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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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9 | 조회 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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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 생긴 일

발리 이야기

안녕하세요. 

먼 곳에서 잘 지내시나 싶어 제가 이메일을 알고 있고 어쩐지 보내고 싶은 분들께

발리에서 생긴 일에 대해 메일을 보냅니다. 

혹시 당황스러운 연락이라면 실례의 말씀 먼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조금 심심하고 외로웠고요. 어쩐지 저 자신이 부정 당하지 않는 곳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마케터로 일하면서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극도의 압박감에 무언가 생각을 길게 이어가는 것을 기피하다보니 지금 언어 능력이 상당히 퇴화되었는데요. 

무슨 말비빔 샐러드(제가 좋아하는 문보영 시인의 에세이에서 빌렸습니다) 처럼 말을 합니다.

1-10으로 바로 도약하는 경우도 잦고, 비약이 일상이며, 생략하고, 함축하고, 예 뭐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글을 정말 쓰고 싶었어요. 글쓰는 게 싫었던 게 아니라 글쓰기가 후려쳐지는 게 싫었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 내 힘으로 완결하고 생각의 주체성을 갖고 살고 싶다는 열망이 제게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포토 덤프의 힘을 빌려 떠오르는 대로 여행 일지를 보내드리려 합니다. 제가 쓴 글도 있고, 좋아하는 시와 글 조각도 섞여 있어요. 시간 순서는 뒤죽박죽입니다. 퀄리티는 기대하실 수 없겠으나, 여러분은 갓 알에서 태어난 병아리가 점차 뽀송해지는 과정을 살펴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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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 오게 된 건 우연이였다. 한 때 홀로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였으나 전공과는 멀어진 일을 하며 커리어 고민으로 하루하루를 보낼 무렵이었고, 해외에 장시간 체류하는 일은 <여유가 생기면>이라는 말로 먼 미래로 부쳐두곤 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오전, 매트릭스를 깔고 퍼져있던 영이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내게 말했다. 누나, 지금 치앙마이 항공권이 5만원이래. 영은 떠날 수 없는 몸이었지만 언제라도 떠나고 싶어 항공권을 알아보곤 한다고 했다.

 

그리고 퇴사를 앞둔 내게 그 말은 신호탄이 되었다. 누나, 언제라도 떠나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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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겨울은 내게 너무 추웠고 5월까지도 이곳의 날씨는 내게 가혹하게 느껴졌다. 나는 덥고 습하고 저렴한 예산으로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그가 말한 3월의 치앙마이는 미세먼지로 가득했으므로 스카이스캐너의 새로고침 버튼을 몇 차례 눌러가며 그 날 바로 덴파사 발리(DPS) 로 가는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예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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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이다 내가 아쉬운 건

트램펄린에 오를 때

나는 이미 처지가 정해져 있었고 그걸 누구에게 묻지는 못했고

 

트램펄린 밖으로 떨어진 소년

최선을 다해서 태연하고 최선을 다해서 일어서는 소년

 

그런 것들이다 언제나

어른들은 타협하고 소년들은 트램펄린에서 떨어지고

 

그런 것들이다 내가 아쉬운 건

 

하지만

이미 준비된 실패라는 걸 알았고

예정된 마지막 장면을 후회하지도 않았고

그냥 트램펄린이란 트램펄린은 모두 불태워졌으면 좋겠다

 

자꾸 오르게 되니까

또 최선을 다해 떨어질 테니까

떨어질 처지라는 걸 아니까

 

트램펄린에 날 던지면서 말한다

"말해줘 가능하다면 내가 세상을 고르고 싶어"

 

생각이 있으면 말해주리라 믿었지만

 

트램펄린은 그냥

나를 떨어뜨리고

미워하지도 않으면서 나를 떨어뜨리고

그러면 내 처지도 최선을 다해 떨어지고

 

세상에서 트램펄린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아쉽다

날아오르는 몇 초가 달콤했기 때문에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 허연 (2020년 6월)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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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삐데이 전날 장을 보고 내가 그날 아직 한 번도 바다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랩이 잡히지 않아 현장에서 오토바이 기사와 흥정한 후, 해지기 전 바투볼룽 비치에 도착했다. 꼬깃하게 구겨진 20k 루피아를 드리고 서둘러 해변으로 향했다.

 

그리하여 마주한 소년. 자꾸만 파도에서 밀려나는데 그 자리에 서 있으려는 모습에 허연의 시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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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3월 19일은 녜삐데이(Nyepi Day) 로, '침묵의 날'로 불리는 힌두교 명절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신자들이 대부분이며 유일신을 믿는데, 그 중에서 발리는 예외다, 그래서 집집마다 가게 어디서든 제물과 향을 쉽게 볼 수 있다. 침묵의 날에는 최소한의 조명만 사용해야 하며, 외출이 금지되고,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모든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자연과의 균형을 회복하고, 악령이 이 섬은 비어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녜삐데이 전날에는 오고오고 퍼레이드(Ogoh Ogoh)가 열린다. 악령을 상징하는 거대한 인형을 들고 행진 후 불태우는 일인데, 비치클럽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가 각 마을의 청년들이 직접 제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와 내일 함께 선셋을 보러 간다.
발리의 3월 19일은 녜삐데이(Nyepi Day) 로, '침묵의 날'로 불리는 힌두교 명절이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신자들이 대부분이며 유일신을 믿는데, 그 중에서 발리는 예외다, 그래서 집집마다 가게 어디서든 제물과 향을 쉽게 볼 수 있다. 침묵의 날에는 최소한의 조명만 사용해야 하며, 외출이 금지되고, 다음날 아침 6시까지 모든 상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는다. 자연과의 균형을 회복하고, 악령이 이 섬은 비어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녜삐데이 전날에는 오고오고 퍼레이드(Ogoh Ogoh)가 열린다. 악령을 상징하는 거대한 인형을 들고 행진 후 불태우는 일인데, 비치클럽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친구가 각 마을의 청년들이 직접 제작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그와 내일 함께 선셋을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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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가량을 기다렸으나 오고오고 행진은 진행되지 않았다. 나는 백스테이지에서 소녀들과 소년들을 눈에 담고 내일 금욕적인 하루를 보낼 생각에 걱정이 앞서 미리 실컷 놀아두기 위해 올드맨 (근처의 클럽)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오고오고 퍼레이드가 열리는 메인 스트릿에서 10분 가량을 걸어 바투볼룽 비치 근처에 도착했지만 클럽은 일찍이 문을 닫은 상태였다. 

 

오토바이도 도무지 잡히지 않아 나는 택시? 두유원어바이크? 외치는 청년들에게 하우머치? 알유키링미? 를 다섯 번 정도 외쳐가며 힘겹게 숙소에 도착했다.

 

백스테이지에서는 소녀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 춤 연습을 한다. 그 소녀를 독려해주는 손길.
백스테이지에서는 소녀들이 함께 호흡을 맞춰 춤 연습을 한다. 그 소녀를 독려해주는 손길.
악령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아이. 
악령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아이. 
바투볼룽 비치를 가는 길에 만난 수줍음 많은 기타리스트
바투볼룽 비치를 가는 길에 만난 수줍음 많은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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녜삐데이에는 밖에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어서 미리 전 날 가서 장을 봐두어야 한다. 나는 근처의 Frestive 마트와 Coco 마트 중 어디가 저렴한지 알뜰하게 비교해보고 코코마트에서 장을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뙤약볕에서 십분 무렵 걸어온 뒤였나. 문득 지도를 보니 목적지와 10분 더 멀어진 것이다. 아뿔싸. 내가 반대로 걸었구나. 

레전드 길치임을 인정하고 나는 겸허하게 더욱 가까운 Frestive 마트에서 장을 봤다. 요거트 2개와 망고, 용과, 리치 세 종류의 과일, 붉은 소가 그려진 치즈, 초콜릿 아몬드 밀크, 과일맛 빈땅맥주 2병과 커다란 물통 하나를 샀다. 이후 숙소 앞 1분 거리에 있는 와룽 집에서 35K 루피아로 (한국돈으로 약 3천원) 풍족한 식사를 한 뒤 같은 메뉴 하나를 더 포장했다. 

"오고오고 퍼레이드를 보고 싶어. 베스트 스팟이 어디야?" 물으니, 사진 속의 점원이 이 근방에선 덴파사가 제일 핫하지만 바투볼룽 근처의 메인 스트릿이 그나마 크게 열린다고 했다. 땡큐소머치. 나는 활짝 웃으며 인사를 했다. 발리 사람들은 나의 웃음을 정말로 좋아한다. 항상 웃고 있어서, 누군가는 가식적이고 과하다고 했던 나의 미소가 환영받는 곳이 있으며, 그 자체로 환영 받는 것의 기쁨을 이곳에서 자주 확인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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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서는 그랩과 고젝, 두 어플을 써서 택시 또는 오토바이를 부르곤 한다. 어제 탄 고젝 기사가 말하기를, 그랩은 싱가폴거고 고젝은 인도네시아 건데, 그랩은 근처에 있는 기사가 배치되고, 고젝은 순차적으로 응답한다고 했다. 그래서 너가 빨리 가고 싶으면 그랩을 부르는 게 좋아. 그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로 그랩이 9분 뒤에 잡히고 10분 뒤에 잡혔음으로 그 말은 신뢰를 잃었다. 그냥 웬만한 거리는 걷는 걸 좋아해서 자주 걸어다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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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로컬 푸드 사태. 발리에는 발리밸리라는 유명한 발리 장염이 있어서, 걸리면 오한과 근육통, 무한 설사가 진행된다. 다행히 좀 깔끔해보이면 아무데서나 밥을 먹었지만 아직까지 걸린 적은 없다.

 

"살고자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자는 살 것이다." 대체로 발리밸리는 얼음이든 수영장 물이든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잠복기가 있다고 한다)누군가는 걸리고 누군가는 걸리지 않기 때문에 ...

나는 오히려 죽고자 하는 자라(걸리면 쩔수지 뭐..) 아직까지 살아있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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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바투볼롱 비치의 서퍼들. 서핑을 배우기 위해 초보자들은 보통 꾸따로, 중상급자는 짱구로 간다. 

"You have to push the doorknob all the way down!" 
"문 손잡이 끝까지 내려야 해요!"
촤르륵- 소리와 함께 1층 도미토리 커튼이 걷히며, 잘 열리지 않는 문손잡이 앞에 엉거주춤 서 있는 내게 다소 신경이 곤두선 목소리로 진이 외쳤다.  그리고 바로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혹시 한국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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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도미토리에 오기 전에 아고다에 4일에 13,000원에 판매하는 객실이 있어 그 숙소에 갔는데 알고 보니 아고다 측 어플 오류로 발생된 사기 세일 스킴이었다. 호스텔 직원과 실랑이 하고 아고다에서 즉시 환불을 받아낸 이후 도착한 루메이츠 호스텔. 진은 나와 동일한 숙소를 예약했다가 똑같이 사기를 당하고 이 숙소에 사흘 먼저 들어온 친구였다.

함께 사기를 당했다는 동질감, 문 손잡이 앞에서 급한 한국인의 성격을 자랑하며 시발 저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는 공통점에 급속도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나는 원래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경계를 하는 편이지만 진과 나는 함께 베트남 달랏을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짱구의 혼잡함에 지쳐 더 이상의 잉글리시를 쓰고 싶지 않은 상태였기에 함께 로컬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2000원짜리 나시짬뿌르는 간이 적절하고 정말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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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이 좋았다. 또박또박한 영어 발음과 태양 아래 쌔까매진 팔 다리가. 단출한 백팩과 매일 같이 돌려입는 옷과 구불구불한 헤어와 근처 짐에서 자신만의 루틴으로 진행되는 운동 같은 것들이. 같은 호스텔에 묵던 한국 여성에게 러시아 남자가 "헤이 코리안!" 외치자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고 나중에 그 남자가 내게 말을 걸었을 때, "너 러시아에서 왔지?" 하며 쌀쌀맞게 반격하는 모습이. 아시안 여성을 만만히 보는 이들의 뉘앙스와 기조를 신속히 감지하여 인상을 찌푸리고 보는 과감함이.

 

나 역시 궁금하여 함께 그 길을 기웃거려 보았다. 분명히 좋았다. 나에게 차이니즈 너무 싫지 않아? 라고 묻기 전까진. 서양 여자애들 카페에서 보면 다 영상 편집하고 있더라. 유튜브 하는 멍청한 애들 많다고 하기 전까진. 러닝크루는 가짜 삶이라고 말하기 전까진. 나는 그래서 자랑스럽게 그 날 아침에 하는 러닝클럽을 다녀왔으며 그 코스가 정말로 좋다고 말했다. 함께 먹는 식당에서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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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로 그런 게 궁금하다. 자신의 확고하게 네거티브한 취향을 밝히며 그런데 너는 어때? 라고 묻는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화법은 아니다. 그가 싫어하는 취향의 당사자가 상대방일지도 모르니까. 그 이야기를 먼저 듣고 자신의 기호나 취향 따위를 밝혀야 하는 사람들은 미움 받을 용기가 선행되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염병... 미움 받을 용기가 아닌 미움 없는 용기가 더 좋은 것인 줄 누구나 안다. 어떤 일이든 무언가를 받으려면 에너지가 든다. 굳이 감행하여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편, 나는 진이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내가 무언가를 싫어하는지 묻고, 대답을 하면 자꾸만 더 범위를 좁혀서 그래서 무엇을 더 싫어하는지 묻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보았다. 그들한텐 그걸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 신용과 의리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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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는 백팩에 책과 일기장, 색연필, 볼펜은 무조건 넣고 다닌다. 
여행지에서는 백팩에 책과 일기장, 색연필, 볼펜은 무조건 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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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볼룽 비치의 타임즈(...)와룽에서는 저녁 7시에 영화를 틀어준다.
나는 해질녁 무렵 간신히 기웃거리며 빈백에 싸롱을 깔고 자리를 잡았다.
싸롱은 쉽게 말하면 발리의 숄, 타월 같은 것이다. 

나는 프리 윌리를 보다가 그만 울어버렸다. 
누군가 무언가를 벅차게 사랑하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서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고래를 구해주는 장면에서 하필 비가 왔다.
다들 비를 피하러 갔는데 홀로 오열하며 빈백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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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여행지에서 사람을 찍는 것을 두려워하는데 (우선 나부터가 기분 좋지 않다) 
유진목의 『슬픔을 아는 사람』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 촬영에 열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발리에서 몰래 촬영을 하고 넘어갈 심산으로 딴청을 부리며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르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원몰타임! 하며 또 한 번 포즈를 취해준다. 대체로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더 결과물이 안 좋다. 내가 흥분해서 카메라를 흔들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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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목의 하노이 여행기인 『슬픔을 아는 사람』을 읽으며, 내가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던 시기가 그가 하노이 여행을 하던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으로부터 4-5년전인가. 당시 나는 언론사에서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만화가로도 활동한 손문상 화백과 시인이자 다큐멘터리 및 영화를 만든 유진목 시인을 동시에 인터뷰 하기 위해 냅다 부산 영도의 손목서가로 찾아갔었다. 우선 눈도장을 찍고 명함을 드리고 따로 연락을 할 예정이었다. 어쩐지 잘 보이고 싶어 그곳에서 유진목의 에세이를 두 세권 고르기도 했다.

 

손문상 화백은 내 제안을 곧바로 수락하며 내 무거운 캐리어를 굽이굽이 이어진 입구 너머로 끌어주기까지 했으나, 친구와 함께 돌아가는 택시에서 유진목 시인이 전화가 왔다. 그리고 무서운 기세로 물었다. 얼마 줄 거냐고. 내가 드릴 돈이 얼마 없어서 쫄았던 건 정말로 맞다. 그러나 그것보다 압도 당했던 건 그의 맹렬하고 날선 적의였다. 그는 정말로 살기등등했다.

그의 에세이에서 유진목은 당시 문단 내에서 벌어진 일과 그를 통해 자신에게 있었던 살기에 대해 고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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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자신만의 압도하는 분위기가 있다면 첫인상에서는 나 역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꼭 강렬한 포스나 아이코닉한 이미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가진 화사하고 조심스러운 친절함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그저 백색에 가깝게, 완전히 무화되어 버리는 경험이 처음이라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연하다. 그 사람을 키운 절망이, 삶의 내공이 그를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찌나 무서웠냐면, 나는 그의 서점에서 산 에세이를 아직까지도 들춰보지 못했다. 이 사실을 알았으니 돌아가면 읽을 수도 있겠다.

 

나 역시 다른 방식으로 그보다 커다란 기운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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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팔과 다리에 작열하는 태양빛이 닿는다. 한 겹도 가리지 않은 신체에 햇볕이 닿고 산들바람이 닿을 때, 자연과 교감한다는 생각이 든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팔과 다리에 작열하는 태양빛이 닿는다.
한 겹도 가리지 않은 신체에 햇볕이 닿고 산들바람이 닿을 때, 자연과 교감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름이란 이런 것

작열하는 태양, 후덥지근한 공기, 맨바닥의 열기, 축축함, 습하고 따뜻한 바람, 끈적한 침구(가끔만 좋다 이건), 수직으로 내리쬐는 정오의 햇빛, 손차양, 볕뉘, 그림자, 목덜미에 맺히는 땀, 가끔 구원처럼 내리는 스콜, 맨 살결, 야외에 앉을 수 있는 시간, 하늘, 늘어짐, 활기참, 여름 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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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닭곰탕과 같은 소또아얌과 나시 짬뿌르. 우붓에서는 매일 요가반이라는 곳에서 5회차 요가를 끊어놓고 요가만 갔다. 나는 지도 보는 것을 싫어하고 늘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결정 피로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많아서 이렇게 꼭 가는 곳 꼭 가는 식당 나만의 루틴을 만들 때를 즐거워한다.

 

발리 로컬 식당은 저렴하지만 양이 적을 때가 많아서, 여러 곳을 경험해보고 양이 제일 많고 맛있는대로 계속 가곤 한다. 우붓에서 한인 리뷰가 많은 곳은 50K( 한국돈으로 약 4500원) 정도 했는데, 짱구는 물가가 더 비싼데도 25K에 양을 정말 많이 주는 로컬 식당을 발견해서 미친듯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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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ering. 차낭사리라고 불리는 힌두교의 전통 공양이다. 코코넛 잎사귀로 만든 바구니에 꽃, 향, 음식 등을 담아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나 역시 호텔에서 한 번 무료 클래스가 있어서 들어보았다. 길거리에는 주로 네모난 것들이 많은데, 집에서는 주로 꽃 모양으로도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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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에는 개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아쉽지만 광견병이 치사율 100%라 만지면 안되어서 나는 우리집 강아지를 그리워하며 쳐다만 본다.
발리에는 개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아쉽지만 광견병이 치사율 100%라 만지면 안되어서 나는 우리집 강아지를 그리워하며 쳐다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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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붓 Bali Luwih 맞은편 카페에서 쳐다본 풍경. 난 이 식당도 참 좋아하는데 맞은편 카페의 2층은 정말로 한적하고 에어컨은 없지만 오토바이 소리가 덜 들려서, 창밖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 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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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이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일상의 환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전화 약속이 있어 정말 쓰고 싶은 내용은 쓰지 못했지만 시작을 했다는 사실이 즐거웠어요. 
답변과 피드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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