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25.
백화점 내부에 입점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주말 이틀, 하루에 5시간 일해요. 제일 바쁜 시간대라 일손이 부족해서 고용한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하다가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거나, 퇴근 시간이 넘었는데 더 일하라고 한다거나, 다른 직원들이 뒷담화를 했다는 여러 경험담을 들었던지라 많이 걱정했는데 별 문제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법을 지키는 걸로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는 현실도 참 우습지만, 어쨌든 일하기에 나쁘지 않은 곳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불쾌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술하다가 백스페이스를 눌러 전부 지워버렸습니다. 지면이었다면 새 편지지를 꺼냈어야 할 일인데 손짓 한 번으로 해결할 수 있다니 이런 점은 좋습니다. 편리한 세상이네요.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와서 '친절함에 대한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하며 최근 타인에게 친절을 내주었던 순간, 친절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두 사례가 떠올랐습니다.
오늘 손님 중에서는 노년 여성 두 분이 계셨습니다. 머리에 맵시있게 모자를 눌러 쓴 두 할머니는 카운터에 배치된 홍보 문구를 읽으며 기분 좋게 웃었습니다. 한 분이 국어책 읽듯 문구를 또박또박 읽으시고, 다른 분이 맞네, 맞아! 하고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라 더 힘차게, 기분 좋게 인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가 될 때까지 저렇게 실없는 일로도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분의 미소가 요즘 시대에 보기 힘든 귀한 무엇으로 느껴졌습니다. 잠시나마 행복했습니다.
혼자 오신 20대 여성 한 분도 계셨습니다. 별 생각 없이 인사를 했는데, 뭔가 제 목소리가 너무 낮게 깔려서 불친절하게 들렸습니다. 기분이 나빴던 건 아니고 목이 잠긴 탓이었어요. 마스크를 쓰면 눈만 보여서 입으로 웃어도 눈은 웃는 것이 잘 티가 나지 않아서, 어쩌면 그분이 저를 딱딱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아주 명랑하게 웃으며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하고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그 말에 힘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여러 손님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쯤으로 보였는데, 친절을 건네받은 찰나에는 그분이 정말 선명하게 살아있는 한 명의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그분께 받은 에너지를 돌려드리고 싶어서 평소보다 훨씬 크게,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고 인사했어요. 평소에 불친절하게 굴었던 것은 아니지만 제 목소리 톤이 원래 낮은 편이라 몹시 친절한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을 거예요. 이번에는 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정말 애썼습니다.
지루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이렇게 다정함을 선뜻 내어주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저는 평소에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엄마나 친구들에게 푸념하듯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반대로 이렇게 사소하게 즐거운 일은 누군가에게 잘 말하지 않았습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서요. 그러다 보니 생각하고, 말하고, 메신저로 쓰기까지 한 나쁜 일은 더 오래 기억에 남고, 혼자 간직하려던 좋은 일들은 너무 쉽게 날아가 버렸습니다. 앞으로는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더 자주 말하고, 생각하고, 기억하려고 합니다. 다이어리에도 오늘의 세 사람을 기록해 두었어요. 앞으로 매일 사소하게 기분 좋았던 일을 하나씩 적어보려고요.
오늘은 아버지 생신이었어요. 평소에 부모님 생신이나 어버이날에 선물을 안 챙기는 편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또래 친구들에 비해 몹시 적은 편이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주변에 인색해진 것 같아요. 예전에 친구들이랑 대화하다가 용돈 얘기가 나와서 얼마 받는지 말했더니 친구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가정형편이 많이 안 좋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어느 정도 여유로워져서 이제 소중한 사람을 위해 마음을 써 볼 때가 아닌가 싶었어요.
선물로 뭘 사야 할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벨트나 넥타이를 사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그렇게 격식있는 옷차림을 자주 입는 직군이 아니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질 것 같았어요. 제가 찾은 건 바로 손수건. 땀을 흘릴 일이 많은 편이라 활용도도 높고, 선물하기에 무리 없는 가격대였습니다. 백화점 내 매장에서 구매하니 예쁘게 선물 포장도 해 주셔서 좋았어요. 알바를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아버지께 쇼핑백을 내밀자 아이처럼 기뻐하셨습니다. 호들갑을 떨며 좋아하고, 조급한 손동작으로 포장을 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무척 좋았습니다. 제가 그 돈을 썼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보다 아버지가 제 선물을 받고 느낀 만족감이 훨씬 커 보였어요. 가끔은 소중한 사람을 위해 돈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주변에 너무 인색하게 굴지 않으려고 해요.
2026. 1. 28.
요즈음 우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편지 보내기를 좋아하는데 아직까지 우표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더 특이한 것 아닐까 싶어요. 기념우표는 흔히 말하는 한정판 느낌의 우표입니다. 재고가 다 팔리면 중고 거래 외의 방법으로는 구하기 힘들어요.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서, 알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을 알리기 위해서 만들어집니다. 매년 우표발행계획이 발표되는데 그걸 보면 어떤 기념우표가 나올지 미리 알 수 있어요.
오늘은 <아기 동물> 기념우표가 출시되는 날이었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구매할까 하다가 등기 배송비나 우체국까지 갈 때 드는 지하철 요금이나 비슷하지 않나 싶어서 그냥 인터넷으로 구매했어요. 아직 우표 수집 취미에 입문하는 단계라 자세히는 모르는데, <K 디저트> 우표가 나왔을 당시 인기가 무척 많았나 봐요. 원래 가격이 6천원대 정도인데 중고 시장에서 7만원에 팔리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 우표 재고가 풀린다고 해서 K 디저트도 사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9시에 오픈돼서 수강신청 하듯이 서버 시계를 띄워두고 기다렸습니다.
결제 창이 뜨길래 성공한 줄 알았는데, 결제 과정을 다 마치고 나니까 갑자기 재고가 없다고 뜨더라고요. 결국 K디저트는 실패하고 아기 동물만 구매했습니다. 개호주, 능소니, 동부레기, 애돝이 그려진 우표예요. 각각 새끼 호랑이, 곰, 소, 돼지입니다. 실제 사진은 아니고 한국화 풍의 일러스트인데 정말 귀여워요. 제가 곰을 몹시 좋아하는 편이라 더 갖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편지를 보낼 때 사용할 1장과 소장용 1장 이렇게 두 장을 구매했어요. 원래 가진 우표가 없어서 편지 보낼 때는 그냥 우체국에서 바로 결제하고 라벨을 붙여서 보내곤 했어요. 이제 예쁜 우표를 붙여 편지를 보낼 수 있으니 상대방도 더 좋아해준다면 기쁘겠습니다.
곧 2월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즐기시나요? 앞을 보고 달려나가는 것도 좋지만, 땀 닦으며 뒤돌아볼 여유 정도는 있는 2월 되시길 바라요.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취미를 즐기고, 오래도록 보지 못했던 친구와 만나는 그런 2월이요.
이만 물러갑니다.
다음 편지에서 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