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간 스쳐간 많은 생각 중 나의 마음을 잠식한 것은 퇴사에 대한 고민이다. 우연찮은 기회로 좋은 직장에 들어와 감사하게도 지난 6년 가까이 값지고 의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나도 회사에 청춘을 받쳤지만 회사도 이에 상응하는 많은 것을 내게 주었다. 하지만 입사 초부터 내 마음 한켠에는 사업에 대한 열망이 늘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주재원 생활을 하던 신입사원 시절, 토요일 새벽마다 2시간 이상 운전을 하여 사이드 프로젝트 커뮤니티에 참여하기도 했다. 3년전 한국 본사로 복귀한 뒤에는 스타트업 정부지원 사업도 해보았고, 1년 반 전에는 실제로 창업을 하여 소소하게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작년 말 부서이동을 하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업무를 하고 있었는데 강제적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대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긴 하다. 새로 맡게된 업무가 회사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재미가 없다. 날이 갈수록 갑갑하고 숨이 막혀온다. 그나마 회사 곳곳에 마음 통하는 동료들이 있어 숨통이 트이긴 한다. 중간 중간 어떻게든 껴넣는 라운지 커피타임, 점심시간 을지로 탭샵바에서의 와인 한잔, 퇴근 전 지하상가 빵집 그라츠에서 먹는 초코 깜바뉴 등이 회사에서의 낙이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뛰쳐나오고 싶다. 개인적인 답답함도 있지만, 이제는 완전하게 사업으로 트랜지션을 해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른 개인적인 상황 때문이라도 회사에 계속 매여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은 망설이게 된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계속해서 마음 속에 맴돌기 때문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충분히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했는가?
가족들(부모님, 와이프, 처가)이 불안해 하지 않을까?
주위 동료들이 너무 놀라지 않을까?
퇴사 후 한동안 수입이 없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얼마나 버틸까?
2월 9일 설 연휴 첫날 운동을 하고 롯데리아에 앉아 햄버거를 앞에 두고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 눈을 감고 내가 지금 어떤 결정이 맞는 것일지 헤아리고자 했다. 문뜩 지난주 회사 동료 한명이 들어보라고 소개해준 영상이 떠올랐다. 털보 아저씨 김어준의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라는 30분짜리 강연이다. 자신의 욕망을 이해하고 당장 행복해지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메세지 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의 욕망을 잘 알지 못하면서 주변의 기대나 상황에 의해 행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고 당장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그 일을 그냥 시작하는 것입니다. 성공 여부를 걱정하기 보다는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는 결정을 지금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욕망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행함으로써 삶이 풍요로워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상을 보내준 동료에게 나는 곧 퇴사를 하겠다고 메세지를 보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황당해했다. 당신이 보내준 영상이 잠자는 사자를 깨웠다고 장난처럼 답했다. 어쩌면 농담이 아닌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 작은 불씨가 겉잡을 수 없는 큰불로 번질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나는 내 욕망의 주인이 되어 나 자신을 직면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당신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시선에 맞추는 것이 아닌,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를 따라 살고 있는가? 나는 아직은 이 질문을 소화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다.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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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lly
나의 욕망의 주인이 되는 것. 제가 진행하게 된 첫 컨텐츠의 주된 내용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서 인상깊게 읽었어요. '기대'가 '실망'으로 변할까봐. 주변인을 실망시키기 싫어서 기대에 부응해서 살아왔던 저의 발걸음을 되짚어보니 저의 행복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지금의 저는 제 욕망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꽤나 노력중이에요 ! 심바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다니 반갑기도 하고,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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