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길들여지고 싶었다. 나는 평범하다 선언하고 싶었다. 막 철교를 통과하여 용산역으로 들어가던 ktx 안에서는 절실하게 방황을 그만두고 싶었다. 도처에서 버려졌다는 문장을 썼으나 싫증이 났다며 마구잡이로 던져버린 건 나였다. 길들여질 수 없는 사람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스물둘에는 홍대에 진 치고 레즈 클럽에 갔고 스물셋이 된 지금은 이집 저집 떠돌아다니고 있다. 가끔 시위를 했고 자주 글을 썼고 매일 불행해도 웃었다. 운이 좋은 편이므로 젊음 말고 잃은 건 없다. 소년이 아닌 청년이 되었으나 인생을 걸고 시대를 걸고 목격하고 싶은 것 그런 걸 물어도 모른다. 이십 대 초반을 탕진한 죄.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으나 2025년을 살아남는다면 나는 아버지가 된다.
맞아도 진 적 없다. 항복하듯 고개를 숙인 적 없다. 이를 악무는 걸 보이고 싶지 않아 바닥을 보았고 분해 울었다.
천안에서 태어났다. 장항에서 자랐다. 집이 팔려 고향을 잃었다. 아산에서도 살았고 부산에서도 살았고 동작에서도 살았다. 두세 달 머무른 걸 살았다고 친다면 오키나와에서도 살았다. 도쿄에서도 살았다. 애틀란타에서도 살았다. 용산에서도 살았고 고양에서도 살았다.
또 뭐가 있냐면 벌레 잘 잡는다. 무던해 바퀴벌레 기어가는 바닥에서도 잘 잔다. 예전에는 안 무던했다. 그냥 구축 오피스텔 오래 살았더니 무던해졌다. 좋은 삶의 기술은 맞는데 별로 배우고 싶지는 않았어서 시원섭섭하다.
아, 또 아홉 살 무렵에는 밟힌 개미를 위해 울었다.
잘 살거나 잘 죽을 것 같다.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당신은 아마 내게 호감을 가질 것이다. 그 정도의 자신은 있다. 이 정도의 자신도 없다면 세상 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스물셋이 된 지금도 번개에서 머리끈 뺏긴다. (이 글 읽는 분들은 언니 다음에 만나면 돌려줄게요 하고 앙큼하게 머리끈 도둑질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객관적인 자기소개: 대학생, 법학 전공, 소설 쓰기가 취미, ENFJ, 다룰 줄 아는 악기 없음, 23살(윤석열 나이 21살), 사주풀이 가능, 타로점 가능, 학점 존나 낮음(2점 얼마요), ADHD, 중단발, 착함, 이문세 4집 lp 갖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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