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존재하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2021)(제니 오델, 김하현 옮김, 필로우)을 읽고

2023.01.29 | 조회 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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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

진지하지 않은 이야기를 합니다.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다른 체제에서 다른 무언가를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체제(관심경제)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292쪽

 

사전이 정의하는 관심경제는 다음과 같다.

  1. 경제 개별 고객이나 특정 고객 집단의 관심에 맞추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하는 시장을 형성하는 경제 활동. 맞춤형 뉴스, 맞춤형 검색, 추천 상품 알림 따위가  예이다.

SNS로 대표되는 관심경제는 인간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오늘도 나는 관심의 상당량을 트위터에 바쳤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면 안되니까, 지금 놓쳐버린 트윗을 다음엔 거의 못 읽을 거란 것을 아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는 SNS를 켠다. 나는 이미 관심경제와 한 몸이 된지 오래다.

 

한 번은 브런치(글쓰기 플랫폼)를 떠돌다 UI/UX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UI/UX에 대한 카테고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그에 대한 글은 넘쳐났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구성하는 것도, 알림을 보내는 것도 사용자의 체류시간과 방문빈도를 늘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상단보다는 하단에 좌측보다는 우측에 손가락이 더 잘 간다는 대목에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또한 학생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전속력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 거부에 나서지 못하는 이 시기에, 관심이야말로 우리가 철회할 수 있는 마지막 자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만 좇는 플랫폼과 전반적인 경제적 불안정이 관심의 장소를 없애는 악순환에서(바로 그 관심으로 이 맹공격에 저항해야 하지만 이 공격으로 우리의 관심은 더욱더 밀려난다), 우리가 그 순환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공간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뿐일지 모른다.

166-167쪽

 

제니 오델은 "현재의 시간과 공간,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로는 어떤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에 대한 거부(18쪽)"를 시작한다. SNS가 아니라 지금, 여기. 실제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자고 말한다. 그리고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세계가 확장되는 경험에 대해 말한다.

나의 경험은 처음 새로운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노력이 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생긴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삼나무와 참나무, 블랙베린 관목은 이제 나에게 절대로 '풀 나부랭이'가 될 수 없으며 검은멧새는 '그냥 새'가 될 수 없다.

210쪽

 

SNS에서의 맥락 붕괴를 지적한 부분도 꽤나 흥미로웠다.

작은 조각으로 항목화된 정보와 선정적인 헤드라인(각각은 피드 맨 위에 새로운 항목이 뜨면 사라진다)을 볼 때 우리는 그 정보에 시간적 공간적으로 인접했던 것을 놓쳐버린다. 이러한 상실은 더 전반적인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관심경제는 우리를 끔찍한 현재에 붙들어놓는 데서 이윤을 얻기 때문에, 우리는 주변의 물리적 현실에 관심을 기울일 기회를 박탈당하는 동시에 역사적 맥락을 보지 못하게 될 위험에 처한다.

273쪽

맥락이 붕괴된 군중이 받아들일 만한 말들을 생각하느라,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느라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는지 종종 생각해본다. 이 또한 나름대로 '탐색'이지만 그때마다 나는 이것이 애처로운 에너지 낭비로 느껴진다. (중략) 우리가 가진 관심과 지구상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우리의 관심과 의사소통에 마땅한 목적을 다시 부여하는 것에 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287-288쪽

 

 

만약 우리의 현실을 만드는 것이 관심(관심을 기울일 대상에 대한 결정)이라면, 관심의 통제권을 되찾는 것은 곧 새로운 세계와 그 세계를 헤쳐나갈 새로운 방식을 발견하는 일일 수 있다.

168쪽

 

덧. 생각만큼이나 서평을 잘 쓰기란 힘든 일이네요. 인용을 자제하는 것 또한 힘든 일이고요. 아아, 끝으로 갈 수록 '대충'이 느껴집니다... 당분간은 에세이를 써야겠어요.

덧덧. 일요일마다 레터를 보내겠습니다. 한 주의 끝까지 글쓰기를 미루다보니 일요일로 정해졌습니다. 저번 주에 레터를 쓰지 못한 건... 설 때문은 아니고요... 서평을 쓰겠다 하고는 책을 읽지 않아서요... 아무래도 다음 글은 예고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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