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 2024. 10. 23

2023 우기의 태국 (21)

2024.10.23 | 조회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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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기억의 단상

매일 아침마다 당신에게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전합니다.

 

토라 바에는 먼저 자리를 잡고 보스와 비비가 있었고, 우리 셋은 자연스럽게 그 테이블에 합류했다. 언제 생일파티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미 시간은 열두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으니까. 비비에게 언제 이벤트를 시작하냐고 물었더니, 아직 대기중이니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열두시에 맞춰서 땡! 하고 이벤트를 할 건 아닌듯 했다.

 

한시가 넘어간 시각, 비비가 내 손을 잡아끌었다. 비비를 따라서 카운터로 가니 관람차 모양으로 잔들이 꽂혀있는 반짝이는 회전형 술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들이 꽤 많이 꽂혀있었는데, 생일주로 전부 보스에게 먹이는 건가 싶어서 보는 내가 취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고, 다 같이 그걸 나눠 마셨다.

 

어릴 때는 관람차를 타는 게 좋았는데, 성인이 되고 나니 관람차를 마시게 되는 게 웃겼다. 비비가 조각 케이크를 가지고 가고, 토라 바의 직원들이 관람차를 들고 뒤따랐다. 나도 조각 케이크를 하나 들고 움직였다.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각자 하나씩 들고 가야 떨어뜨리거나 부딪히지 않을 테니까.

 

생일 축하 음악이 흘러나오고, 우리가 등장하자 보스가 함박 웃음을 지었다. 보스에게 태국어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더니 아이처럼 기뻐했다. 내가 아는 몇 개 안되는 태국어 중 하나가 생일 축하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음이 뭔가 재밌어서 외운 말이었는데,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이야.

 

토라 바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보스의 생일을 축하해주었고, 보스는 더 없이 행복해보였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나의 소중한 태국 친구, 보스. 미리 생일 축하해.

 

관람차 생일주를 다들 나눠마시긴 했지만, 생일자인 보스가 가장 많이 마셨는데 그러다보니 보스는 잔뜩 취해버렸다. 비비가 보스를 챙겨서 갔다. 토라바도 닫을 시간도 되었고 해서 다들 이만 해산하기로 했다. 웜업에 데리러 올 때처럼 붐과 제인이 빵집까지 돌아가는 길도 나를 데려다주었다.

 

빵집에 오자 갑자기 좀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춤을 더 추고 싶었다. 토라 바에서 잠시만 추었던 게 아쉬웠나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볼트 오토바이를 불러서 스파이시로 갔다. 스파이시에서 잔뜩 춤을 추고 싶었는데, 오늘 따라 사람이 적어서 스파이시도 웬일로 일찍 닫아버렸다. 고작 30분밖에 춤을 추지 못해서 아쉬움이 더 남아버렸다. 알차게 30분동안 춤추며 놀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시간동안만 놀려고 올드타운까지 온 게 아닌데. 오늘은 날이 아니었던 걸까.

 

아쉽지만 오늘만 날이 아니었으니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에게는 춤을 출 날이 아직 이주 넘게 남아있으니까.

 

🎈 9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기억의 단상' 10월호 신청을 받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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