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럴듯한 상상을 한다

지출에 만족하기 전까진,

2023.05.12 | 조회 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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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 ROUGH

당신과 나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이번주 글을 올리게 된 임필통입니다.

이번 주 글 주제는 나의 영수증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X, X마켓, 야식 등등, 충동적인 소비를 이기지 못하고 늘 후회와 타협을 반복하는 저로서는 늘 통장이 텅텅 비어있는 프로텅장러 인데요. 이번 기회에 소비했던 패턴을 살펴보며 어떤 패턴으로 살고 있는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럼 제가 긁었던 영수증들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230,000 배드민턴 라켓

109,000 배드민턴 신발

59,000 배드민턴 옷

이게 다 얼마인고 싶다 보니 30만원이 훌쩍 넘다 못해 40만원에 가까운 이 금액은 작년부터 제가 맛을 알아버린 배드민턴에 쏟은 돈입니다. 네, 물론 한 달 내에 쓴 금액이에요. 4월이 기다리고 기다려졌던 이유는 바로 성과금이 들어오기 때문이었고, 성과금으로 배드민턴 용품을 살 생각에 몇 주 전부터 어떤 라켓이 좋은 라켓이고, 어떤 신발이 편하며 어떤 옷이 이뻐 보이는지 하루종일 인터넷을 들락날락하던 결과물입니다.

가뜩이나 스스로에게 돈을 잘 쓰지 못하는 저로서는 꽤 큰 돈이 빠져나간 경우입니다. 배송을 기다릴 땐 너무 설레고 신나는 나머지 배송조회를 수도 없이 리셋해가며 고이 고이 모셔왔지만, 역시나 비싼 라켓을 쓴다고 모든 경기에 승리할 순 없더군요. 애써 부정하고 싶었지만 몇 경기를 치르고 난 뒤엔 돈으로선 결코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신발은 그나마 바닥이 푹신푹신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고삐 풀린 야생마 같은 저의 무릎과 허리를 편안하게 감싸주어 조금이나마 만족했지만, 옷은 많이 있고, 라켓도 충분히 쓸만한데 아무래도 저에게 준 포상 치곤 만족도가 그리 높진 않았네요. 눈물을 머금고 당근거래소에 올려볼까 생각해봤지만 그래도 1년 동안 고생한 저를 위한 돈으로 쓴 것이니 고이고이 모셔온 아이들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다뤄줄까 생각중입니다.

94,000 O순대

저에게 주는 포상으로는 두 번째 정도에 속하는 소비 패턴입니다. 바로 맛집에 쓰는 지출이죠. 집 앞 위치한 청O순대라는 국밥가게는 술을 시키면 맛있는 순대와 내장을 공짜로 주는 곳입니다.

새콤하게 입맛을 당기는 신김치와 아삭아삭한 석박지, 약간은 꼬름하면서도 중독성이 너무 강해 한번 맛보면 잊혀지지 않는 황석어 젓갈까지. 힘든 업무를 마치거나 기분이 좋을 때 찾는 저만의 소확행(소주 한병에 확실한 행복이 있는 곳)인 장소입니다.

같이 운동하는 동생들에게 시끄러운 호프집보단 소확행에 관해 설명해주니 꼭 같이 가고 싶다고 저를 살살 꼬시더군요. 그날 저녁, 운동이 끝나고 선배교사 두 명, 후배교사 두 명을 모시고 집 앞 청O순대를 소개했습니다. 저를 보고 “오늘은 친구들 데려왔네” 하시며 서비스 안주를 가득가득 담아 주시던 사장님, 다섯이서 배부르게 먹었는데도 10만원도 나오지 않은 저렴하면서도 모두의 주린 배를 채워주는 따뜻한 뚝배기에, 나름의 홈그라운드에서 멋지게 계산하고 나오던 저의 쿨내 풀풀 풍기는 뒷모습까지! 저에게는 고급 레스토랑보다 멋진 한 끼 식사였답니다 :}


치과

48,000/ 18,500/ 8,900 ~ 현재 진행중 ㅜ_

응급실 78,000

작년 9월쯤, 갑자기 근력이 빠졌다는 생각에 모처럼 만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해 바벨을 잡았습니다. 준비운동을 하고 예전에 하던 무게에 절반 정도만 들어보려고 했지만 충분히 게으름을 피웠던 결과 절반도 굉장히 버거웠습니다.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던 저는 이겨내기 위해 힘을 빡! 하고 주었는데 어금니가 갑자기 아렸습니다.

이게 뭐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겨버렸던 결과 찬바람만 불어도 갑자기 어금니가 시려왔습니다. 어금니에 금이 가버렸더군요. 어렸을 적, 치과에서 너무나도 아팠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던 저는 모든 핑계를 대며 치과에 가는 것을 최대한 미뤄보았지만 물조차 마시기 힘들게 되자 턱을 부여잡고 치과에 방문했습니다. 아마 최근 몇 년간 가장 손에 많은 땀을 흘린 기억으로 남게 된 그 날의 치과 방문은 의외로 약간 따끔한 정도의 마취와 더불어 위윙위잉 소리만 무서웠던 신경치료가 저를 잠시 방심하게 했을까요?

야생마처럼 배드민턴 경기장을 이리저리 날뛰던 제가 강 스매시를 날리려던 순간! 치료한 어금니를 너무 쌔게 물고 말았습니다. 얼얼함이 조금씩 아픔으로 바뀌더니 그 통증은 뒷골을 흔들며 미친 듯한 아픔으로 찾아왔습니다. 통증 중에 가장 아픈 편에 속한다는 치통이 찾아온 순간 너무 통증이 심해 쇼크가 오는 것이 이런 경우였구나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무서운 마음에 응급실을 찾았습니다.

 

“어떻게 오셨나요?”

“이빠리 눠후 아퐈여(이빨이 너무 아파요)”

“저희 응급실엔 치과의사가 없는데 어떡하죠?”

“갠찬코 진홍줴좀 놔주쉐효 줴일 쒠궈로(괜찮고 진통제좀 놔주세요 제일 쎈거로)”

 

.. 하시다 양쪽엉덩이에 진통제를 한방씩 놔주시고 약도 처방해 주셨습니다.

식후에 약 드셔보시고 너무 아프면 다시 찾아오세요

눼 근뒈 도니 눠무 마뉘 놔왔능데 보훰 춰리 가눙하거져?(네 근데 돈이 너무 많이 나왔는데 보험처리 가능한거죠?”

너무 아파 물도 못 마시던 저였지만 병원의 주사와 약이 저에게 플라시보 효과로 다가왔는지 집에 도착해 턱을 부여잡고 밀려오는 쪽잠을 자고 나니 통증이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살면서 가장 큰 고통을 느껴본 저는 주말 내내 밥은커녕 죽만 먹는 처지였으나 방에만 있자 몸이 근질거렸는지 다음날이 되자 결국 또 참지 못하고 가방을 야무지게 어깨에 짊어진 채 배드민턴 경기장으로 출근을 했답니다.

이 지독한 소비의 끝, 부자가 되고 싶고, 될진 모르겠지만 너무 돈에 목숨 걸지 않고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계속 누리면서 사는 것도 꽤 나쁘진 않네요 모두 대박 터지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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