템 안에 아이러니한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에요.
오해를 넘어선 선택과 집중
플랫폼이 눈에 띄는 저자를 연재 초반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리드하고 서포트한다는 것은 매우 매력적이에요. 하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연재 초반부터 플랫폼 측의 눈에 들지 못하면 책 발간의 가능성이 오히려 다른 플랫폼보다 더욱 줄어든다는 착각을 할 수 있어요.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해보자면, 선택되지 못한 저자들은 선택된 저자들의 들러리가 된 기분마저 느끼곤 해요. ‘종이책을 만들어준다 해서 글을 썼는데… 어차피 난 열심히 써 봤자 책을 발간하지 못할 거야’라는 오해를 하게 되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그 작은 기분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연재를 쉽게 중단하거나, 심하면 탈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플랫폼 입장에서 무언가를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일종의 희망 고문을 한 것 같은 상황이 되어 수준 높은 저자들과 좋은 책을 발간하는 대신, 그 외 다수의 가능성 있는 저자들을 쉽게 잃을 확률이 생기는 거죠.
물론 플랫폼 내부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닐 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퍼는 수준 높은 소수의 저자들에 더욱 집중한다는 ‘선택과 집중’의 방향성을 결정한 것이죠.
즉, 플랫폼은 이곳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 출판으로 이어진다는 소개와 콘셉트를 조금 더 뾰족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저자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 또한 쓰기만 하면 내 책을 발간해 줄 것이라는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해요. 플랫폼에 대한 명확한 전달과 이해가 모두에게 필요한 시점이죠.
질적 성장을 향한 걸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퍼는 날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어가고 있어요. 순차적으로 출간하는 책들의 수준과 완성도 또한 높아요.
어차피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플랫폼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어요. 어떠한 사업 방향을 선택하느냐는 내부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고요. 또한 선택과 집중의 방향성이 장기적으로 볼 땐 수준 높은 저자들의 엄선된 고퀄리티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해 줘요.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파이퍼는, 초기엔 규모의 성장을, 그 후엔 질적인 성장을 순차적으로 도모하는 상당수의 브랜드 성장 과정이 아니라, 처음부터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브랜딩 전략을 행하고 있다고 보여요.
실제로 파이퍼는 다른 플랫폼들이 론칭 초반 대대적으로 저자를 모집하여 빠른 성장을 보여온 것과 달리, 차분히 책을 발간해 가며 요란스럽지 않되 알찬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특히 주목할만한 지점은 정말 서점가에 바로 내놓아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그리고 퀄리티를 보장할만한 책들을 발간하여 좋은 반응을 이어간다는 점이에요. 자칫 잘못하면 ‘발간을 위한 발간’이 될 수 있을 텐데, 기성 출판사에 못지않은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죠.
about ‘라이브 매거진’
이러한 퀄리티와 행보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파이퍼는 저자들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부터 도움을 줘요. 물론 자신이 원하는 주제와 이야기를 자유롭게 작성할 수도 있지만, 파이퍼가 내부에서 많은 연구 끝에 개발한 질문&답변 폼을 활용하면 색다른, 하지만 평균 이상의 짜임새와 플롯을 보장하는 글쓰기가 가능해요. 바로 ‘라이브 매거진’이라 불리는 일종의 글쓰기 폼이에요.
방식은 글을 쓰는 순서대로 마련된 ‘유도하는 질문’에 ‘창의적인 답변’을 달아가는 형식이에요. 먼저 쓰고자 하는 주제, 방식 등을 선택하고 마치 누군가와 인터뷰하듯 순서대로 적어가요. 그러면 어느새 짜임새 있는 글이 완성되죠. 이미 가능성이 많이 보이는 저자를 적극 서포트하는 형태의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렇게 좋은 저자가 될 수 있도록 리드하기도 하는 거예요.
‘라이브 매거진’과 같은 폼은 그동안의 글쓰기 플랫폼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이자 서비스예요. 그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도록 판을 깔아주는 반면, 한 단계 더 적극 개입하여 자유롭되 더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집필 과정에서부터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연재의 의미
파이퍼가 ‘개인 출판’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위해 설치해 놓은 또 하나는 ‘연재’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에요. 여타의 플랫폼에서는 단발성이든 연재형이든 자유롭게 작성할 수 있거나,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요. 하지만 파이퍼는 다른 시스템에서도 보여온 ‘선택과 집중’의 방향성을 이 지점에서도 다시 한번 보이는데요. 그것이 ‘연재’형 글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에요.
연재를 해야 한다는 것은 하나의 주제를 긴 호흡으로 깊게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폭넓은 기획이 먼저 잡혀야 마지막 목적인 출판이 가능해지죠. 이는 화면을 통해 한 번 읽고 휘발되는 단발성 글들과 차이를 보이고, 그러한 점을 통해 ‘개인 출판 플랫폼’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요.
또 하나, 이러한 연재의 형태는 독자들이 주기적으로, 자주 플랫폼에 들어오도록 해줘요. 긴 호흡으로 연재되는 글을 진득이 지켜보게 해 주죠. 그러한 과정은 스쳐 지나가는 독자들에 비해 더욱 돈독하고 오래가는 고정 독자들을 모이게 하여, 플랫폼이 하나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도록 해주기도 해요. 그러면 브랜드에 대한 팬심과 러브마크가 충만한 ‘멤버들’이 쌓여, 돈독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플랫폼 및 브랜드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주죠.
콘텐츠 자체에서 길을 찾다
그래서 파이퍼는 개인 출판, 라이브 매거진, 연재 등과 같은 키워드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단단한 하나의 브랜딩 과정을 구축해 가요. 밖으로 보이는 홍보형 브랜딩보다는 콘텐츠의 방향성 자체로 브랜딩의 밀도를 높여가죠.
만약 우리 브랜드가 손에 잡히지 않고 소비자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콘텐츠형 브랜드라면 파이퍼의 방향성을 참고해 보세요. 폭발적인 반응을 빠르게 얻는 길은 아닐지 몰라도, 그래서 더 단단한 브랜딩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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