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항생제 페니실린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여기까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우연의 일치로 페트리접시에 안착해버린 푸른 곰팡이, 이를 유심히 관찰해서 중요한 발견을 해낸 과학자, 수백만명의 삶을 살린 페니실린 항생제 - 이야기의 삼박자가 조화롭게 맞아떨어지는 일화죠. (책상 정리하기 싫을 때 핑계로 대기에도 좋은 이야기입니다. ???: 어! 플레밍이 책상 제때제때 정리했으면 페니실린을 발견했을 것 같아?!)
하지만 페니실린의 이야기는 사실 여기서 시작입니다. 한가지 스포를 하자면 페니실린이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에는 맛있는 멜론 한통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번주 스몰레터는 페니실린의 숨은 주역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그니까 발견을 하기는 했는데요-
사실 플레밍의 발견 이후에 페니실린은 오랫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플레밍은 페니실륨 곰팡이가 항생 작용을 한다는 사실까지는 밝혀냈지만 실제로 항균 작용을 하는 물질을 추출해내지는 못했습니다. 이 논문은 크게 주목받지 않고 실제로 플레밍 역시 다른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플레밍의 발견 이후 10년이 흐른 1938년, 영국계 호주인 과학자 하워드 플로리가 곰팡이와 박테리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중에 플레밍의 논문을 발견하게 됩니다. 플레밍의 논문에서 가능성을 본 플로리 박사는 성격은 더럽지만 일은 참 잘하는(!) 동료 에른스트 체인과 함께 페니실린 분자를 정제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합니다. (체인의 성격이 더럽다고 이야기하고 넘어가는 이유는... 제가 찾은 문헌 전부에서 성격이 더럽다고 콕 집고 넘어갔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체인은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 이후에도 자신의 연구 기여도가 플로리보다 높다는 사실을 계속 주장했다고 하네요.)
둘은 플레밍의 푸른 곰팡이를 배양시킨 뒤 이를 얼렸다 건조시켰다를 반복하며 페니실린을 정제하는 과정을 연구하게 됩니다. 그렇게 정제시킨 페니실린을 연쇄상구균(폐렴과 패혈성 인두염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박테리아)에 감염된 쥐에게 투여하자 페니실린을 투여받지 못한 쥐는 모두 죽고, 페니실린 치료를 받은 쥐는 전부 살아나는, 약학계에서 전무후무한 엄청난 실험 결과를 입증해냅니다.
🤔 그럼 이제 사람한테 쓰면 되는데...
성공적인 동물실험으로 그 효과를 입증해낸 페니실린. 그럼 이제 사람한테 쓸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요-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페니실린을 만들어내는 속도입니다. 플로리와 체인의 연구실에서는 매일 수십 리터의 "곰팡이주스"를 가지고 겨우 몇 밀리그램의 페니실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태였죠. 경증의 몇몇 환자들에게 페니실린은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만 중증 환자 한명에게 써야하는 양을 만들어내는 일만 해도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아직 대량생산은 꿈에도 못꾸는 상태였고요.
알버트 알렉산더라는 48세의 경찰관이 그런 중증 환자 중 한명이었습니다. 알버트 알렉산더는 자신의 정원에서 장미 가시에 긁혀 상처가 나는데요, 이 상처가 감염되면서 폐와 두피등에 염증이 전이된 환자였습니다. 플로리가 알버트 알렉산더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이미 그는 눈 한쪽을 잃은 상태였죠. 플로리는 신약인 페니실린을 그에게 5일간 주입합니다. 그러자 알렉산더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5일이 지나자 그의 증세는 다시 빠르게 나빠집니다. 플로리와 체인의 연구진은 서둘러 페니실린을 더 만들어 내지만 알렉산더의 증세가 다시 나빠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죠. 일주일 뒤, 알버트 알렉산더는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페니실린 연구진은 이렇게 페니실린 대량생산이라는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동시에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 2차대전 때문에 페니실린의 필요성은 더더욱 대두되기 시작했죠. 페니실린 연구진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게 될까요? 이번화는 분량조절에 실패한 것 같으니 다음 편에서 이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저... 더 기다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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