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우주 관련 뉴스를 눈여겨 보셨다면 국제우주정거장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겁니다. 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 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죠. 지구 궤도에서 가장 큰 인공 위성이면서 동시에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싼(!) 건축물이기도 하죠. 하지만 최근 미 항공우주국 나사에서는 2030년까지 국제 우주정거장을 은퇴시킬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번 스몰레터에서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역사와, 국제 우주정거장의 은퇴 계획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조별과제
인류가 지구가 아닌 곳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인류만큼이나 오래된 의문이죠. 1900년대 우주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로 "우주에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인류의 큰 과제 중 하나로 떠오릅니다.
국제 우주정거장은 1984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승인 하에 디자인 되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 JAXA, 캐나다 우주국 CSA, 유럽 우주국 ESA이 함께 참여했죠. 그러다 1993년 러시아의 Roscosmos가 공식적으로 협력하게 되면서 지금의 ISS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각 우주국은 서로 다른 부품 및 시설을 각자 생산한 다음 지구 궤도 상에서 거대한 레고처럼 이를 조립해서 현재의 국제 우주정거장을 만들었습니다. 사실상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조별과제죠. 완공 이후에도 국제 우주정거장은 다섯 우주국의 협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국제 우주정거장은 우주 개발을 위한 기지 뿐만 아니라 초저중력에서 다양한 연구를 실행할 수 있는 연구소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8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이소연씨가 이곳에서 11일간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죠.
🛰️ 국제우주정거장: 낡을게
하지만 국제 우주정거장도 세월의 흐름을 피해가지는 못했습니다. 2000년도 Expedition 1호가 도킹에 성공한 이후로 국제 우주정거장에는 23년이 넘는 시간동안 계속 우주인들이 체류하고 있었는데요, 그만큼 시설들도 노후화 되기 시작했죠. 국제 우주정거장의 우주인들의 안전을 위해서, 또 다른 프로젝트들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 위해서 나사는 국제 우주정거장이 2030년을 기점으로 은퇴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국제 우주정거장을 띄우는 것만큼이나 국제 우주정거장을 잘 은퇴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나사에선 다양한 은퇴 방식을 놓고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몇가지 옵션을 살펴보자면 대략 이렇습니다:
🏗️ 분해 후 지구로 다시 가져오기?
인류의 첫 우주 정거장인 국제 우주정거장. 이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면 역사적으로 좋은 문화 유산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우주정거장을 분해하기 위해선 우주인들이 우주 유영을 해서 직접 해체를 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나사는 위험도를 고려해서 우주정거장을 분해하는 계획은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 궤도를 높이높이 띄워버리기?
나사에서는 국제 우주정거장의 궤도 자체를 아주 높이 띄워버리는 옵션도 고려했다고 합니다. 궤도를 더 높이 띄우면 우주인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체류하면서 직접적으로 관리 및 유지보수를 하지 않아도 100년에서 길게는 100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지구를 천천히 공전하면서 지구 궤도 상에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럼 후대의 우주 비행사들이 필요하다면 국제 우주정거장을 요긴하게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방법은 아직은 개발 중에 있는 추진 엔진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 또한 고려대상에서 제외 되었습니다.
☄️ 그럼 최선의 선택은? 지구로 떨어트리기!
결국 나사는 여러 방안을 고심한 끝에 국제 우주정거장을 지구로 재진입 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용어는 "통제된 재진입", 간단히 말하면 사람 없는 바다로 떨어뜨릴 예정이라는 것이죠. 현재 국제 우주정거장에 존재하는 추진 장치들로 서서히 고도를 낮춘 다음, 국제 우주정거장이 최대한 안전하게 재진입할 수 있는 궤적을 계산해 이를 조종한다는 계획이죠. 이 과정에서 국제 우주정거장의 대부분은 대기중에서 불타 없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그러면 앞으로는 어떡해?
비록 지금의 우주정거장은 은퇴하지만 나사는 우주 탐사에 대해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사는 국제 우주정거장을 대신할 새로운 우주정거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진 않았는데요, 대신 앞으로 지구 저궤도 (Lower Earth Orbit) 에는 다양한 우주 기업들이 디자인한 다양한 우주 정거장들이 생겨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이미 나사는 Axiom Space, Voyager Space, Blue Origin 등의 기업들에게 기술 및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죠. 앞으로 나사는 이들이 지은 지구 저궤도 시설물에 사용료를 지불하는 클라이언트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고요.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우주, 지구 저궤도는 이제 민간기업들의 영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안정화 된 우주정거장을 운영하는 데 비용을 쓰기보다 달과 화성에 인류를 보내는 데에 더 투자를 하려는 나사의 전략으로 보이네요.
인류가 처음으로 우주에 세운 랜드마크, 국제 우주정거장이 그야말로 우주의 먼지(!)로 사라질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조금은 시원 섭섭하네요.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어떤 이야기들은 끝이 나야하는 법이니까요. 국제 우주정거장의 은퇴를 기점으로 앞으로 인류가 우주에서 체류하는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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