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권장도서란 무엇인가

2022.12.27 | 조회 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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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

진지하지 않은 이야기를 합니다.

  초등학교 때 받은 권장 도서 목록은 공자와 맹자로 시작했다. 방학식이라든가 독서의 날이라든가 책을 읽을 틈을 어떻게든 만들어서는 책 제목이 쓰인 갱지를 나눠줬다. 한해도 빠짐없이.

  그 목록을 볼 때면 생각했다. 독서를 권장하는 목록은 아니라고. 저 목록에 쓰인 책들은 그저 있어 보이는 제목일 뿐 진짜 재미가 없을 거라고.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목록은 동서양의 고전으로 가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역시나 벽돌책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말이 붙어있거나 진짜 지루했다.

  "어린이를 위한-"이라는 말은 이상하다. 대체 어느 어린이가 고전을 원할까. 어린이를 위하지 않은 책을 추천해왔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몇몇 책은 읽어야(읽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것도 어린이를 위하지 않은 책을. 난 숙제를 성실히 수행하는 학생이었으니까.

  기억이 나는 대로 적어보면...

  - 난중일기 : 읽었던가? 삽화를 구경했던 기억은 난다. 안 읽었을지도 모른다.

  - 그리스로마신화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읽는 척했다. 문장의 시작을 찾고 첫글자만 읽었다.

  - 백범일지 : 읽긴 했는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읽긴 읽었다. 백범 김구가 쓴 책이라는 것만은 기억한다.

  ... 여기까지만 하는게 좋겠다.

 

  사람들이 고전을 찬양하길래 읽어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에겐 고전을 고르는 안목이 없었다. <검은 고양이>와 <호밀밭의 파수꾼>을 골랐다.

 <검은 고양이>는 지금 읽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초등학생에겐 잔인하고 끔찍했다. 살인이 등장하는 책은 처음이었으니까. 요약본이었음에도 그 충격은 상당했다. 한동안 나는 고전을 멀리했다.

  그다음으로 읽은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이 책은 지금 읽어도 안 괜찮다. 대체 누가 이런 책을 선정하는 걸까? 이해할 수가 없는 이야기다. 딱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다. 중학생때 읽었음에도 끔찍했다. 끝까지 읽었던가? 잘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그렇게 나는 권장도서 목록을 무시하고 피했다. 그 목록의 책들은 절대 읽지 않겠다며 비장한 다짐을 했다. 한동안 나를 고전에서 멀리 떼어 놓은 건 권장도서 목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계속 읽었고 어쩌다보니 그중엔 고전도 있었다. 재미있는 고전도 있었고, 고전이 재밌다고 말하는 재밌는 책도 있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공자와 맹자로 시작하는 고전 목록은 딱히 좋은 권장도서 목록이 아니었다(적어도 초등학생에게는). 내겐 독서를 하지 않게끔 권장하는 목록이었다. 부디 권장도서 목록 때문에 책을 지루하다 여기는 사람이 적길, 더는 없길 바래본다. 재미없는 영화가 있다고 해서 모든 영화가 재미없는 것은 아닌지 않은가? 권장도서를 피하는 독서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덧. 그래도 초등학생때 재미있게 읽은 고전이 하나 있다. 레미제라블. 당연히 요약본이다. 사람들은 장발장이 빵을 훔치고 탈옥하는 이야기로만 아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장발장은 인기 정치인이 되고, 좋은 일도 많이 한다. 결국 죽는다(사람은 결국 죽는다, 장발장은 사람이다). 장발장이 죽을 때 나는 울었다. 흑흑.

 

  덧덧. 다음 글은 내가 추천하는 책의 목록이다. 아마도. 재미있게 읽은 고전도 다루겠다. 한국현대문학이 주를 이룰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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