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왜 이 레터를 구독하시는 걸까요... 그리고 왜 생산성에 관심을 가질까요?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잼얘를 하는 것도 아닌 이 레터를 구독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오늘 레터는 좀 개인적이고 노골적인 얘기라 쓸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날 것이 또 제 느낌이지 않을까 싶어서 한 번 얘기 해보겠습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모범사례로 제시되는 루트를 밟아야 합니다. RPG로 따지면 레벨 별 추천 사냥터같은 거죠. 예를 들어, 대학까지는 학습법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확하게는 시험 학습법이지만요. 여튼 이 학습법을 잘 갖출 최적의 시기가 대학생까지라 봅니다. 이 시기까지는 대학 입시도 잘 치뤄야 하고, 학점도 잘 따놔야 하죠. 대기업 가실거면 영어나 적성 검사도 준비하셔야죠.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이해할 지, 암기를 잘 할지, 암산을 잘 할지, 출제자 의도를 잘 파악할 지 요런 것들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학습 능력을 제대로 길러둘 수 있는 시기가 대학생까지입니다.
삶에는 늦은게 없다! 하면서 KFC 회장님이 62세에 창업한 얘기를 꺼내기도 하는데요. 그건 성공 관점에서 희망을 가지라는 말이지, 늦은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 10~20대 때 연애 감각이나 이성 대하는 센스를 익히지 못하면 큰일 납니다. 웃자고 하는 얘기지만, 다음 스크린샷처럼 뉴스 탈 수 있습니다. 평생 이성에 관심 없을거라면 상관 없지만, 늦게 관심 생겨서 어설프게 행동하면 피드백도 못 받습니다. 뒤에서 욕 먹고 선 넘으면 신고 당합니다.
학생 때 제대로 만들어두지 않은 학습법은 앞으로 무엇을 하든 발목을 잡습니다. 특히나 새로운 것을 하게 될 때요. 이처럼, 적절한 시기에 뭔가를 습득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언어는 유아 때 습득하는게 좋다면서 영어 유치원을 보내기도 하고요. 반대로, 뛰어난 천재가 월반을 하면서 친구들과 놀 기회를 잃어 사회성이 떨어졌다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때 갖춰두지 못 한 생산성 역시 발목을 잡게 됩니다. 일하는 방식을 최적화해서 갖춰둬야 할 시기는 분명 있어야 합니다. 앞의 학습법 얘기처럼요. 저나 여러분이나 안타깝게도 천재나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을 거고 고만고만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을 겁니다. 부지런히 생계 유지하면서, 공부도 해야하고 한눈도 팔아야 합니다. 아이 생각 있으시면 육아까지 신경쓰셔야 할 겁니다.
고등학생 이후 성인이 되면서 삶이 갈라지게 됩니다. 대학을 졸업하면 또 갈라지게 되고요. 저는 대학에서 기계공학과를 나왔는데요. 저희 과 사람들을 보면 대기업 안 가고 음식점 하시는 분들도 꽤 많이 봅니다. 개발자하고 있는 저도 좀 이상한 루트를 타긴 했네요. 여튼 저처럼, 일반적인 지식 노동자 테크를 타신 분들에겐 생산성이 중요해집니다. 실행력이 중요해지게 되요. 이건 공부랑은 좀 다른 능력입니다. 다양한 컨텍스트의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다른 활동을 하려고 해도 못 합니다. 일이 밀려서 야근을 할 수도 있고, 퇴근하면 몸이 뻗기도 합니다. 이는 통제감 상실로 이어집니다. 학생 때야 하루종일 공부해도 버틸 수가 있습니다. 이 힘든 시간이 끝나는 때가 정해져 있으니깐요. 근데 직장인부터는 이 생활이 언제 끝나는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방학도 없죠. 물론 삶이 내 뜻대로 굴러가진 않지만, 통제감을 잃는 느낌이 드는건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리더가 되든 창업을 하시든 자영업을 하시든 육아를 하시든 발목을 잡게 되는 겁니다.
요즘 세상 자체가 다 불확실합니다. 직장도 불확실하고, 앞으로 내 직업 자체가 존재할 것인지 불확실합니다. 며칠 전에는 AI 개발자가 나왔다고 하네요. (https://www.cognition-labs.com/blog)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으니 '샛길'에 항상 눈을 둬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링크드인 하시는 분들이라면 느끼시겠지만 최근에 링크드인에 포스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직장 못 믿겠으니 퍼스널 브랜딩하는 거죠. 예전에는, 링크드인에 글 쓰는 것 자체가 "저 사람은 이직하려나 보다" 라는 식의 눈치가 있었기 때문에 쉽게 못 썼었습니다. 그런데 그 거부감을 뚫고 브랜딩을 할 정도로 모든 것이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뭐 제가 본업인 개발자랑 별개로 생산성 빌리언 시안하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지 않을까요.
세상이 불안정하지 않더라도, '당분간 안정적인'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조금의 모험'을 계속 시도하는 것은 좋은 전략입니다. 안티프래질에서 이 전략은 '바벨 전략'으로 소개됩니다. 이게 말이 쉽지만 현재 상황을 안정시키고 실패할만한 모험을 시도한다는게 어렵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회사에서 우수한 퍼포먼스 내고 따른 짓 할 만한 여력을 확보"한다는 것인데요. 회사에서 떠나면 아쉬울 만한 사람으로 이미지 구축 안 해두고 '유튜브 해요, 메일레터 써요, 책 써요...' 이러면 욕 먹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 모든 힘을 쏟아내면 모험을 할 에너지가 안 남고요.
본업에 신경쓰면서 부업도 신경써야 하고, 이것저것 쏟아지는 지식도 배우고 참 복잡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본업으로 개발자하면서, 부캐로 생산성 크리에이터하고 있는 저와 여러분의 삶의 모습이 그리 다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놀고 쉬는 것도 잘 챙겨둬야 하고요.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세상과 기한이 없는 마라톤 속에서 조금의 통제감을 갖기 위해서 생산성에 관심 가지고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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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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