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은 동네의 멜론이 세상을 구한 이야기 [페니실린 下편]

드디어 멜론 등장

2024.07.22 | 조회 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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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 알렉산더 플레밍이 휴가동안 방치(!) 하고 간 실험기구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야기는 유명하죠. 하지만 페니실린은 사실 플레밍의 발견 이후에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발견 후 10년이 지나서야 하워드 플로리와 에른스트 체인 두 사람에 의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죠. 페니실린의 효능을 증명해내는 데에는 성공하지만 생산 속도의 벽에 부딪힌 이들. 이들은 페니실린을 성공적으로 대량생산해낼 수 있을까요? 

페니실린 上편 읽으러 가기 

🦠 마법의 곰팡이를 찾아서

소방관 알버트 알렉산더를 대상으로 한 생체 실험을 안타깝게 실패한 플로리는 페니실린이 대량 생산될수만 있다면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데에 확신이 생깁니다. 그는 영국에서 연구를 지원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죠. 하지만 세계 2차대전 초기의 영국은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플로리와 체인은 미국으로 눈을 돌립니다. 미국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미국 농무부 산하의 연구소로 이사를 해서 연구를 계속하게 되죠. 

일리노이 농무부 연구소에서 페니실린을 연구하는 연구진들. (이미지 출처: The State Journal - Register)
일리노이 농무부 연구소에서 페니실린을 연구하는 연구진들. (이미지 출처: The State Journal - Register)

이들은 여전히 페니실린 대량생산이라는 큰 문제를 마주하고 있었죠. 플레밍이 발견한 곰팡이 균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이들은 새로운 방안을 모색합니다. 플레밍이 발견한 곰팡이처럼 질병균을 없애는 성질을 가진 다른 곰팡이가 하나즈음은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죠. 이들은 어딘가에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르는 곰팡이를 찾아서 전세계의 곰팡이 균주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 과일가게에서 일어난 은밀한 거래

일리노이 주 작은 동네 피오리아의 한 과일 가게, 한 여인이 찾아와 과일들을 살피고 있습니다. 주인은 손님이 모르게 곰팡이가 핀 자몽을 슬쩍 숨기죠. 그 장면을 눈치빠른 손님에게 들키고 맙니다. 

🧑🏻: "아저씨, 지금 그거 곰팡이 핀 거 맞죠?"

가게 주인인 존 스카우타리스는 안절부절합니다. 상한 과일을 판다고 소문이 나면 동네 장사를 하는 과일가게는 홀딱 망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아니 저기, 그게 아니라..."

🧑🏻: "그거 저한테 파시면 안돼요?"

이 손님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존에게 이상한 거래를 제안합니다. 앞으로 곰팡이 핀 과일을 자신에게 전부 팔 수는 없겠냐고요. 존에게서 곰팡이 핀 과일을 사간 이 여성의 이름은 메리 헌트입니다. 훗날 Moldy Mary, 우리로 치면 곰팡곰팡 메리로 불리우게 되는 인물이죠. 

왼쪽이 메리 헌트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안타깝게도 메리 헌트에 대해서는 페니실륨의 발견 이외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USDA) 
왼쪽이 메리 헌트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안타깝게도 메리 헌트에 대해서는 페니실륨의 발견 이외로는 잘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USDA) 

메리 헌트는 앞서 말한 미국 농무부 연구소에서 연구 보조로 일하던 세균학자였습니다. 연구소에서 흔치 않던 여성 연구 보조였죠. 메리 역시 다양한 곰팡이 샘플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있었죠. 메리는 이 과일 가게를 자주 방문하면서 곰팡이 핀 과일들을 수집하게 됩니다. 

어느 날 헌트는 이 과일가게에서 멜론 한 통을 받아오게 됩니다. 평소처럼 곰팡이를 추출하고 멜론을 잘라 동료 연구진들과 멜론을 나누어 먹었죠(!). (한 연구원은 "그 멜론 참 맛있었다" 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머지않아 확인해 본 곰팡이 샘플에서 페니실린 연구진들은 유레카를 외치게 됩니다. 메리 헌트가 가져온 멜론에서 추출한 곰팡이 균 (Penicillium chrysogeum 이라는 이름이 붙게 됩니다) 은 항생작용을 했을 뿐만 아니라 원조 페니실륨에 비해 200배나 많은 페니실린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플로리와 체인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이 곰팡이로 페니실린을 대량생산해내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에 쓰이고 있는 페니실린 역시 전부 이 곰팡이 균주의 후손이라는 사실이죠.

페니실린, 그 뒷 이야기

페니실린의 발견은 세계 2차대전에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건 그 어느 무기도 아닌 감염이었습니다. 사소한 상처도 전쟁터라는 상황에서 쉽게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세계 1차대전에서 세균성 폐렴의 사망률은 18%에 육박했습니다. 페니실린이 널리 사용되게 되면서 사망률은 1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졌죠. 실험기구에 핀 곰팡이, 멜론에서 발견한 곰팡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셈입니다. 

멜론에 핀 곰팡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죠, 페니실린 연구가 일어난 일리노이 주에서는 2021년 페니실륨 곰팡이 종류를 주 미생물로 지정합니다. 인류를 구한 페니실륨 곰팡이의 고향이라는 자긍심의 표현이죠. 

일리노이 주지사가 페니실륨을 주 미생물로 지정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사진이 하나쯤은 있어줘야죠, 그죠? (이미지 출처: X @GovPritzker)
일리노이 주지사가 페니실륨을 주 미생물로 지정하는 장면입니다. 이런 사진이 하나쯤은 있어줘야죠, 그죠? (이미지 출처: X @GovPritzker)

페니실린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있는 단편적인 "우연한 발견"의 에피소드들은 때로 과학의 진보에 수반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플레밍의 발견만으로는 페니실린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 발견의 가치를 알아본 플로리와 체인, 페니실린이 대량생산 될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뛴 메리 헌트와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해서 지금의 페니실린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대단한 과학자의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것, 또 이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과 나눌 수 있는 것, 그게 제게는 스몰레터를 계속 써나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처:  

https://www.pjstar.com/story/news/2021/06/02/peoria-and-penicillin-recognized-illinois-state-microbe-title/5288089001/ 

https://www.sciencehistory.org/stories/disappearing-pod/the-forgotten-mother-of-penicillin/

https://www.peoriamagazine.com/article/moldy-mary-or-simple-messenger-girl/

https://www.pbs.org/newshour/health/the-real-story-behind-the-worlds-first-antibio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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