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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시네마

브랜딩, 브랜드를 넘다

2024.06.08 | 조회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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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rand.H.Value

작지만 가치 있는 스몰 브랜드와 디자인 이야기 'Small Brand, High Value' | since 2015

2018년 12월 4일 발행 콘텐츠 ( ! 현재의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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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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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산업의 규모와 퀄리티는 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떨어져 봤을  어째 대부분 비슷한 색깔을 띠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채로운 컬러와 모양의 타일이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는 그런 느낌. 그런데 그러한 영화계에 자기만의 차별되는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소규모 영화 제작사가 나타났습니다.

'광화문시네마'는 몇 해 전 한예종 대학원 동기들이 모여 만든 창작집단입니다. 이제 총 일곱 명의 멤버가 된 이곳은 기획부터 시나리오, 디렉팅 등 모든 과정을 다 함께 공유합니다. 작품이 선정되면 적절한 포지션에 멤버를 구성하고, 적당한 포지션이 없으면 촬영장의 허드렛일이라도 합니다. 전작의 감독이 다음 작품의 막내 스태프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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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이 독특한 시스템에서 처음 탄생한 작품은 2012년 작 '1999, 면회'입니다. 고등학교 시절엔 절친이었지만 졸업 후 대학생과 재수생, 군인으로 입장이 달라지며 왠지 어색해진 스무 살 세 친구. 군인이 된 친구의 여친이 건넨 이별편지를 들고 그를 면회가게 되는 다른 두 친구의 만남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낡은 차를 끌고 군부대를 향해 떠나고, 도착하여, 셋이 조우한 후 겪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세 주인공조차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며 관객의 눈을 끝까지 붙잡습니다.

첫 작품 후 1년의 시간이 흐른 뒤 '광화문시네마'는 나름 최고의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두 번째 작품을 선보입니다. 바로 안재홍이란 배우를 단편영화를 잘 모르는 대중에게도 알게 해 준 '족구왕'입니다. 주인공 만섭이 군대를 제대하며 시작되는 이 영화는 취업준비와 인생설계보다 족구를 중요시하는 철없는(?) 복학생 만섭을 통해 지금의 20대들이 갖는 현실과 꿈 사이의 간극을 결코 가볍지만은 않게 그립니다.

낄낄 웃다가도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 '족구왕' 이후엔 세 번째 작품 '범죄의 여왕'이 극장에 걸립니다. 고시원에 사는 아들의 수도세가 무려 120만 원을 찍었다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오지랖 엄마의 비밀 캐내기가 큰 줄기인 이 영화는 주체적인 여성이 주인공인 한국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는 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습니다. 독특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올해 봄. 그들의 네 번째 작품 '소공녀'가 개봉됩니다. 전문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30대 여자 미소는 아직 젊은 나이지만 흰머리가 가득합니다. 이 평범한 듯 차별화되는(!) 외모를 가진 미소는 라이프스타일과 신념 또한 그러한데요. 바로, 자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 한솔만 있으면 행복하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담배 값이 올라 자신의 행복한 취미인 흡연에 문제가 생기고 집에서도 나가게 되자 옛 밴드 동아리 멤버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하는 미소. 그녀는 그들에겐 집만 있고 다른 행복이 없는 대신, 자신은 집만 없고 다른 행복은 가득하다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됩니다. 짜인 듯한 테두리 안에서 경쟁하며 겉으로 보이는 행복의 조건을 위해 삶을 꾸려가는 한국사회에 미소의 그러한 라이프스타일과 신념은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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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렇게 총 네 편의 작품을 발표한 '광화문시네마'는 그 영화의 내용들에서 알 수 있듯 소위 상업영화라 불리는 작품들과는 다른 성격과 의미를 갖습니다.

한 작품의 모든 과정을 멤버들이 함께 공유하고 만들어간다는 점, 모든 영화의 말미엔 할리우드에서나 보아온 다음 작품의 쿠키 영상이 붙는다는 점, 모든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이 서로 겹치며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점 (예를 들어, 안재홍 배우는 네 작품에 모두 등장합니다.) 난해하고 비대중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독립, 단편영화를 대중들에게 한 걸음 더 편하게 다가가도록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는 점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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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브랜딩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영화의 내용과 제작사 이야기를 이리도 길게 하는 것은, 바로 '달라진 요즘 시대에 걸맞은 브랜딩의 범위'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브랜드, 브랜딩이란 말은 이제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더 넓은 범위에까지 (다른 형태로라도) 적용되고 있다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뀐 거죠. TV에 나오는 한 명의 연예인, 인기 있는 장르의 드라마, 새로운 문화의 기류를 만드는 영화와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서로 치밀하게 얽히고설켜 또 다른 제품과 서비스에 다시 영향을 주게 되는 것 같은 큰 흐름을 모두 읽을 줄 알아야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브랜딩 전략을 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그러한 브랜딩의 빅 픽쳐를 참 잘 그려낸다고 생각하는 CJ그룹을 볼게요.

생활에 밀접한 제품을 많이 생산하고 서비스하는 CJ그룹은 가끔 모든 계열사를 거미줄같이 연결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tvN에서 우리나라 만두 장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 성격의 프로그램이 방송된 얼마 후엔 비비고 왕교자를 출시하는 식이죠. 계열사끼리 오가는 PPL? 그 정도의 단순함이 아닙니다.  

이렇듯 브랜딩의 개념은 이제 '광화문시네마'같은 영화 제작사에까지 (달라진 형태로라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광화문시네마의 멤버들이 이러한 개념으로 작은 작업실에서의 작업을 시작한 건 아니라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와 그들 자체가 일종의 영화 브랜드가 되었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브랜딩 개념을 적용해 보세요. 분명 뭔가 다른 영향력의 결과물들이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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