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Brain·Coursera 공동 창업자 앤드루 응(Andrew Ng)이 유튜브 채널 Silicon Valley Girl과 진행하여 2026년 8월 28일 공개된 인터뷰 "The Biggest Opportunities in AI Aren't Where You Think"의 내용을 리뷰해봤습니다.
38분 분량의 이 인터뷰에서 앤드류는 AI를 둘러싼 공포 담론의 기원부터 일자리, 교육, 개인정보, 통제 가능성, AGI까지 폭넓게 다뤘습니다. 가장 도발적인 주장은 첫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지금 사회에 퍼진 AI 공포는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수십억 달러짜리 모델을 지키려는 일부 선도 AI 기업들이 규제로 경쟁자를 막기 위해 키운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인터뷰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AI에 대한 두려움은 과장됐고,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배우고 만드는 것입니다."
화자 소개: 앤드루 응은 누구인가
앤드루 응은 구글 브레인(Google Brain) 팀을 창립·이끌었고, 바이두(Baidu)에서 부사장 겸 수석과학자를 지냈으며, 스탠퍼드 AI 랩 디렉터를 역임한 머신러닝 분야의 대표적 연구자입니다. 2012년 코세라(Coursera)를 공동 창업했고 현재도 코세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2011년 스탠퍼드 머신러닝 강의를 온라인에 공개한 이래 약 800만 명에게 AI를 가르쳤습니다.
현재 그가 이끌거나 관여하는 조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조직 | 역할 | 내용 |
|---|---|---|
| DeepLearning.AI | 창립자 | 2017년 설립한 AI 교육 회사. 강의는 코세라에서 제공 |
| AI Fund | 매니징 제너럴 파트너 | AI 스타트업을 직접 만드는 벤처 스튜디오 |
| LandingAI | 이사회 의장 | 비전 AI 기업 |
| AI Aspire | 공동 창업자 | 대기업의 AI 전환을 돕는 자문사. 2025년 7월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와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 |
| LearnVector | 창립자 겸 CEO | 2026년 7월 28일 공개한 AI 네이티브 학습 기업 |
2023년에는 타임(TIME)지 "AI 분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습니다. 그는 2023년부터 일관되게 "AI 멸종 위험론은 과장이며, 일부 대형 기업이 오픈소스 경쟁을 막기 위해 공포를 활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인터뷰어 마리나 모길코는 AI·커리어·기술을 다루는 유튜브 채널 Silicon Valley Girl과 뉴스레터 "Future Proof"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입니다.
1. AI 공포는 '규제 포획'을 노린 PR에서 시작됐다
모길코는 올여름 소셜미디어에 AI 관련 글을 올릴 때마다 데이터센터와 일자리 상실에 대한 반발 댓글이 쏟아졌다며 그 원인을 물었습니다. 앤드류는 주저 없이 "2~3년 전 시작된 PR과 규제 포획 시도"를 지목했습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모델을 학습시켰는데, 누군가 다른 모델을 만들어서 전 세계에 무료로 나눠준다면 정말 불편한 일입니다."
"AI가 핵무기 같다고 말하는 건 사실적 근거가 전혀 없는 비유입니다. 둘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앤드류는 공포 마케팅의 방식으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핵무기 같은 근거 없는 비유, AI의 실수 사례를 골라 부풀리는 것,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에 대한 잘못된 정보입니다. 그는 이런 메시지가 미국의 AI 도입을 늦추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습니다.
앤드류는 이 인터뷰 이후에도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Inside Tech" 팟캐스트에서 "AI로 인한 의미 있는 실존적 위험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주장은 AI 안전 연구자들 사이에서 강한 반론이 있는 쟁점이므로, 독자는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같은 반대편 목소리와 함께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일자리 종말'은 오지 않는다 — AI가 할 수 있는 건 업무의 30~40%
"AI가 일자리의 50%를 빼앗고 사람들이 거리에 나앉는다는 '잡포칼립스(job apocalypse)'는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AI가 더 잘 작동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아직 AI가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하게 만들 만큼 잘하지 못합니다."
앤드류는 경제학자들의 과업 기반 분석을 인용해, 많은 직업에서 AI가 처리할 수 있는 비율은 30~40%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나머지 60%를 하는 인간의 가치가 커진다고 봤습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이 AI를 쓰지 않는 사람을 대체할 겁니다."
가장 AI 영향을 많이 받는 직군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도 채용 공고는 오히려 늘었고, 그가 아는 좋은 엔지니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고 했습니다. 다만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아직도 ChatGPT 이전인 2022년처럼 코드를 짜고 있다면 곤란해집니다."
3. 대학은 아직 2022년의 일자리를 가르치고 있다
모길코는 이전 게스트였던 브린욜프슨이 "AI의 고용 영향은 22~25세 신규 졸업자에게 집중된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사회 초년생에게 줄 조언을 물었습니다. 앤드류는 문제의 핵심을 대학의 느린 변화 속도에서 찾았습니다.
"많은 대학이 여전히 2022년의 일자리에 맞춰 학생을 가르칩니다. 2026년 일자리도 아니고, 2028년과 그 이후의 일자리를 가르쳐야 하는데 말이죠."
교수진이 새 기술을 익히고, 과목을 만들고, 커리큘럼 위원회와 교수회의 승인을 받는 데 수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의 사무실에는 대학생 인턴과 고등학생 인턴까지 있는데, 이들이 생산적인 이유는 모두 "AI 네이티브"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조언은 명확했습니다. 수업은 열심히 듣되, 대학이 아직 가르치지 못하는 최신 AI 기술은 코세라, DeepLearning.AI, 유데미(Udemy)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따로 익히라는 것입니다.
브린욜프슨 연구팀은 2026년 8월 개정판 "Canaries in the Coal Mine?" 논문에서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의 22~25세 고용이 노출도가 낮은 직종의 같은 연령대보다 약 19%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감소는 해고보다는 신규 채용 축소를 통해 나타났고, AI가 업무를 '대체'하는 직종에 집중됐으며 '보완'하는 직종에서는 고용이 유지되거나 늘었습니다. 앤드류 교수의 "일자리 종말은 없다"는 진단과 "신입에게는 실제 압박이 있다"는 데이터가 동시에 성립한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4. 이제는 모두가 '빌더'가 되어야 한다
"무언가가 훨씬 쉬워지면, 훨씬 많은 사람이 그 일을 해야 합니다."
앤드류는 AI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극적으로 쉬워졌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뿐 아니라 마케터, 리크루터, HR 담당자, 운영 전문가도 직접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AI 도입 효과를 측정하는 KPI를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AI의 비즈니스 성과는 AI의 함수라기보다 비즈니스의 함수입니다."
즉 AI 자체의 지표가 아니라 고객 성장과 유지율, 응대 속도, 특정 업무의 정확도 같은 비즈니스 지표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인간의 진짜 경쟁력은 '맥락 우위'
이 대목은 모길코가 자신의 회사에서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소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녀의 팀은 채널마다 Claude 프로젝트를 따로 만들어 씁니다. 팟캐스트용 프로젝트는 과거 게스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섭외 후보를 40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인스타그램·링크드인용 프로젝트는 그녀의 말투와 비즈니스 전략을 익혀 콘텐츠 초안을 씁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초안을 보고 "이건 이렇게 바꿔야 한다"는 피드백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오가는데, 이 피드백이 AI에 다시 반영되지 않습니다. 모길코는 AI가 이런 피드백에서 계속 배워 자신의 취향을 더 잘 알게 만드는 방법, 즉 "피드백 루프를 닫는 방법"을 물었습니다.
앤드류는 해법을 바로 제시하는 대신, 이 문제가 왜 어려운지를 설명하는 관찰로 답했습니다.
"AI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 쓰면 좋은 아이디어 한두 개, 평범한 것 두세 개, 그리고 끔찍한 것 네 개쯤이 나옵니다. 그러면 'AI는 어떻게 이걸 그럴듯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지?' 싶어지죠."
사람이 보기엔 너무나 당연하게 나쁜 아이디어인데 AI는 그걸 모릅니다. 앤드류는 그 차이가 지능이 아니라 맥락에서 나온다고 봤습니다. 사람은 고객과 대화하다 상대의 묘한 표정을 보고 "이건 싫어하는구나" 알아채고, 상사가 지나가며 "나는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 말을 기억합니다. 이런 맥락은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채 사람 머릿속에만 쌓입니다. 그런데 이런 맥락을 AI에 전달할 통로는 지금 어디에도 없으며, 가까운 미래에도 생기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진단입니다.
"사람들은 인간의 판단력이나 취향(taste)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럼 취향이 대체 뭐냐는 질문이 따라붙습니다. 제가 보기에 인간이 AI보다 판단력과 취향이 나은 이유의 기술적 실체는 바로 이 '맥락 우위(context advantage)'입니다."
앤드류는 이것을 앞서 말한 "일자리 종말은 오지 않는다"는 주장과 연결했습니다. 맥락 우위는 몇 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닌 장기적인 우위이고, 그래서 판단력과 취향을 가진 사람이 AI를 보완하는 구조가 오래 유지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모길코의 고민을 이 관점에서 다시 보면, 그녀가 하려는 일은 텔레그램에 흩어진 피드백이라는 '맥락'을 AI에 전달하는 통로를 직접 만드는 작업입니다. 앤드류의 말대로 그런 통로가 당분간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면, 각 조직이 자기 맥락을 AI에 공급하는 구조를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 됩니다. 지난 7월 발행된 뉴스레터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은 "취향"입니다」에서 다룬 '취향'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이기도 합니다.
6. "AI 모델은 학습에 끔찍하다"
인터뷰에서 가장 논쟁적인 발언은 AI 교육의 상징적 인물인 앤드류 응 자신에게서 나왔습니다.
"논란이 될 수도 있는 말을 하겠습니다. 솔직히 AI 모델은 학습에 끔찍합니다."
"학생들이 AI를 쓰면 숙제 점수는 오릅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기억과 성과는 훨씬 나빠집니다."
앤드류는 자신의 경험도 털어놨습니다. 지난 6개월간 프로젝트를 하며 프론트엔드·백엔드 컴포넌트 작동 방식을 AI에 물어 일을 빠르게 끝냈지만, 6개월 뒤 같은 작업을 해야 할 때 답이 기억나지 않아 다시 AI에 물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것이 인지적 오프로딩의 전형적인 결과이며, 일을 처리하는 데는 훌륭하지만 학습에는 해롭다고 정리했습니다.
스톡홀름대와 홍콩대 연구진에 의하면 중국 중·고등학생 약 2만 6천 명을 30개월간 추적한 결과, AI 사용 후 숙제 점수는 18% 오르고 숙제 시간은 약 30% 줄었지만, 6개월 안에 AI 없이 치르는 월례 시험 점수가 20% 떨어졌고 2년 뒤에는 고입·대입 시험 성적도 크게 하락했습니다. 하락은 숙제를 AI에 통째로 맡긴 학생들에게 집중됐습니다.
7. LearnVector — '일대다'에서 '일대일'로
앤드류는 이 문제의 해법으로 새 회사 LearnVector를 소개했습니다.
"15년 전 온라인 강좌 운동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가 같은 영상을 보는 일대다(one-to-many) 경험이었습니다. 이제는 훨씬 개인화된 일대일 경험을 만들 기술이 존재합니다."
LearnVector는 2026년 7월 28일 공개됐고, 코세라가 1억 달러를 전략 투자해 약 3분의 1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기업가치는 약 3억 달러로 평가됩니다. 학습자에게 맞춰 적응하고 개념을 완전히 익힐 때까지 함께 연습하는 "AI 튜터 에이전트"를 목표로 하며, K-12나 대학이 아닌 직장인·성인 학습자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내년 초에 보여드릴 것이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했고, 첫 제품은 2027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8.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은 다른 직무의 '예고편'이다
LearnVector 이야기를 마친 앤드류는 사람의 역량 개발이라는 더 큰 주제로 이야기를 넓혔습니다. 그가 주목한 곳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입니다. AI가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바꿔놓은 직군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곧 다른 직군의 미래라는 것입니다.
"AI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 워낙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지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채용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른 분야에서도 곧 벌어질 일의 전조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앤드류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을 익힌 엔지니어들은 오히려 더 큰 가치를 만들고, 연봉도 오르고, 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변화가 역할의 확장입니다. 예전에는 화면을 만드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와 서버를 만드는 백엔드 개발자가 나뉘어 있었지만, 이제는 AI의 도움으로 한 사람이 둘 다 다루는 풀스택 개발자가 된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앤드류는 같은 변화의 초기 신호가 다른 직군에서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마케팅: 캠페인 일정과 협업을 조율하던 마케팅 코디네이터가 AI의 도움으로 기획부터 실행, 성과 분석까지 마케팅 전 과정을 맡는 "풀 사이클 마케터"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 채용: 후보자 발굴(소싱)만 담당하던 리크루터가 발굴부터 면접 진행, 채용 확정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는 리크루터로 바뀌고 있습니다.
다만 앤드류는 이것이 좋은 소식이자 나쁜 소식이라고 했습니다. 넓어진 역할을 감당하려면 AI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코디네이터가 풀 사이클 마케터가 되려면 그동안 해보지 않은 마케팅의 다른 영역도 새로 배워야 합니다. AI 기술과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 이 두 가지를 함께 익힌 사람만이 더 많은 일을 하고, 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맡고,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앤드류는 공포 마케팅이 실제로 어떤 피해를 주는지 보여주는 사례를 꺼냈습니다. 대학 입학을 앞둔 한 학생에게서 받은 이메일입니다. 그 학생은 온라인 강좌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지만 "4년 뒤면 AI가 이 모든 일을 할 텐데, 지금 배우는 것이 전부 쓸모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전공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앤드류의 답은 분명했습니다. 당연히 전부 쓸모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공포 메시지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이 "나는 앞으로도 쓸모 있는 사람일까"를 의심하게 되고, 정작 자신을 더 좋은 위치에 데려다줄 새 기술을 배우는 데 뛰어들지 않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런 메시지가 고등학생, 대학생, 사회 초년생이 경제와 일자리를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람들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이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일 중 하나입니다.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번성할 텐데 말이죠."
9. 전공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성(Agency)'
"AI 시대에 가장 좋은 전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앤드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뭐냐고 묻는 것과 같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대신 AI를 배우고 AI로 만들라는 원칙만은 분명히 했습니다.
그의 팀이 만든 "AI 엔지니어링 스킬 맵" 분석에서 직관적으로 예상했지만 데이터로 확인돼 놀란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훨씬 더 많은 채용 공고가 '매우 높은 주체성(agency)'을 보여주는 사람을 원한다고 쓰고 있었습니다."
그는 대기업 엔지니어들이 상사에게 "네 할일에만 집중하라"는 말을 듣는다는 사례를 들며, 앞으로는 사람들이 자기 영역 밖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책임감 있게 실행하도록 장려하는 조직이 위계적이고 격리된 조직보다 훨씬 큰 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0. 앤드류 응의 팀에서는 마케터도 코딩한다
"제 팀의 마케터는 모두 코딩을 할 줄 압니다. 마케터 면접에서 무엇을 만들어봤는지 묻습니다."
앤드류는 팀의 실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 마케팅팀: 한 직원은 글을 쓰기 전 웹을 크롤링해 관련 글을 찾아주고, 작성 중인 글과 관련 자료를 대화하며 탐색할 수 있는 맥(Mac)용 데스크톱 앱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화제를 보여주는 대시보드도 운영합니다.
- 재무팀: CFO 중 한 명이 팀원들이 매주 문서를 열고 숫자를 복사·붙여넣기하는 데 수 시간을 쓰는 것을 보고, 정기적으로 파일을 열어 일관성을 점검하고 새 문서가 들어오면 알려주는 자동화 스크립트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 채용팀: 아예 "리크루팅 엔지니어"라는 전문 엔지니어가 채용팀 안에 상주하며 정교한 채용 도구를 만듭니다.
"리크루팅 엔지니어, 마케팅 엔지니어, HR 엔지니어까지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엔지니어링 일이 너무 많습니다. 엔지니어링 일자리가 바닥날 걱정은 전혀 하지 않습니다."
11. 개인정보: 하이퍼스케일러는 믿되, 중요 정보는 로컬 모델로
모길코가 퍼플렉시티(Perplexity)에 자신의 피델리티(Fidelity) 증권 계좌 접근 권한을 줬다고 하자, 앤드류는 "복잡한 문제"라며 신중하게 답했습니다.
"저는 대형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이용약관을 100% 지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걸 어긴다면 장기 비즈니스 모델에 너무 큰 타격이 될 테니까요."
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AI 기업은 이용약관을 수시로 바꾸고, 사용자가 무심코 버튼을 누르면 데이터 보존·학습 권한을 가져간다며 불편함을 드러냈습니다. 그가 공동 창업한 AI Aspire는 은행을 포함한 대기업과 일하는데, 이들은 주요 정보를 프런티어 랩에 함부로 보내지 않고 가상 사설 클라우드나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처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말 미공개 중요 정보는 클라우드에 보내지 않습니다. AI 없이 수작업으로 하거나, 꼭 AI가 필요하면 로컬 모델만 씁니다."
그는 최신 오픈 웨이트 모델이 프런티어급 성능에 근접하면서도 로컬에서 돌릴 만큼 작아졌다며, Qwen 같은 모델을 언급했습니다. 다만 "모델은 격주로 바뀌니 하나에 매이지 말고 계속 새 모델을 시험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지난 9월 발행된 뉴스레터 「Astra보다 중요한 건 나만의 하네스입니다.」에서 모델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나만의 하네스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12. AI 통제 상실? 비행기를 생각하라
모길코는 요슈아 벤지오와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우리보다 똑똑한 존재를 통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 대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앤드류는 비행기에 비유했습니다.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든 사람은 없습니다. 바람이 비행기를 흔들죠."
초기 항공기 개발 과정에서 사고와 희생이 있었지만, 그 교훈을 통해 점점 더 잘 통제하게 됐고 지금은 큰 두려움 없이 비행기를 탄다는 것입니다. AI도 출력이 다소 무작위적이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역량을 점진적으로 키우며 통제된 환경에서 문제를 측정하고 바로잡는 엔지니어링 방식으로 충분히 다룰 수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는 어떤 비행기도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AI도 결코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통제 상실'이 공상과학처럼 느껴질 만큼은 잘 통제하고 있습니다."
13. 딥페이크와 아이들 — 낙관론자가 선을 긋는 곳
규제 회의론자인 앤드류도 분명히 선을 그은 영역이 있습니다.
"제가 보고 들은 것 중 가장 역겨운 것은 동의 없는 성적 딥페이크 이미지입니다. 이런 건 법으로 금지하고 강하게 처벌해야 합니다."
아이들과 AI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미래는 밝다"면서도 학습 훼손을 우려했습니다. 5살, 7살 두 자녀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는 계산기를 주지 않고, 마음에 드는 타자 연습 프로그램이 없어 7살 딸을 위해 직접 앱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는 "어른이 감독하는 디지털 도구 사용은 좋지만, 너무 많은 어른에게 그럴 시간이 없다"는 점을 현실적 문제로 꼽았습니다.
14. 2026년 최대의 기회: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능력
"AI를 배우고, 빠르게 만들고, 고객과 이야기하세요."
앤드류는 지난 주말에도 데이터 보존 정책을 꼼꼼히 확인한 프런티어 모델들로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지표를 직접 분석했다고 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찾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드는 비용이 급락하면서 병목이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것이 그가 "제품 관리 병목"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그렇다고 여러 회사를 동시에 굴릴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주말 하나면 간단한 LLM 래퍼(wrapper) 앱은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큰 회사를 만드는 게 그렇게 쉬웠으면 좋겠네요."
의미 있는 사업에는 깊은 기술적 역량, 혹은 고객의 표정을 읽고 설문을 반복하며 얻는 깊은 고객 통찰이 필요하고, 그래서 여전히 한 가지에 전념하는 "싱글 스레드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넓게 탐색하되 결국 한두 분야를 깊게 파라는 조언입니다.
15. AGI는 수십 년 뒤 — "정의에 따라 30년 전에 이미 도달했을 수도"
젠슨 황(Jensen Huang)이 "이미 AGI에 도달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자 앤드류는 정의의 문제를 짚었습니다.
"인간이 5년을 공부해 박사 논문을 쓰듯 AI가 박사 논문을 쓸 수 있을까요? 인간이 수십 분 연습으로 울창한 열대우림에서 트럭을 몰 수 있듯 AI도 그럴 수 있을까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 과업"이라는 정의를 따르면 AI가 못 하는 일의 목록이 길고, AGI는 수십 년 뒤라는 것입니다. 그는 "수십 년이면 다행이고,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 사이 계약처럼 AGI를 일찍 선언할 경제적 유인이 있었던 사례를 들며, 기준을 낮추면 AGI는 이미 도달했거나 "30년 전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리뷰를 마치며
지난 9월, OpenAI를 거쳐 올해 초 앤트로픽(Anthropic)에 합류한 연구원 제이콥 콕슨(Jacob Coxon)이 입사 몇 달 만에 회사를 떠나며 "AI 기업들이 우리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고 있다"고 경고해 큰 화제가 됐습니다. 그는 10년 안에 AI가 인류를 끝낼 가능성이 10%가 넘는다고 주장했고, 10월 5일에는 뉴욕시의회 청문회에 나가 지금 경로라면 인류가 AI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증언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그를 "내부고발자"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제이콥을 내부고발자로 보지 않습니다. 내부고발이 되려면 내부에 있었던 사람만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과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어떤 프로젝트가 위험한지, 누가 어떤 경고를 무시했는지,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제이콥의 글에는 그 어느 것도 없었습니다. 포춘(Fortune)조차 그의 글이 중단해야 할 프로젝트도, 경고가 무시된 사례도, 뒷받침할 근거도 제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앤트로픽에 합류한 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고, 실제로 어떤 연구에 기여했는지도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내부의 사실을 고발했다기보다, 업계에 이미 떠돌던 막연한 우려를 "전직 앤트로픽 연구원"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다시 말한 것에 가깝습니다.
한편 제이콥의 주장을 돈과 연결지어 해석해보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제이콥의 주장이 전혀 순수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을 겁줘서 규제기관을 만든 다음 프론티어 랩들끼리만 서로 인증하는 식으로 오픈소스 모델을 퇴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지요. 저는 구체적인 그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제이콥의 주장보다는 이 주장이 좀 더 설득력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제이콥 발언 이후 다시 꺼내 본 앤드류의 인터뷰는 제게 해독제처럼 느껴졌습니다. 제이콥의 퇴사보다 몇 주 앞서 공개된 인터뷰이지만, 마치 그 소동을 미리 내다본 것처럼 읽힙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근거에 있습니다. 앤드류는 "AI가 모든 걸 해결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AI가 더 잘 작동했으면 좋겠다", "AI는 학습에 끔찍하다", "큰 회사를 만드는 건 여전히 어렵다"며 AI의 한계를 누구보다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지금 AI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체적으로 나눠 보여준 것입니다.
그의 논리를 한 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AI가 할 수 있는 30~40%는 AI에 맡기고, 인간만 가진 '맥락'으로 나머지 60~70%를 채우며, 그 과정에서 배움을 AI에 오프로딩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마케터도 코딩하고, CFO가 자동화 스크립트를 짜고, 채용팀에 엔지니어가 상주한다"는 앤드류 팀의 이야기는 AI 시대의 조직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청사진입니다. 공포에 휩쓸려 손을 놓는 사람과, 배우고 만드는 사람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입니다. 저는 후자의 편에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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