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꿈을 꿨다. 검색을 해보니 꿈에 나온 사막은 대략 이런 의미라고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 고립. 윤기가 없는 상태. 생명의 근원인 물을 찾아야 한다.
가족적인 분위기를 피해야지 했는데 개인주의적인 분위기에 한동안 얼어붙어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나를 보고 한 시간 정도의 관련 업무 인수인계를 해주시던 분이 이야기했다. 입사 첫 주 아침에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 분위기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커피머신 사용법을 알려주겠다며 탕비실로 발걸음을 이끌어주신 분이었다.
"요리를 해야 하는데 당분간은 남의 집 주방에서 일하는 기분일 거예요."
맞다. 정말 딱 그 기분인데. 뭐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스스로 업무를 파악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누구든 무엇인가 맡겨 놓은 듯 어느 자리에 뭐가 있는지 알아서 파악해서 요리를 해오겠거니 조용히 기다리는 느낌이 들어 초조했던 것이다.
누군가와 일을 할 때 한 배를 탔다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입사하고 몇 주가 딱 온보딩이 필요했던 시기였던 것이다.
언젠가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개인사정과 맞물려 회사에서 일이 힘들어질 때 가라앉는 배에 계속 앉아 있을 거냐고 얼른 빠져나가서 더 좋은 배에 올라타라고 당부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해준 동료 분이 있었다. 이른바 '돔황차' 시즌에도 나를 챙겨준 건 조직이 아니라 조직에 속한 한 사람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고마운 개개인이 생각났던 사막의 주간. 나는 또 한 명의 구성원의 인기척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하고 많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 왜 또 직장에 들어왔는지, 그것도 하필 타자에 의해 개인의 스케줄이 뒤죽박죽 엉킬 수도 있는 에이전시에 취직했느냐고 내가 나에게 물어봐도 답은 하나였다.
이곳에서의 성장은 나에게 인생의 중심을 잡아가는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려서부터 늘 내가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 몸과 마음을 맡겨야 했던 나를 지쳐 있던 문제들로부터 더는 도망가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부모님의 이혼, 오래 살고 싶던 동네를 떠나 부랴부랴 떠나 적응했던 학교생활과 대인관계까지. 꽤 짙은 슬픔과 그리움의 점도로도 합쳐지지 않는 한 사람으로서 성장기를 지냈지만, 진짜 성장은 이제부터다.
그때그때 다가오는 문제들을 수용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기획과 운영 업무들을 책임감 있게 소화하고 싶다. 설령 이 일을 하는 시기에 또다른 인생의 큰 숙제를 마주해도 지난번보다 더 강단있게 풀어볼 것이다. 힘들지만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시를 쓰길 바라 왔듯이.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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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아닌연두
🌵… 그럼에도 시인님의 촉촉함이 느껴져요💧
만물박사 김민지
오아시스 같은 댓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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