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이번 호에서는 노인의 연령 기준에 대해 썼습니다. 노인을 과연 연령만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노인에 대한 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갈 필요를 다루었습니다.
언론의 칼럼이나 인터넷의 각종 글을 보면 국제연합(UN)에서 100세 시대에 맞추어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으로 분류할 것을 2015년에 제안하였다는 근거 없는 연령별 세대 분류 기준이 나옵니다. 이것이 근거가 없음을 필자는 이미 2020년 2월 3일에 <"UN 연령기준 재조정 제안"의 근거 없음에 대하여>라는 블로그 글에서 밝혔습니다. 이후 일부 언론 등에서 필자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세대 구분이 근거 없음을 밝히고 있어 더이상 이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하며, 과연 몇 세부터 노인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많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몇달 전에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필자의 지인들에게서 한결같이 나온 얘기는 이제 갓 60을 넘긴 자신을 "어르신"이라 호칭하는 것에 생소함과 더불어 거부감을 느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연령상으로 노인이 되었다 해도 정작 자신은 노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흔히 노인의 기준이 되는 연령을 65세로 보는 것과 관련해서도 그 기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도 필자가 2020년 3월 7일에 <고령 연령 65세 기준의 기원 관련 정리>라는 블로그 글에서 밝혔습니다.
법령에서조차 노인의 연령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실제 국내의 법령에서도 노인을 정의하는 연령 기준은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먼저 노인장기요양법에서는 65세 이상인 사람을 노인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복지법에서는 '노인학대 관련 범죄'를 보호자가 65세 이상 노인을 학대하는 죄라고 정의한다거나 생업지원, 경로우대, 건강진단, 상담 및 입소 등의 조치, 금지행위의 대상자의 연령기준을 65세로 하여 노인을 인정하는 기준이 65세임을 유추하게 합니다. 또한 기초연금법에서도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기초연금을 받으려면 65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하여 65세 이상이면 노인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합니다. 반면에 고령자고용법에서는 60세가 정년임을 정했지만 노인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은데, 시행령에서 50-54세를 준고령자라고 하고 55세 이상을 고령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노인의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고령친화산업 진흥법에서도 노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노인을 정의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렇게 법령에서 노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법령의 목적성만 앞세웠지 노인을 중심에 두고 종합적인 검토를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나 주관적으로도 노인을 정하는 연령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은 가급적이면 노인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은 마음과 노인으로 취급받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연령이 많아질수록 젊어보인다는 말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분명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별로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65세 이상이라 하여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혜택을 받는 것은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흔히 '지공거사'가 되었다는 표현으로 이러한 상황에 처했음을 알리기도 합니다. 나이가 많아진다고 하는 것은 건강도 나빠지고 수입이 줄어들며 세상의 흐름에 뒤처지는 등 여러 측면에서 분명 취약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취약한 정도가 심하면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노인을 차별하는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
우리가 노인을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일과 함께 힘써야 할 일은 노인을 차별하는 문화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노인을 공경하는 등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나이가 차별의 근거가 되는 세상에 살게 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운전기사로부터 차별을 받거나 음식점에 가서도 노인이라 입장이 거절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집안에서도 자녀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학대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인이 되는 것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현재의 청년도 언젠가는 노인이 됩니다. 세상이 바뀌어 과거의 지식이 덜 소용된다 하더라도 노인은 그 자체로서 인격적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여전히 노인의 지혜는 가치가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노인 또한 무조건 권리를 요구하고 대접만 받으려 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청장년 세대를 존중하고 그들과 같이 소통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는 여러 세대가 어울려 공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은퇴 준비 팁
은퇴 관련 뉴스
"코로나 이후 퇴직연금도 '투자'시대…ETF 10배로 성장"
은퇴하면 내 인생 살겠다는 '신 중년' 발목 잡는 '캥거루족' 자녀
건강 정보
도서/전시/공연 정보
[도서] 은퇴: 심리학으로 말하다
[공연] 여주오곡나루마당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